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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팀장칼럼] "남들이 뭐라하든 우리 매운맛으로" 뚝심으로 日 공략한 농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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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농심의 일본법인 농심재팬의 지난해 매출액은 3980만달러(약 450억원)로 전년 대비 30% 늘었고, 순이익은 5억원을 기록해 6년 만에 흑자 전환했다. 농심은 2011년 이후 라면의 본고장인 일본에서 대대적인 신라면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지난해 흑자 전환은 돈을 많이 쓰고도 달성한 유의미한 성과라고 볼 수 있다.

농심은 2013년부터 일본에서 시식 트럭 ‘신라면 키친카’를 운영 중이다. 매년 봄부터 가을까지 7개월간 주요 도시를 누비며 신라면 시식행사를 통해 한국의 매운맛을 알리고 있다. 그동안 신라면 키친카가 최남단 오키나와에서 최북단 홋카이도까지 일본 전역을 다니며 펼친 시식행사는 150여 회로 이동 거리가 10만km에 달한다.

농심은 또 일본에서 ‘신라면의 날’을 만들고 후쿠오카 야후돔, 하네다공항에 광고판을 설치하는 등 현지 마케팅을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증가와 흑자 전환은 이같은 노력이 성과를 낸 것이라고 농심은 설명한다.

사실 농심이 1987년 처음 신라면을 일본에 수출했을 때만 해도 일본 현지의 반응은 조롱 일색이었다. “터무니없이 맵다”는 평가가 다수였다. 먹어보지도 않고 폄훼하는 이도 있을 정도였다.

농심 내부에서조차 “일본인 입맛과 신라면은 맞지 않는다. 감자면 등 다른 라면을 수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매운맛 시장을 발굴하고야 말겠다”는 신춘호 회장의 의지로 정면 돌파에 나섰다. 그 후 30년, 신라면은 일본 시장에서 어느 정도 뿌리를 내렸다. 지금은 대형마트 ‘매운맛 라면’ 코너에 가면 신라면 외에도 돈가라시면, 탄탄면, 컵누들 톰양쿵 등 매운맛 라면이 자리하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일본 매운맛 라면 시장에선 신라면이 원조(元祖)”라고 밝혔다.

신라면은 우리나라 안양, 안성, 구미, 부산 공장에서 생산된 것은 물론이고 중국 상하이, 선양,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생산된 것까지 맛이 같다. “끊임 없는 노력으로 찾아낸 최고의 맛이라 세계 어느 나라에서 팔더라도 맛에 변화를 줄 필요가 없다”는 자신감이다. 이 덕분에 해외 각지에서 신라면을 먹는 한국인들은 한국의 향수를 느끼곤 한다. 칠레 최남단 신라면집에서 신라면을 먹어 본 남극 세종기지 근무자들이 대표적이다.

중국의 사드 보복 이후 중국인 관광객은 크게 줄었지만 수년 만에 다시 명동을 찾는 일본인은 늘고 있다. 이들 일본 관광객은 명동 유명 식당의 맛이 옛날과 달라졌다고 평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우리 식당들이 유커(중국인 단체 관광객)를 잡기 위해 중국인이 선호하는 맛으로 바꾼 결과다.

현지 공략을 위해 맛에 변화를 주는 일은 물론 주효한 전략 중 하나다. 하지만 너무 잦은 변화나 급격한 변화는 오랜 팬을 떠나게 한다. 신라면이 그 특유의 맛으로, 그리고 30년 간 진득하게 공략해 ‘라면의 본고장’ 일본 영토를 넓히는 것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

안재만 산업부 차장(hoonpa@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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