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7 (토)

정신건강증진센터 직원이 3억2천만원 횡령…해외여행 등 '펑펑'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공공예산 들어가는데 관리·감독은 허술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공공예산으로 운영되는 시설인 정신건강증진센터의 회계 직원이 예산에서 빼낸 돈으로 호화 생활을 즐기다가 적발됐다.

서울 은평경찰서는 2013년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3년여에 걸쳐 3억2천만원을 빼돌린 혐의(업무상 횡령 등)로 은평구 정신건강증진센터 회계담당 직원 최모(29·여)씨를 구속했다고 28일 밝혔다.

정신건강증진센터는 주민의 정신건강 증진과 정신질환 예방을 위해 공공예산으로 운영되는 기관이다.

연합뉴스

서울 은평경찰서
[연합뉴스TV 제공]



은평구 정신건강증진센터는 서울시와 은평구가 예산의 50%씩 부담해 운영을 병원 등 민간에 위탁하는 형태라고 한다. 연간 예산은 7억원 규모여서 산술적으로 따지면 최씨는 범행 기간 전체 예산의 약 13%를 챙긴 셈이다.

최씨는 2009년 센터에 계약직 직원으로 취직해 회계 업무를 맡았다.

경찰에 따르면 그는 직원 급여에서 원천 징수되는 부분은 직원들의 실수령 급여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 빼돌려도 티가 나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했다.

최씨는 원천징수한 근로소득세, 4대 보험료, 퇴직적립금 등을 주 사업 계좌에서 예비 계좌로 이체하고는 이 돈을 자신의 금융계좌 3개로 분산 이체하는 수법으로 돈을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사업예산이 남으면 반납하는 대신 회계연도 말에 허위로 결산보고서를 써서 구청에 보고하는 식으로 횡령하기도 했다.

첫 범행은 지인의 500만원 대출 보증을 섰다가 지인이 잠적하자 저질렀다고 한다. 경찰은 "채무가 넘어와 다급한 마음에 공금에 손을 댔다가 들키지 않자 점점 대담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최씨는 빼돌린 돈을 고가 가방과 자동차에 썼고 남자친구와 일본, 호주, 프랑스 등으로 여행을 다녔다. 몸값이 100만원 넘는 고양이 두 마리도 산 것으로 조사됐다.

최씨의 횡령과 호화 생활은 센터 예산을 감독하는 은평구 보건소의 담당 직원이 최근 교체돼 업무를 인수인계하는 과정에서 들통났다.

보건소 직원이 서류상 미비점을 발견해 추가 자료를 요구하자 최씨는 휴가를 내버리기도 했다. 경찰 수사로까지 일이 커지면서 고가 외제 차를 팔아 횡령액 일부를 변제했지만, 구속은 피할 수 없었다.

경찰 관계자는 "회계 지식이 없는 보건소 직원이 센터 예산을 감독하는 데다가 순환 근무가 이뤄져서 제대로 관리하기 어려운 구조였다"며 "그나마 지난해부터 지출 증빙을 첨부하게 하면서 최씨의 횡령을 적발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전했다.

경찰은 이 사건을 구조적 비리로 보고 전국 대부분 지자체에 있는 정신건강증진센터에 대한 감사를 강화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jk@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