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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8 (화)

[fn사설] 美 법인세율 15% … 후보들 현실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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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투자 빨아들일 듯.. 우리도 더 내려야 할 판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현행 35%에 이르는 법인세율을 15%로 대폭 낮추는 내용의 대대적인 세제개편안을 26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는 대규모 감세와 인프라 투자를 통해 미국 경제성장을 이끌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을 실행하기 위한 조치다.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은 "이번 세제개편안은 미국 역사상 최대의 감세이자 세금 개혁"이라고 강조했다. 세율을 이만큼 인하하면 10년간 2조2000억달러의 세수감소가 우려된다고 하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감수하고 과감한 선택을 했다.

의회를 거치면서 세율이 다소 조정될 여지는 있지만 미국의 법인세가 세계 최고에서 일거에 최저 수준으로 낮아지는 것은 기정사실이 됐다. 법인세율 15%는 프랑스(33%), 일본(30%), 독일(30%), 영국(20%) 등 주요 선진국은 물론 한국(22%)보다도 한참 낮은 수준이다. 법인세 조세피난처로 불리는 아일랜드(12.5%)와도 불과 2.5%포인트 차로 근접한 것이다. 게다가 미국은 세계 최대의 시장이다. 기업 활동과 투자를 부추기기에 충분한 조건이 된다.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은 덤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미국으로 몰려갈 만하다.

미국의 감세조치로 인해 세계적인 법인세 인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가능성이 크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19개국이 법인세를 인하했다. OECD 국가의 평균 법인세율은 2000년 34%에서 지난해 22.5%까지 낮아졌다. 기업 투자를 자국으로 끌어들여 침체된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였다. 주요국들은 미국에 기업을 뺏기지 않기 위해 기존 감세 계획을 재검토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우리나라 상황은 세계적 추세와 정반대다. 한국의 세수에서 법인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12.8%(2015년 기준)로 OECD 3위다. 불황에도 지난해 법인세수는 52조원으로 사상 최대였다. 우리 기업들의 세부담이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런데도 대선 후보들은 퍼주기 복지공약의 재원 마련을 위해 법인세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만이 감세를 말했을 뿐이다. 투자를 하고 일자리를 만들어 경제를 살려야 할 기업을 그저 옭아매고 털어낼 궁리만 한다.

여러 후보들 주장대로 법인세율이 22%에서 25%로 인상되면 미국보다 10%포인트나 높아지는 결과가 된다. 기업 환경 면에서 양국은 비교가 안된다. 투자 의욕이 꺾인 우리 기업의 해외 이전이 가속될 것이 뻔하다. 기업 없이 어떻게 경기를 살리고 일자리를 만들 수 있겠나. 대선후보들은 제발 세계의 흐름을 읽어주기 바란다. 이대로 가면 우리나라는 서서히 끓는 '냄비 속의 개구리' 신세가 될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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