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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7 (금)

'형제國'도 안 가린다… 美, 캐나다에 무역전쟁 선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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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멕시코 이어 이웃국가에 '펀치'

미국산 우유가 불이익 당한다며 캐나다 목재에 20% 관세 부과

캐나다, 국제기구 제소 등 항전

트뤼도 "나는 예의 바르지만 캐나다 이익 지키는데는 단호"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으로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아간다며 멕시코를 공격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에는 "불공정 무역을 한다"며 캐나다로 화살을 돌렸다. '형제 국가'라고까지 불리는 캐나다에 대해 "우리를 속였다" "수치스러운 일" "참지 않겠다" 등 거친 표현을 여과 없이 사용하며 무역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멕시코, 캐나다 등 남북으로 국경을 맞댄 두 나라에 모두 무역 전쟁을 선포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 시각) 트위터에 "캐나다가 위스콘신 등 국경 지역 주(州)에 있는 우리 낙농업자들의 사업을 매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 문제를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두고 보라"라는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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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보복 밝히는 美 상무장관 - 25일(현지 시각) 윌버 로스(왼쪽) 미국 상무장관이 백악관에서 정례 브리핑을 마치고 자리를 뜨고 있다. 로스 장관은 이날 캐나다산 목재에 대한 20% 관세 부과 방침을 밝혔다. /UPI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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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미국 농업을 장려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자리에서는 "캐나다가 미국에 매우 거칠었다는 것을 사람들이 깨닫지 못한다. 그들은 여러 해에 걸쳐 우리 정치인들을 속였다. 미 정부는 그것을 참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캐나다는 우리에게 엄청난 흑자를 내고 있다. 우리가 무역 적자를 보는 국가를 상대할 때 두려움은 없다"며 "그래서 대규모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최근 양국이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는 '우유'와 '목재' 전쟁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캐나다는 최근 NAF TA의 무관세 품목이었던 미국산 치즈 원료용 우유에 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8일 위스콘신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매우 매우 불공정하다.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 공언했고, 이후 1주일째 이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지난 20일 백악관에서 외국산 철강 수입이 미 안보를 침해하는지 조사하도록 하는 내용의 행정각서에 서명하는 자리에서도 "캐나다가 우리 낙농업자들에게 한 일은 수치스러운 일"이라며 "나프타는 우리나라에 재앙이 돼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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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미국 정부의 보복책이 나왔다.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24일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캐나다의 연질 목재(soft wood)에 정부 보조금이 부당하게 제공되고 있다"며 "20%의 상계관세(수출국의 장려·보조금 지원을 받은 제품에 부과하는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단독주택 건설에 주로 쓰이는 연질 목재는 캐나다의 주력 수출품으로, 전체 수출 물량의 80%에 해당하는 연간 50억달러어치가 미국에 수출된다.

연질 목재를 둘러싼 양국 분쟁은 수십년째 이어지고 있다. 미국 측은 "연질 목재를 만드는 데 쓰이는 자작나무 등이 캐나다의 국유지에서 저렴한 사용료를 내고 생산돼 싼값에 수출되므로 캐나다 정부가 업계에 보조금을 주고 있는 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캐나다도 항전 의지를 밝혔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지난 20일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미국은 캐나다와의 유제품 무역에서 4억달러 흑자를 낸다"며 "(캐나다) 유제품은 타당한 이유로 보호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농업 분야에서만큼은 우리가 글로벌 자유무역 시장에 있지 않은 것처럼 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24일 캐나다 언론 인터뷰에서는 "나는 예의가 바르지만, 캐나다의 이익을 지키는 데에는 아주 단호하다"고도 했다. 짐 카 자원부 장관과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외교부 장관은 25일 공동 성명을 내고 "대미 무역 분쟁에 대처할 태스크포스를 가동하고 국제기구 제소를 포함한 가능한 모든 방안을 동원해 맞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양국은 2013년 캐나다가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동참하지 않은 이후 최악의 관계 악화 위기를 맞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통 우방에 '무역 보복'이라는 칼을 빼든 것은 중국에 이어 2대 교역국인 캐나다로부터 지난해 기준 52억8000만달러 적자를 보고 있는 것이 직접적인 이유이다.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한 대선 공약을 지키지 못하게 되자, 캐나다로 화살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의 한 기자는 자신의 트위터에 "비난은 중국에, 관세는 캐나다에"라고 썼다.

[뉴욕=김덕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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