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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잼쏭부부의 잼있는 여행]⑬ 우리가 경유하는 이유, 쿠알라룸푸르에서의 24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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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만에 알차게 환승 여행 즐기기

리틀인디아, 새공원···이국적인 수도

일본이나 중국 같은 가까운 나라들은 직항 비행기를 타고 몇 시간이면 도착하지만, 그보다 멀리 떨어진 나라에 갈 때에는 다른 도시를 경유해서 갈 때가 많아요. 누구나 원하는 여행지로 바로 가고 싶은 마음은 같겠지만, 직항은 비싸다는 게 단점이죠! 반면에 조금 느리지만 중간에 한 도시를 경유해서 가면 가격이 저렴해져요. 돈보다 시간이 많은 저희 부부! 다음 여행지인 스리랑카에 가기 위해 경유 겸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를 여행하게 됐어요.

쿠알라룸푸르에서 머무는 시간은 24시간. 도착하기 전에는 24시간이면 이것저것 다 해볼 수 있는 시간 같았지만, 막상 도착해보니 생각보다 짧게 느껴졌어요. 우선 공항에서 쿠알라룸푸르 센트럴역(KL Sentral)까지 버스로 한 시간 넘게 걸리고, 또 숙소에 짐 푸는 시간까지 더하니 두 시간은 후딱 지나갔어요. 공항철도와 공항버스는 KL 센트럴역이 종착지이자 출발지이기 때문에 하루 환승으로 머물기에는 이 근처의 숙소가 좋아요. 다음 날 숙소에 짐을 맡겨두고 여행하기도 편리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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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국가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의 인도인 주거지 리틀인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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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을 풀고 나서 가장 먼저 들른 곳은 리틀 인디아(Little India)에요. 여러 문화가 섞여있는 말레이시아에서 인도 문화를 엿볼 수 있는 동네에요. 센트럴역에서 10분 정도 걸어가니 흥겨운 인도 음악이 들리기 시작했어요. 사람들도 음식도 간판도 인도 느낌이 물씬 풍겨서, 마치 인도로 순간 이동한 기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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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은 바나나잎으로, 수저는 손으로 대체해야 하는 인도식 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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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픈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 도로변의 한 음식점! 현지인으로 북적이기에 진정한 맛집의 기운이 풍겨서 ‘여기다!’ 싶어 가게에 들어갔어요. 주문한 카레가 나왔는데, ‘헉!’ 그릇이 아닌 바나나 잎에 밥을 주네요. 진정한 웰빙이에요.

그런데 밥을 먹으려고 보니 숟가락이 없어요. 주위를 둘러보니 다 현지인 뿐. 모두 손으로 밥을 먹고 있었어요. “그까짓 거! 우리도 손으로 먹어보자!” 도전 정신이 생겨 손으로 먹어 보기로 했어요. 그런데 밥을 손으로 먹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네요. 우리나라처럼 찰기가 있는 쌀이 아니라 점성이 없는 폴~폴~ 날리는 쌀이라, 밥을 입까지 가지고 가는 동안 후드득후드득 떨어지더라고요. 다이어트 하는 것도 아닌데 의도치 않게 소식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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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알라룸푸르 랜드마크 쌍둥이빌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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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먹고 나니 벌써 도시가 어둑해지고 있었어요. 도시는 역시 야경이죠! 쿠알라룸푸르의 랜드마크인 페트로나스 트윈타워를 보기 위해 센트럴 역에서 모노레일을 탔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 모노레일이 아닌 전철을 타야했네요. 그래도 트윈타워 근처까지는 간다고 하니 내려서 조금 걷기로 했어요.

페트로나스 트윈타워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쌍둥이 빌딩이에요. 말레이시아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은 지 벌써 20년 가까이 되는데요, 밤이면 인증샷을 찍기 위해 진풍경이 펼쳐져요. 저희가 도착했을 때도 많은 사람들이 바닥에 벌러덩 누워 있더라고요. 자세히 보니 여자친구의 한 장의 ‘인생 샷’을 위해 한 몸 바쳐 사진을 찍고 있는 남자친구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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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친구의 사진을 담기 위해 쌍둥이빌딩 앞에 벌러덩 누워버린 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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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윈 타워 뒤편으로는 호수공원이 있는데 밤이 되면 분수쇼가 펼쳐져요. 분수대 앞으로는 아이들이 노래에 맞춰 즉흥 춤을 추기도 하고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분수쇼를 구경하고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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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알라룸푸르의 날씨는 변화무쌍하다. 마른하늘에 갑자기 번개가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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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 너머 저 멀리서도 하얀 빛이 번쩍번쩍 거리기에 ‘역시 대도시라 콘서트도 많이 하는구나’ 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눈앞에서 엄청 큰 번개가 ‘쾅’ 하고 지나갔어요. 정말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었어요. 한편으로는 자연이 만든 빛 아래에서, 인간이 만든 빛은 한없이 작아 보이는 순간이었어요. 천둥소리가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는 것 같아서 야경구경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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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알라룸푸르 여행 명소인 새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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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센트럴역 뒤에 위치한 쿠알라룸푸르 새 공원(KL Bird Park)에 가기로 했어요. 지도를 보니 숙소 바로 건너편이라 걸어 가기로 했죠. 그런데 쿠알라룸푸르에는 고가 도로가 많아서 걸어서 빙 둘러 가야 하더라고요. 오전부터 쿠알라룸푸르의 햇살은 어찌나 따사롭던지. 땀을 주룩주룩 흘리며 한 시간 만에 새 공원에 도착했어요. 입장료는 성인 67링깃(약 17000원), 아동 45링깃(약 11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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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록달록한 말레이시아 토종 새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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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알라룸푸르 새 공원은 세계 최대의 방목형 새 공원이에요. 새들을 작은 새장에 가두어 둔 것이 아니라 거대한 새장 속에 사람들이 함께 들어가서 같이 체험하며 즐길 수 있어요. 자유로운 만큼 새의 배설물 폭탄을 맞을 위험도 있으니 조심해야겠죠? 새 공원는 약 3000마리 이상의 새들이 살고 있는데 90%가 말레이시아 토종 새라고 해요. 밥 주는 시간에 맞춰 가면 직접 밥도 줄 수 있어요.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더 신난 모습이었어요.

새 공원에서 새들과 너무 오랜 시간을 보내고 나니 공항으로 돌아갈 시간이 벌써 돌아왔어요. 아쉽지만 다음에 또 환승을 기약하고 공항으로 돌아갔답니다. 직항도 좋지만 환승으로 짧지만 즐거운 여행하고 왔어요. 다음 여행은 스리랑카에서 찾아뵐게요.

양보라 기자 bo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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