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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트럼프 'FTA 폐기' 표현에 정부 당혹… 재협상 압박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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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공식요청 없어… 진의 파악중”/ 재협상 땐 타깃 0순위 ‘자동차’

세계일보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언론 인터뷰에서 “‘끔찍한(horrible)’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재협상하거나 ‘폐기(terminate)’하기를 원한다”는 폭탄 발언을 내놓으면서 발효 5년이 지난 한·미 FTA의 운명에 관심이 쏠린다. 정부는 당혹감 속에 발언의 진의 확인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28일 “현재까지 미국 측으로부터 한·미 FTA 재협상 관련 공식 요청은 받은 바 없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취지와 배경 등 구체적인 사항을 공식 채널을 통해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미 당국자들이 한·미 FTA에 대해 불만을 제기한 적은 여러 차례이지만 ‘재협상(renogotiate)’, 특히 ‘폐기(terminate)’라는 극단적 표현을 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은 ‘개선(reform)’,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재개(reopen)’란 표현을 각각 썼다. 이에 정부는 ‘원론적인 수준의 발언’, ‘당장 재협상을 요구한 것은 아니다’고 의미를 설명해왔다.

또한 “한·미 FTA의 상호호혜적인 성과를 잘 설명하고 있고 미국도 이해하고 있다”는 입장이었다. 이에 따라 미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주형환 산업부 장관 등 통상 당국이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 측은 최근까지도 양국 통상당국 간 만남이 있었지만 FTA 재협상이나 폐기 언급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매우 돌발적인 발언이란 것이다.

세계일보

한·미 FTA는 한쪽 당사국이 다른 당사국에 협정 종료를 원한다는 의사를 서면으로 통보하면 그날부터 180일 후 종료된다. 상대국은 180일 이내에 협의를 신청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재협상, 폐기 등 여러 가능성에 대한 정부와 기업들의 대책 마련이 속도를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 FTA가 파기되면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인 양 국가는 상대방에게 최혜국 관세를 부과하게 된다. 최혜국 관세율은 한국이 4∼9%, 미국은 1.5∼4% 수준이다. 트럼프의 발언이 재협상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관측되는 이유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미 FTA 재협상 시 오는 2021년까지 총 수출손실은 269억달러, 일자리 손실은 24만명으로 추산됐다. 재협상 땐 자동차 부문이 손질 0순위로 꼽힌다.

조현일 기자 con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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