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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TDF 좋긴 한데…수백억 종잣돈 투자에 고민 커진 운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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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시점별로 상품 다수 출시해야…자투리펀드 규제 피하려면 자기자본 투자 불가피]

머니투데이

자산운용사가 TDF(타깃데이트펀드)를 선보이기 위해 수백억원에 달하는 자본금을 투자해야 하는 부담을 감수하고 있다. 설정액 50억원 미만인 '자투리펀드'를 인위적으로 줄이도록 한 금융당국 규제를 피하려는 고육책의 결과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투자자의 생애주기에 맞춰 자산 배분 전략을 조절하는 TDF가 신상품으로 부각되면서 자산운용사의 자금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는 소규모펀드에 대한 일종의 페널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설정액 50억원 미만인 소규모펀드 비중이 전체의 5%를 넘는 운용사에 대해 신상품 출시에 제동을 걸고 있다. 다만 해당 운용사가 새 펀드에 자기자본 50억원을 종잣돈 형태로 투자하면 상품 출시를 허용한다.

TDF는 다른 펀드와 달리 투자자의 예상 은퇴시점별로 대개 7개 이상의 펀드로 구분해야 하기 때문에 운용사의 종잣돈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지난 2월 TDF 7개를 내놓으면서 한국투자증권으로부터 펀드당 50억원씩, 총 350억원의 종잣돈 투자를 받은 것도 소규모펀드 규제를 우려해서다.

지난해 4월 TDF를 선보인 삼성자산운용도 삼성생명의 투자금 350억원을 받아 펀드를 설정했다. 당시 삼성자산운용은 소규모펀드 제한 비율에 걸리지 않았지만 초기 펀드 운용의 안정성을 위해 계열사로부터 종잣돈 형태로 투자를 받았다.

현재 KB자산운용,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 등도 TDF를 출시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한화자산운용을 제외하고 소규모펀드 비율(전체 펀드의 5% 이상)에 걸린 곳은 없지만 TDF가 적립식으로 소액을 투자하는 연금펀드란 점을 감안하면 1년 내 모든 펀드가 50억원 이상의 자금을 끌어모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따라서 신규 펀드를 준비 중인 운용사는 일정 부분 자기자본 투자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업계 관측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신상품 출시에 제동이 걸린 곳은 TDF를 내놓으려면 수백억원의 자본금을 한꺼번에 투자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며 "규제 대상이 아닌 운용사도 자칫 펀드 출시 후 자투리펀드를 대거 양산할 수 있다는 위험을 안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TDF는 개인의 예상 은퇴시기에 따라 펀드를 구분해 놓고 은퇴시점이 먼 펀드일수록 주식 비중을 높이고 가까워질수록 채권 비중을 확대한다. 은퇴를 얼마 안 남겨 놓으면 펀드의 상당 부분을 채권 등 안전자산을 편입해 그동안 벌었던 수익을 지키는데 주력, 안정적인 은퇴자금을 마련하는 구조다.

전병윤 기자 byje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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