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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전례없는 트럼프 행정부 합동성명…북핵 해결 외교자원 집중 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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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오바마 행정부 ‘현상유지’에 비해 ‘현상변경’ 의지 강해

큰 기회-큰 위험 동시에 안고 있어

평화적 비핵화, 정권교체·군사행동 배제 긍정적

북핵 포기 상응대가·협상 시작 전제조건 등 세부사항 중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외교안보 수장들인 국무·국방·정보 등 3부 장관이 합동성명 형식으로 26일(현지시각) 대북 정책을 발표한 것은 공식성이나 대외 메시지 측면에서 상당한 무게감을 지니고 있다. 또한 간헐적으로 거론되던 ‘대북 협상을 통한 비핵화’를 합동성명 형식으로 공식화한 점도 트럼프 행정부가 그동안 보였던 대북 기조 혼란상에 비춰보면 의미가 있다.

이날 ‘3부 장관 합동성명’ 형식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북핵 문제 해결을 대외정책의 최우선 순위로 다루겠다는 선언이자 앞으로 외교 자원 등을 집중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는 일차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4년 안에 북한이 미국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핵·미사일 능력을 갖출 수 있다는 위협 평가가 바탕에 깔려 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100일(29일)을 앞두고 국내 문제에서 뚜렷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외 문제에서 돌파구를 찾겠다는 의도도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외교가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에 대한 공습 이후 지지율이 오르자 북핵 문제에 관심을 부쩍 보이기 시작했다는 얘기가 널리 퍼져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치의 부진을 외치에서 만회하려고 시도한다면 북핵 해결 과정에서 ‘큰 기회’가 될 수도 있고 ‘큰 위험’이 될 수도 있다. 북핵 문제의 ‘현상 유지’에 강조점을 뒀던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 비교하면, ‘현상 변경’을 위한 강한 동력이 생겼다는 점에서는 기회다. 하지만 뚜렷한 성과가 잡히지 않으면, 트럼프 대통령이 급작스럽게 극단적인 방향으로 진로 변경을 하거나 방치할 여지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이는 자칫 한반도에 큰 위험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내용적으로 보면, ‘중국 역할론’이나 단기적으로 ‘최고의 압박’을 통한 ‘북한의 비핵화 협상 복귀’ 유도는 그동안 언론을 통해 흘러나왔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평화적 방식의 한반도 비핵화”라는 분명한 언명을 통해 대북 군사행동이나 ‘김정은 정권 교체’를 선택지에서 사실상 제외한 것은 의미가 있다. 이는 향후 대북 협상을 위한 기본적인 토대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한반도 비핵화’를 목표로 내걸어, 한국에 전술핵 배치 등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점도 평가해줄 수 있는 대목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 밑그림은 나왔지만, 세부적인 내용을 채워나가는 과정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당장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상응대가는 알려진 것이 없다. 협상 시작을 위한 북한의 초기 조처를 어느 정도 수위에서 정할지도 결정해야 한다. 오바마 행정부는 영변핵시설 동결과 국제원자력기구 사찰 등을 협상 시작의 전제조건으로 내걸어 사실상 협상이 이뤄질 수 없었다. 어찌 보면, 이런 세부적인 사항들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북핵 해결 의지가 판가름나고, 동시에 차기 한국 행정부의 외교적 역량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또한 북핵 협상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압박과 고고도미사일방어(사드) 체계 등 군사적 억지 수단 증강 배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속도감 있게 제재 국면에서 협상 국면으로 넘어가지 못하면, ‘강 대 강’ 구도가 깊어질 우려가 있다. 해리 해리스 미 태평양사령부 사령관도 이날 하원 청문회에서 “북한이 미국에 위협을 가할 수 있는 군사적 능력을 갖추게 된다면 이는 미국에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미국 상원의원 100명 전원을 대상으로 한 대북 설명회는 공개된 것과 큰 차이는 없었다고 의원들은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100일을 부각하기 위한 들러리 행사 성격이 짙다는 비판과 함께, 대북 정책과 관련해 의회와 협조하는 모양새를 보여준 것이라는 평가가 동시에 나온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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