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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옥시 가습기 살균제 보고서 조작 혐의' 서울대 교수, 항소심서 무죄…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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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연구자의 과학적 재량"…연구비 빼돌린 건 유죄

조선일보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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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시레킷벤키저(옥시)로부터 돈을 받고 회사 측에 유리하게 가습기 살균제 유해성 실험 보고서를 써준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된 서울대 교수가 항소심에서는 보고서 조작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아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서울고법 형사4부(재판장 김창보)는 28일 증거위조·수뢰 후 부정처사 등 혐의로 기소된 서울대 조모(57) 교수에게 징역 2년과 벌금 2500만원, 추징금 12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조 교수는 2011년 옥시로부터 의뢰받은 가습기 살균제 실험에서 옥시에게 불리한 실험 데이터를 의도적으로 누락해 ‘가습기 살균제와 폐 손상 사이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써준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옥시가 서울대에 지급한 실험 연구 용역비 2억5000만원과 별도로 ‘자문료’ 명목으로 1200만원을 받은 혐의도 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조 교수가 옥시 보고서 중 일부 시험 결과를 삭제한 것은 연구자의 과학적 재량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연구용역을 제안받은 교수는 부당한 요구가 아닌 한 의뢰 업체의 요구를 최대한 반영해 시험을 진행할 책임이 있고 수시로 협의가 가능하다”며 “조 교수가 옥시의 요구대로 연구를 수행한 것이 연구자의 직무를 위배한 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조 교수가 내놓은 보고서에 옥시에 불리한 생식독성 시험 결과가 포함됐고, 해당 연구로 확인되지 않은 부분을 밝히기 위해 추가 실험의 필요성을 언급한 점도 판단의 근거가 됐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최종보고서에 ‘간질성 폐렴’ 항목 데이터 등이 제외돼 있다”며 “실험 데이터를 임의로 누락한 행위는 증거위조죄에서 말하는 ‘새로운 증거 창조 행위’에 해당한다”고 유죄로 판단했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조 교수가 옥시로부터 받은 자문료 1200만원에 대해서도 “단순한 자문의 대가로 보기에는 과도한 금액”이라고 본 1심과 달리 “연구와 관련 없이 옥시의 필요에 의해 체결한 정당한 자문에 대한 대가”로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서울대 산학협력단으로부터 연구 용역과 무관한 물품 대금 5600만원을 가로챈 혐의(사기)에 대해서는 1심과 같이 유죄로 판단했다. 연구비 소유자가 산학협력단인 만큼 조 교수가 연구비를 연구실 기자재 구입 명목 등으로 사용했다고 하더라도 유죄라는 것이다.

[오경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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