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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5 (수)

靑 인사수석 "김기춘, 문체부 공무원 사표 지시 없었다"…특검과 날선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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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진흥원 관계자 "진심으로 사과드리고 싶다"

문화·예술계 지원배제명단(블랙리스트) 집행에 소극적이던 문화체육관광부 1급 공무원 3명을 '성분 불량' 이유로 강제 사직시킨 혐의에 대해 "그런 적이 없다"는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증언이 나왔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해당 증언에 반대되는 문건을 제시하며 반박했다. 문체부 실무자가 '블랙리스트' 집행을 사과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청와대 인사수석 "문화 융성 위해 1급 사퇴"
정진철 청와대 인사수석은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황병헌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공소사실에 나온 자신의 행적을 부인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특검은 김 전 실장이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정 수석을 통해 문체부 고위공무원인 최규학 기획관리실장, 김용삼 종무실장, 신용언 문화콘텐츠산업실장에게 사직을 강요했다고 보고 있다.

정 수석은 특검이 "2014년 9월 갓 취임한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에게 문체부 실장에 대한 사표를 받으라고 요구한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그런 적이 없다"며 "되레 김 전 비서실장께서 청와대 수석들에게 각 부처 인사에 관여하지 말라고 주의를 여러 번 줬다"고 주장했다.

정 수석은 고위공무원 사직을 두고 '분위기 쇄신'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 전 장관이 외부에서 왔고 박근혜 정부에서 문화 융성을 제대로 추진하기 위해 1급을 교체한 것"이라며 "전체적으로 판을 새로 짠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답했다.

특검은 정 수석의 증언이 김 전 장관과 김희범 전 문체부 1차관이 진술한 내용과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특검에 따르면 김 전 차관은 정 수석의 지시를 김 전 장관에게 전달받고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러자 김 전 실장이 전화를 걸어 "문체부에 오래 있어 사사로운 감정이 개입하고 있다"는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특검은 정 수석이 부인한 인사 개입 문건을 공개했다. 김 전 차관에 따르면 정 수석은 2014년 9월 취임해 청와대에 인사차 방문한 자신에게 문체부 고위공무원을 A·B·C 등급으로 나눈 명단을 건넸다. 문건에서 A등급은 '내보낼 사람', B등급은 '전보해야할 사람', C등급은 '주의, 경고 요망'이라고 적시됐다.

정 수석은 해당 문건에 대해 "기억이 안 난다" 또는 "기억이 안 나므로 그런 일은 없었다"고 답했다. 특검이 거듭해서 해당 문건을 아는지 캐묻자 김 전 실장 변호인은 "기억이 안 나는 사실을 거듭 묻고 있다"며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출판진흥원 관계자 "진심으로 사과드리고 싶다"
이날 재판에서는 문체부 실무자가 세종도서(우수도서) 선정에 검열한 사실을 사과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증인으로 문체부 산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유모 콘텐츠진흥팀장은 "(문체부 담당 사무관이)늘 있었던 일이 아니었다고 했고 이런 일을 시켜서 미안하다고 했다"고 전했다.

특검에 따르면 출판진흥원은 조 전 장관 등의 지시를 받고 한국인 최초 '맨부커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 등 9권을 문제 도서로 선별해 세종도서에서 배제했다.

유 팀장은 발언 기회를 얻어 "출판산업을 육성하는 공공기관이 선정 배제에 관여해 진심으로 사과드리고 싶다"며 "어떤 이유를 대더라도 용서를 받을 수 없다. 다만 우리도 최선을 다해 선정 배제 대상을 최소화했다"고 울먹였다. 이어 "현장에서 출판계 분들을 만날 때 마다 직원들이 힘들어하고 있다. 저도 마음이 편해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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