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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목멱칼럼] 인사행정에도 한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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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극 인사혁신처장]
이데일리

대한민국의 대중문화가 세계로 뻗어나가면서 ‘한류’(韓流)라는 신조어가 탄생했다. 우리나라의 드라마, 가요 등에 열광하는 세계 젊은이들의 모습에 반만년의 문화유산을 지닌 ‘문화민족’의 자부심이 느껴진다.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하는 나라’로 경이적인 성장을 이룬 대한민국의 바탕에는 이러한 문화유산의 토대 위에 분명한 지향점을 갖고 국가 발전을 선도한 공무원의 역량 또한 빼놓을 수 없다. 많은 개발도상국의 공무원들이 대한민국을 찾아오는 이유다.

우리나라를 찾은 개도국 공무원들은 우리나라가 이룬 산업화와 민주화의 기적을 확인하고, 공무원 인사제도와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통신기술(ICT)이 집약된 한국의 인사관리시스템에 주목하고 있다. 터키, 캄보디아, 아랍에미리트, 콜롬비아 등의 국가가 인사혁신처와 인사관리분야의 업무협약(MOU)을 체결했으며 지난 달 튀니지의 반부패청장과 국회의원 등은 인사처를 찾아 우리의 재산공개제도에 관심과 공감을 보였다.

앞서 2월에 세르비아와 카자흐스탄을 방문했을 때도 우리나라 공무원의 인사관리에 대한 많은 호기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국립공무원교육원 개원을 준비 중인 세르비아는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과 이러닝(e-learning) 시스템 등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우리의 우수한 정책과 사례를 외국 정부가 배우는 행정한류는 대중문화의 그것에 비해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대한민국의 공무원 인사제도와 발전 경험은 개도국에게 선진적이고 바람직한 인사행정 모델로 평가받으며 확산되고 있다. 공무원 채용뿐만 아니라 교육훈련, 성과관리, 공직윤리 등 정부 인사관리 영역을 포함해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 한국 전문가가 해당 국가에 체류하며 컨설팅을 진행하기도 한다.

가장 활성화 된 것은 우리나라 공무원교육 프로그램에 개도국 공무원이 참여하는 분야다. 지금까지 125개국에서 5000명이 넘는 공무원이 이 과정을 이수했다. 지금도 세계 곳곳의 공무원들이 국가인재원에 와서 초급·중견·고급관리자 과정을 교육받고 있다. 교육을 수료한 이들은 해당국으로 돌아가 우리나라에 우호적인 지한(知韓), 친한(親韓) 인사로 성장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인사행정 한류는 우리나라의 발전경험을 개도국에 알리고 공유하는 것 외에도 경제적 부가가치의 창출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국가인재원의 외국 공무원교육프로그램의 대부분은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의 일환으로 정부 예산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이뤄져 왔다. 반면 ‘말레이시아 공무원과정’, ‘베트남 고위공무원과정’은 해당국이 교육예산을 부담하고 있다. 러시아, 쿠웨이트, 카자흐스탄 등도 예산을 부담하는 교육과정 개설을 요청하는 등 ‘주문형 과정’이 늘어나는 추세다.

인사행정 한류는 외국공무원 교육 외에도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할 새로운 분야가 다양하다. ‘e-사람’, ‘국가인재데이터베이스’, ‘공직윤리정보 종합시스템’, ‘나라 배움터’ 등 ICT에 기반을 둔 각종 인사관리시스템이 그것이다. e-사람은 채용, 승진, 급여 등 공무원 인사전반의 업무를 하나의 데이터베이스와 관리시스템으로 통합한 시스템이다. 국가인재데이터서비스는 공직후보자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관리하는 것이며 공직윤리정보 종합시스템으로 공직자의 재산등록과 공개, 주식백지신탁제도 등을 온라인으로 수행할 수 있다.

개도국에서는 한국의 인사행정 시스템이 효율성뿐만 아니라 정부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다며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시스템 수출을 본격화하면 다양한 분야에서 경제적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한국전쟁의 폐허에서 수십 년 만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달성한 대한민국은 개발도상국이 가장 선호하는 발전모델로 자리 잡았다. 대한민국의 발전 경험은 공무원 인사제도의 발전과 궤를 같이 해 왔다. 공무원인사관리를 총할하는 국가공무원법은 1949년 제정 이후 산업화 시대의 능률성, 민주화 시대의 책임성과 투명성 등의 가치를 담았고, 전자적 인사관리시스템은 정보화 강국의 면모를 보여준다.

인사행정 한류는 개도국에 일방적으로 진행돼서는 안 된다. 전파할 대상 국가의 문화, 여건 등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먼저 이뤄진 후 해당국에 맞는 인사정책으로 받아들여 ‘재창조’되는 방식이 바람직할 것이다. 나아가 인사행정 한류는 개도국을 넘어서 대상 국가를 다양화하고, 전자인사관리시스템, 역량평가 등 분야도 확대돼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국을 다녀 간 외국공무원 교육생과의 지속적인 교류는 인사행정 한류 뿐 아니라 한류 전체를 활성화하는 전략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들에 대한 사후 관리도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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