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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나진-하산 사업이 남북관계 푸는 첫단추가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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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그 어느 때보다 긴장이 고조된 시점에 우리는 새 정부의 출범을 기다리고 있다. 새 정부는 과거를 이해하고 앞으로 방향도 잘 설정해 통일정책을 이끌어갈 새로운 대북정책의 밑그림을 그려야 할 것이다.

개도국과 협력을 할 경우 우선 추진하는 사업이 물류인프라 개발이다. 한 국가의 경제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혈류라 할 수 있는 항만, 공항, 고속도로가 필요하다. 우리나라도 부산항, 인천항 그리고 경부고속도로를 기반으로 오늘의 경제를 이룰 수 있었다. 새 정부가 안보 위기의 중압감에서 벗어나 빠르게 추진할 수 있는 남북협력이 물류인프라 사업일 것이다. 남북의 눈높이를 맞출 수 있고 대북 리스크도 최소화할 수 있는 사업, 바로 그것이 우리가 마지막으로 접은 나진-하산 프로젝트이다. 나진-하산 사업은 북한과 나진항 3부두를 소유하고 있는 러시아 철도공사의 지분을 우리나라 컨소시엄이 인수하여 남·북·러 공동으로 나진항을 운영하여 국제물류 거점으로 성장시키는 사업이다. 본 사업은 우랄산맥 근처 러시아 석탄을 5000㎞를 운송해서 나진항을 통해 우리나라 항만으로 이송하는 사업이었다. 당시 물류전문가인 본인의 눈에는 이 사업의 경제성과 지속성에 대해 큰 의문을 일었고 경제적, 환경적 관점에서 지속가능한 다른 물류사업 추진을 정부당국에 촉구했었다.

나진항은 천혜의 자연조건을 가진 항만이다. 현재 수심은 12.5m 정도이나 일부 보완공사만 한다면 대형 선박의 접안이 가능한 16m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고 소초도와 대초도가 방파제 역할을 하는 동해에서 보기 어려운 수려한 항만이다. 그러나 나진항의 진면목은 자연조건보다 지경학적 입지이다. 나진항은 북-중-러 국경에 인접해 있고 중국은 도로와 철도로 50~60㎞, 러시아와는 철도로 50㎞ 거리에서 연결이 가능하고 중국의 표준궤 철도와 러시아의 광궤 철도가 병행 사용되는 국제복합물류거점인 것이다. 중국의 동북 3성 중 항만이 없는 헤이룽장성과 지린성에 나진항은 필수조건인 셈이다.

중국 지린성 기업들은 국경도시인 훈춘에서 53㎞ 거리에 있는 나진항을 이용하지 못하고 1000㎞를 돌아서 랴오닝성 다롄항과 잉커우항을 이용하고 있다. 결국 불필요한 물류비와 시간을 허비하고 있어 대외 경쟁력이 떨어지고 국내외 무역 부진으로 외자 유치도 안 되는 저개발 지역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나진항을 통해 이뤄졌던 한-러 간 석탄 시범운송 사업을 북-중 간 컨테이너 비즈니스 사업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중국 동북 2성에서 나오는 컨테이너 화물을 나진항을 통해서 처리할 경우 중국은 비용 절감이 가능하고 나진항을 운영하는 기업은 고수익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2015년 11월 나진-하산의 3차 시범운송 당시 석탄 운송의 부대사업으로 지린성에서 생산되는 백두산 생수를 부산항까지 운송했었다. 이는 큰 관심을 끌지는 못했으나 백두산 인근 지역에서 훈춘을 거쳐 나진항에서 부산항으로 가는 첫 운항이 갖는 의미는 크다. 기존 백두산, 연변, 다롄을 거쳐 우리나라 평택항과 부산항으로 들어오는 물류 루트를 대략 1000㎞ 이상 단축하고 이틀 이상의 시간도 절약하는 지름길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기존 나진-하산 프로젝트의 개념으로 나진항 3부두에 우리나라 기업들과 러시아 철도공사가 북쪽과 공동으로 나진항을 운영할 경우 백두산에서 운송한 생수처럼 지린성, 헤이룽장, 몽골과 극동러시아 화물들을 나진-부산항 경로를 통해 동북아 그리고 전세계로 내보낼 수 있다. 이는 물류에 소외된 동북아 북방물류시장의 새로운 기회이자 우리나라는 해당 지역에 중요한 물류거점을 확보하여 정치 및 경제적 측면에서 우위를 점유할 수 있는 ‘신의 한 수’인 것이다. 이 사업은 나진경제특구 개발, 북-중-러 접경 물류사업에 남쪽 기업들의 참여 기회를 여는 발판이 될 수 있으며, 남북관계를 진전시킬 수 있는 마중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한반도가 유라시아 대륙으로 뻗어 나가는 물류네트워크를 미리 만들어 나가는 효과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새 정부에 바란다. 나진-하산 사업을 조속히 재개하기를!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이성우 항만·물류연구본부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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