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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대선 이후 집값 어떻게 될까 | 규제·복지 위주 공약…투자 꺾일듯 역대 대선 전후 집값 대체로 하락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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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는 집값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1980년대 이후 역대 대선이나 총선을 되돌아보면 선거 이후 집값은 오히려 전년도에 비해 떨어지거나 주춤했다.

총선과 대선이 함께 치러진 1992년 전국 주택 매매가격은 4.97% 떨어졌다. 총선이 있었던 2004년에도 2.07% 하락했다. 17대 대선이 있었던 2007년 하반기 집값이 0.76% 오르긴 했지만 2005~2006년 집값이 폭등한 데 비해 매수세가 위축됐다.

18대 대선과 19대 총선을 모두 치른 2012년은 유럽발 재정위기로 힘든 시기였다. 전국 아파트값은 2012년 하반기에만 1.73% 떨어졌다. 16대 대선과 월드컵이 열리면서 집값이 8.8%(하반기 기준) 오른 2002년을 제외하면 대선은 대체로 부동산 시장에 악재로 작용했다.

이런 경험 때문에 오는 5월 9일 차기 대선을 앞두고 부동산 시장은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 주요 대선 주자들이 부동산 시장 활성화보다는 규제 강화나 주거복지에 초점을 맞춰 공약을 내놓고 있기 때문. 대선 주자마다 ‘1300조원 넘는 가계부채 줄이기’를 차기 정부의 주요 과제로 꼽고 있는 만큼 실수요자가 대출받기 더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다수 부동산 전문가가 이번 대선이 단기적으로 주택 시장을 위축시킬 것으로 전망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올해 공격적인 투자보다는 보수적인 관점에서 주택 시장을 바라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19대 대선 주요 후보들이 부동산 보유세 강화,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도입,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 등 부동산 부양책보다는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공약을 내걸고 있다”면서 “올 하반기 금리 인상에 입주 물량이 쏟아질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에서 주택 구매심리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물론 한편에선 새 정부가 집값을 무조건 낮추는 정책을 펼치긴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두성규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대선 이후 6개월~1년간은 부동산 거래가 위축되는 등 새 정부 정책이 영향을 발휘하겠지만 결국 집값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며 “집값을 낮추려는 정부 의도와 달리 부동산 시장 양극화만 더 심화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규제 칼날이 서울·수도권 시장 열기를 부추기고 상대적으로 수요가 적은 지방 부동산 시장엔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의미다.

정리하면 서울 도심권과 강남권 주택 시장은 공급 대비 수요가 많아 현 시세를 유지하거나 더 오를 여지가 있지만 지방은 당분간 가격 조정기가 이어질 것이란 결론이 나온다. 함 센터장은 “그간 공급과잉 우려가 끊이지 않던 대구, 경남 등 지방 주택 시장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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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대선 덕에 훈풍?

▷미입주 물량 우려…이전 계획 살펴야

그나마 지방에선 세종시 부동산이 수혜를 입을 것이란 기대가 적지 않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선 후보들은 저마다 세종시의 행정 기능 강화를 공약으로 내걸고 있어서다.

문재인 후보는 행정자치부·미래창조과학부의 세종시 이전을, 안철수 후보는 청와대와 국회의 세종시 이전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고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 유승민 후보도 국회를 세종시로 옮기는 방안에 찬성 의견을 나타냈다. 심상정 후보도 세종시 행정기능 강화를 내걸었다. 어느 후보가 차기 정부를 이끌어나가든 충청권 부동산 시장에 적잖은 파장이 예고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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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는 주요 대선 후보들이 공통적으로 행정 기능 이전을 약속한 지역이라 투자자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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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태욱 동양미래대학 경영학부 교수는 “세종시 이전이 확정된다면 세종시를 포함해 대전시 등 주변 지역 개발이 급속도로 진행될 것”이라며 “주택·토지 등 주요 부동산 가격이 급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세종시는 지난해 5월 이후 청약 현장마다 수백 대 1에 달하는 청약경쟁률과 미분양 ‘제로’를 기록할 정도로 부동산 시장이 뜨거웠던 곳이다. 11·3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분양권 전매제한이 강화되면서 조금씩 열기가 식더니 입주 물량까지 늘면서 부동산 거래가 한산해진 감이 있긴 하다. 하지만 5월 대선을 앞두고 각종 공약이 쏟아지면서 세종시 집값이 다시 반등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 적지 않다.

다만 집값 상승은 어디까지나 청와대와 국회를 비롯해 모든 행정기관이 이전됐을 때 가능한 시나리오. 대선 직후 곧바로 세종시 부동산 활황을 기대하기엔 이르다는 주장도 있다. 행정 기능의 세종시 이전은 국민적 동의가 필요한 일인 만큼 단기간에 이뤄지기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최근엔 세종시 아파트 전셋값이 전반적으로 3000만~5000만원씩 떨어지면서 미입주 아파트에 대한 불안감도 커졌다.

김일수 스타아시아파트너스 대표는 “대선 국면을 맞아 세종시 투자 기대감이 커지긴 했지만 세종시 이전 공약이 ‘공수표’로 끝날 수도 있다. 새 정부가 세종시 이전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과 일정을 제시한 뒤 투자해도 늦지 않다”고 조언했다.

▶강남 재건축 어떻게 되나

▷대선 전 거래 늘었지만 대출규제 부담

최근 몇 년간 부동산 시장 불씨를 지펴온 서울 강남권 재건축 시장은 어떻게 봐야 할까. 대선 후보 부동산 공약을 보면 ‘재건축 층수 규제 완화’를 내세운 홍준표 후보가 당선될 경우 재건축 시장이 호황을 누릴 거란 기대도 있다. 하지만 다른 유력 주자들은 대체로 재건축 규제 완화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때문에 시장에서도 대선을 앞두고 강남 재건축 단지가 위축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다만 최근 거래 추이를 보면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강남 3구 주택 매매 거래량이 증가하는 등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3월 강남 3구 아파트 거래량은 1229건으로 전월(802건) 대비 53.2% 증가했다. 강남 재건축 시장이 가장 활기를 띠던 지난해 같은 기간 거래량(1375건)과도 큰 차이가 없다. 4월 들어서도 강남권 아파트 935가구가 사고팔렸다(4월 21일 기준).

강남 일대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주춤하던 아파트값이 다시 오르기도 했다. 오는 5월 관리처분 총회를 앞두고 있는 강남구 개포동 개포1단지 전용 50㎡의 경우 지난해 4월 9억5000만~9억9000만원에 거래됐으나 올 2분기 12억9000만원에 실거래되면서 1년 새 3억원이나 올랐다. 현재 전용 42㎡의 경우 11억3000만~11억4500만원, 58㎡는 13억6000만~13억8000만원에 매물로 나와 있다. 관리처분인가 신청을 마치고 하반기 이주를 앞둔 개포4단지도 최근 전용 50㎡가 10억9000만원에 팔렸다. 지난해 3월 실거래가(8억8000~9억원) 대비 2억원가량 오른 가격이다.

시장에선 일단 올해까지는 강남 3구 아파트값 상승세가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유예가 종료되는 내년부터는 재건축 추진 단지별로 희비가 엇갈릴 전망. 일례로 아직 정비계획안조차 수립 안 된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초과이익환수제를 적용받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지난 3월 최고 14억원에 거래됐던 전용 84㎡가 4월 들어 12억8000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역시 재건축을 위한 새 정비계획안 심의소위원회가 차일피일 미뤄지자 거래가 한산해지고 매매가격도 3000만원가량 빠졌다. 물론 초과이익환수제가 아니더라도 대출 비중이 큰 재건축 시장에서 금리 인상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국 금리 인상 여파로 국내 대출금리가 오르면 투자 수요가 급속도로 위축될 수 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가계부채 관리 차원에서라도 새 정부가 대출 옥죄기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강남 재건축 단지 상당수가 최고점을 회복한 만큼 대선 직후 가격 조정기를 거칠 가능성은 있다”고 전망했다.

도움말 주신 분들(총 10명, 가나다순)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 김일수 스타아시아파트너스 대표, 김종선 BSI경영연구원장, 두성규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의원,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금융학과 교수,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안민석 에프알인베스트먼트 연구원, 한태욱 동양미래대학 경영학부 교수,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

[정다운 기자 jeongdw@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05호 (2017.04.26~05.0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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