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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대외원조’ 지갑 닫는 美… 예산 30% 이상 삭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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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AID, 국무부에 통폐합 추진

민주당 반발… 트럼프와 마찰 예고

中은 아프리카-중남미 원조 확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개발도상국(개도국) 원조 예산을 대폭 삭감하고, 대외원조 업무를 담당하는 정부기관의 구조조정에 착수할 방침인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외교안보 전문매체 포린폴리시(FP)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2018년 회계연도 예산안에서 대외원조 예산을 기존 규모에서 30% 이상 삭감하기로 했다. 또 국무부 산하기관으로 대외원조 업무를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국제개발처(USAID)를 국무부에 통폐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향후 개도국에 대한 원조도 미국 국가안보 관련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프로그램 위주로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가에서는 이 같은 미국의 대외원조 정책 변화를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운영 기조인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의 적극적인 구현이라고 평가한다. 일반 국민이 성과를 체감하기 어려운 대외원조를 트럼프 행정부가 과감하게 줄이고 있다는 것이다.

USAID 안팎에선 현재 계획대로 대외원조 예산 삭감이 이뤄지면 이 기관이 진행 중인 30∼35개의 현장 프로젝트가 중단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또 USAID의 해외사무소 중 65% 정도가 폐지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상당수 개도국들이 투자 재원 조달과 집행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아프리카와 중남미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원조에 나서고 있어 이들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USAID 처장을 지낸 앤드루 나시오스는 “개도국들 사이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가장 크게 만들었던 도구(USAID)를 없애면 장기적으로 큰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USAID가 무엇을 하는 기관인지도 모르고, USAID 직원들이 개도국에서 얼마나 중요한 사람인지도 모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계획처럼 대외원조 예산을 축소하고, USAID를 국무부로 통폐합시키는 게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있다. 야당인 민주당이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데다 공화당 내에서도 미국의 전통적인 외교 기조를 선호하는 의원이 많기 때문이다.

한편 미 국무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소유하고 있는 플로리다 주 팜비치의 초호화 리조트 마러라고를 홍보하는 글을 해외 대사관과 홍보 사이트 등에 게재해 큰 비난을 받았다. 마크 타카노 연방 하원의원(민주당·캘리포니아)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백악관이 해외 원조는 줄이면서 마러라고 홍보에는 국민 세금을 쓰는 걸 보니 참 좋다”고 비꼬았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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