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4 (금)

평양 주유대란 … 핵실험 대비 판매 제한? 특권층 사재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기름표 1장 1만4000원 → 2만6000원

기름 바닥나 문 닫는 주유소 속출

“외교관 차량 아니면 주유 안 해줘”

중국의 원유 공급 중단 대비용 관측

일부선 “정유소 문제 생겨 일시 차질”

“지난주까지는 체감하지 못했는데 이틀 사이 평양의 차량 통행량이 확연히 줄었다. 내가 본 주유소는 모두 문을 닫았지만 문을 연 곳이 있다는 얘기는 돌고 있다.” 최근 흘러나온 평양 시내 ‘휘발유 대란설’과 관련, 북한에 체류중인 한 외신기자가 26일 기자에게 문자로 보낸 내용이다.

중국의 중앙TV(CC-TV)는 전날 밤 평양 주유소의 영업 제한 실태를 특파원 리포트로 내보냈다.

자오먀오(趙?) 특파원은 “지난 19일 외국인 거주지의 주유소에 갔을 때 외교관 차량 외엔 주유를 해 주지 않았지만 다른 주유소는 정상 영업을 했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문을 닫는 주유소가 늘어났다”고 보도했다. 그는 “가격도 15㎏을 넣을 수 있는 기름표 1장이 90위안(1만4700원)에서 최근 70% 오른 160위안(2만6200원)으로 뛰었다”고 말했다.

태양절(4월15일) 취재를 위해 방북했던 외신 기자들의 전언을 종합하면 주유 규제가 본격화되고 그 영향이 나타난 건 이번주 들어서인 것으로 추정된다.

‘주유난’은 사실로 확인됐지만 정확한 원인은 파악되지 않았다. 가장 많이 거론되는 건 비축설. 북한이 6차 핵실험 강행 이후 맞닥뜨릴 중국의 원유 공급 중단 제재에 대비해 석유 소비를 억제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복수의 베이징 외교소식통은 “중국이 북한에 원유 공급 카드로 압박하고 있는 것은 거의 확실하다”며 “다만 아직까지는 공급을 중단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북한 당국의 조치가 아니라, 특권층 수요자들이 제재에 대비해 ‘사재기’에 나선 것이란 해석도 있다.

베이징에 체류하는 한 대북 전문가는 “주유소들의 영업 중단은 휘발유 품귀 현상에 대비한 특수 계층이나 북한 기업 관계자의 사재기일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 주유소는 고려항공 등 국유 업체가 운영한다. 이밖에 군에서 특별한 수요가 있거나 정유 공장 가동에 문제가 발생해 휘발유 생산이 일시적 차질을 빚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과거엔 이런 사례가 없었다고 한다. 평양에서 근무한 중국인은 “기름값 인상 직전 주유소 영업이 일시 중단된 적은 있었지만 일주일씩 길어진 적은 없었다”고 했다. 평양 특파원 출신 중국인 기자도 “근무 3년 동안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지 못했던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2010년 무렵부터 평양을 포함한 북한 도시의 자동차 숫자는 꾸준히 증가했다. 평양 취재를 마치고 22일 돌아온 일본인 기자는 “큰 사거리 구간에선 신호대기 차량이 늘어서는 현상도 목격했다”고 말했다. 접경지역인 단둥(丹東)의 대북 사업가는 “2012년 무렵부터 평양에는 유로화로 결제하는 택시가 등장해 외국인들의 이용이 늘어나는 등 자동차가 급증했다”고 말했다. 늘어난 차량의 대부분은 중국제다.

복수의 당국자에 따르면 북한은 연간 100만t 정도의 석유를 소비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 당국자는 “중국은 연간 53만t의 원유를 1%의 저리차관으로 공급하는 데 결국 대금을 탕감해 줘 사실상 무상원조나 마찬가지”라며 “이와 별도로 휘발유 등 정제유 형태로 20만t 가량이 더 들어가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게 다가 아니다. 북한은 중국 이외에 러시아나 동남아 국가들로부터 연간 수십만t의 정제유를 수입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북한은 중국과 관계가 냉랭해진 2014년부터 러시아와 관계를 강화하며 석유를 상당량 공급받게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의 대외무역 관계자도 2014년 “우리라고 기름을 중국에만 목매란 법이 있나”고 말한 적이 있다.

정부 당국자는 “3개월만 석유가 끊기면 북한이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며 “문제는 중국의 태도인데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에는 중국도 전면 중단은 아니더라도 상당 폭의 공급 제한 카드를 꺼내 들 분위기”라고 말했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예영준 기자 yyjune@joongang.co.kr

▶SNS에서 만나는 중앙일보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포스트]

ⓒ중앙일보(http://joongang.co.kr) and JTBC Content Hub Co., 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