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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KT ‘배터리 절감 기술’ 만든 2년간의 새벽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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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사 간 고객 편익 기술 경쟁 이끈 KT융합기술원을 찾다

“이건 우리가 잘했습니다.” 지난 26일 KT 배터리 절감기술의 산파 역할을 한 서울 서초구 KT융합기술원을 찾았을 때 이곳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KT는 지난 1일부터 새로운 배터리 절감기술인 CDRX(Connected mode Discontinuous Reception)를 전국 네트워크에 적용했다. KT가 시험인증단체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에서 갤럭시S8 모델을 이용해 테스트한 결과 CDRX를 적용한 스마트폰의 이용시간이 최대 4시간27분(45%)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KT가 갤럭시S8 출시에 맞춰 이 같은 기술을 앞세워 포문을 열자, 경쟁사들도 같은 기술을 자사 고객들에게 제공하면서 통신 소비자가 혜택을 누리게 됐다. 배터리는 기존보다 길게 쓰면서 돈을 더 내는 것도 아니니, 고객이 덕을 보는 통신사 간 경쟁이다.

상호 비방이 끊이지 않던 이동통신업계에 오랜만에 고객 편익을 늘리는 기술 경쟁이 뜨겁다. CDRX라 불리는 배터리 절감기술은 배터리의 양을 물리적으로 늘리는 게 아니라 네트워크와 스마트폰의 통신을 최적화한다. 이 기술을 적용하면 스마트폰의 통신 기능은 데이터를 주고받을 때만 활성화돼 배터리를 아낄 수 있다. 고급 승용차가 정차 시에는 엔진 구동을 자동으로 멈춰 연료 소모를 줄이는 방식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미국의 AT&T나 버라이즌, 일본의 NTT도코모, 스페인의 보다폰 등 해외 통신사들은 일찍이 이 기술을 도입했다.

‘통신 강국’ 한국에 이런 기술 도입이 늦어진 이유를 물으면 “한국이 통신 강국이기 때문”이라는 역설적인 답변이 돌아온다. 기존의 스마트폰은 늘 통신 기능을 활성화하고 있지만, CDRX가 적용되면 통신 기능이 주기적으로 꺼진다. 그만큼 데이터 통신에서 손실이 발생할 우려도 있다. 반면 한국 소비자들은 신속하고 원활한 데이터 통신에 매우 민감하다.

이 같은 소비자의 까다로운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KT 연구진은 2년간 CDRX 실험을 반복하며 기술을 최적화했다. 사용량이 많은 낮에 실험을 하면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어 실험은 주로 새벽에 이뤄졌다. 단말기 종류가 다양하다 보니 기술 구현 여부를 종류별로 하나씩 확인해야 했다. 기지국별로 다르게 적용되는 문제도 살펴봐야 했다. 김영식 KT 네트워크연구기술지원단장은 “다른 시간대에는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새벽에 시험하기 위해 돌아다녀야 했다”고 말했다.

KT가 지난 1일부터 CDRX를 전국망에 적용하자,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해당 기술을 자사망에 적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 통신사들이 단말기 보조금 이외에 서비스에서 차별화를 꾀할 수 있는 부분이 제한적이었다”며 “통신사 간 기술 경쟁이 고객의 편익으로 이어진 부분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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