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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전문가의 세계 - 이명현의 별별 천문학] (7) 우주생물학 연구 중심에 선 토성의 위성 ‘엔셀라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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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속에서 뿜어져 나온 물기둥 속엔 외계생명체 에너지원이 존재

태양계 내에서 생명체가 발견된 곳은 지구가 유일하다. 아니, 전체 우주에서 지금까지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것이 알려진 곳은 지구밖에 없다. 최근 들어서 ‘우주생물학’이라는 우산 아래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연구하고 있는 과학자들이 모여서 외계생명체 탐색 작업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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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카시니 탐사선이 촬영해 보내온 토성의 위성인 엔셀라두스의 남극 표면. 표면의 하얗게 나온 빛줄기가 수증기를 품어내는 간헐천으로 100여개가 발견됐다. 수증기에는 나트륨 화합물 등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보이며 영하 200도의 기온에 분출되자마자 곧바로 얼음 알갱이로 변한다. 눈 같은 형태로 만들어진 일부 알갱이는 토성의 고리 ‘E’를 구성한다. 지구 밖 우주에서 간헐천이 발견된 것은 처음으로 과학자들은 엔셀라두스에 생명체가 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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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해 전에 세티 연구소의 세스 쇼스탁 박사와 외계생명체를 주제로 긴 대화를 한 적이 있었다. 긴 이야기 끝에 태양계 내에서 지구 이외에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천체를 서로 꼽았는데 쇼스탁 박사는 6개의 천체를, 나는 7개의 천체를 선택했다. 외계생명체 탐색은 그 무한한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지구에서 생명체가 존재하는 지역과 자연환경이 비슷한 지역에서 지구생명체와 비슷한 생명체를 찾는 좁은 탐색이 될 수밖에 없다. 만약 지구 밖 어느 곳에서 생명체가 발견된다면 이런 좁고 제한된 외계생명체 탐색의 범위를 획기적으로 넓힐 수 있을 것이다.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조건이라면 아주 단순화해서 에너지, 유기화합물 그리고 액체 상태의 물이 갖춰져 있는 상태인가로 요약할 수 있다. 지극히 지구 중심적인 발상이지만 우리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 일단 이 작은 가능성을 갖고 시작해야만 한다.

에너지, 유기화합물 그리고 액체 상태의 물의 존재를 만족한다는 것은 곧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자연조건이 갖춰졌다는 말로 치환해도 좋을 것이다. 이런 조건을 만족하는 천체가 태양계에 몇 개나 있을까. 조건을 얼마나 엄격하게 적용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지겠지만 6~7개 정도의 천체에 대해서 많은 과학자들이 동의할 것으로 생각한다. 쇼스탁 박사와 나는 화성, 금성,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과 엔셀라두스 그리고 목성의 달인 유로파, 가니메데, 칼리스토 이렇게 6개의 태양계 내 천체에 생명체가 살 가능성이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나는 여기에 더해서 목성의 위성인 이오를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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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성의 위성 중 6번째로 큰 엔셀라두스의 표면. 얼음 표면 때문에 반사율이 높아 밝게 보인다.


화성은 우주생물학자 모두에게 꿈의 땅이다. 그동안 탐사 결과 땅 밑에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계절에 따라서 액체 상태의 물이 표면으로 흘러나온 것도 확인되었다. 2018년 발사될 엑소마스 탐사선은 그동안의 증거를 바탕으로 생명체의 존재를 직접 확인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굴착기로 화성의 땅을 파고 들어가면 살아 있는 미생물이나 박테리아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성은 좀 뜻밖일 것이다. 금성의 표면은 너무 뜨거워서 생명체가 살 수 없는 것으로 결론난 지 오래되었다. 하지만 표면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금성의 대기 어느 곳은 생명체가 살기에 적합한 조건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알려졌다. 공중에 떠서 사는 일종의 부유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성에 생명체가 살고 있을 가능성에 대해서 보통 높은 점수를 주지 않는데 쇼스탁 박사와 나는 이 부분에서는 의견이 잘 일치했다.

목성의 위성들도 생명체 서식지 후보다. 유로파는 얼음으로 뒤덮인 표면 아래 지구의 바다보다 더 큰 바다를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목성과 다른 위성들의 조석력(행성이 위성을 당길 때 생기는 힘. 밀물과 썰물을 일으킨다)에 의해서 내부에 열에너지가 생기고 이 때문에 유로파의 내부에는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다른 목성의 큰 위성인 가니메데와 칼리스토도 비슷한 환경조건 아래 놓여 있다. 두꺼운 얼음 아래 광활한 바다를 가졌을 것이고 그곳에 생명체가 살고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나는 여기에 또 다른 갈릴레오 위성인 이오를 더했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쇼스탁 박사는 이오를 제외했다.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도 과학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천체다. 지구 밖 천체 중 유일하게 표면에 액체로 가득한 호수를 (그리고 강과 바다를) 갖고 있다. 타이탄 표면의 온도가 너무 낮아서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수는 없지만 대신 메탄과 에탄이 흘러다니고 있다. 과학자들은 타이탄의 자연환경이 지구 초기와 비슷하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표면 온도는 낮지만 조석력에 의해서 내부에서는 열원이 생겼을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타이탄의 관측 결과가 지구에서 어떻게 생명체가 탄생했는지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할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갖고 있다. 이들 천체는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을 높여주는 새로운 결과가 나올 때마다 관심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이러한 관심 집중은 새로운 관측 결과를 따라서 한 천체에서 다른 천체로 옮겨가곤 했다. 지금 이 순간 거의 모든 관심이 집중된 천체는 토성의 또 다른 위성인 엔셀라두스다.

엔셀라두스는 토성의 위성 중 여섯 번째로 큰 위성인 데다가 반사율이 높아 크기에 비해서 꽤 밝게 보인다. 그래서 1789년에 이미 윌리엄 허셜에 의해서 발견되었다. 하지만 1980년에 보이저 1호와 2호가 토성에 근접해서 관측한 사진을 보내오기 전에는 그 실체가 다른 토성의 위성들처럼 장막 속에 가려 있었다. 엔셀라두스가 우리들의 관심의 중심에 들어온 것은 2005년 카시니 탐사선이 찍어서 보내온 놀라운 사진 때문이었다. 카시니 탐사선은 엔셀라두스에 근접해서 여러 차례 궤도를 돌면서 그 표면을 관측했다. 엔셀라두스의 남극 지방에서 물이 기둥처럼 뿜어져 나오는 것을 발견했다. 카시니가 찍은 엔셀라두스 물기둥 사진은 바로 가장 임팩트 있고 충격적인 사진으로 자리매김했다. 지구 밖 천체에서 물이(아마 수증기 상태) 뿜어져 나오는 광경을 처음으로 목격한 것이다. 물론 엔셀라두스의 표면은 온도가 거의 영하 200도에 달할 정도로 춥기 때문에 바로 얼음 알갱이가 되었겠지만 말이다. 수증기와 나트륨 화합물 그리고 얼음 결정 같은 것으로 이루어진 물질을 내뿜는 일종의 간헐천이 100개가 넘게 발견된 것이었다. 이들 중 몇몇은 수증기를 일종의 눈 같은 상태로 공간으로 내뿜어서 토성의 E 고리를 형성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동안 베일에 싸였던 토성의 E 고리의 기원과 형성에 대한 결정적인 힌트를 얻게 되었다.

카시니 탐사선의 후속 관측에 의하면 엔셀라두스의 표면은 맑은 얼음으로 덮여 있지만 표면 아래에는 수심 10㎞ 정도의 바다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토성과 다른 위성들 사이의 조석력에 의해서 엔셀라두스 내부에 열이 발생하고 그 결과 표면 아래 거대한 액체 상태의 물로 이루어진 바다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간헐천을 지속적으로 관측한 결과 엔셀라두스 내부의 열이 밖으로 새어나오고 있는 정황도 포착했다. 지질학적으로도 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표면 얼음층 아래 해저 온천이 존재할 가능성이 확인되면서 엔셀라두스는 태양계 내에서 지구 다음으로 외계생명체가 서식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환경을 갖춘 천체로 부각했다.

2017년 4월14일 엔셀라두스가 여전히 외계생명체 탐색의 정중앙에 있음을 확인하는 중요한 관측 결과가 ‘사이언스’ 저널에 발표되었다. 카시니 탐사선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의 제목은 ‘Cassini finds molecular hydrogen in the Enceladus plume: Evidence for hydrothermal processes’였다. 제목을 우리말로 풀어서 옮기자면 엔셀라두스의 물기둥에서 수소 분자를 발견했는데 그것은 수열반응의 증거라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카시니 탐사선 관측 결과는 엔셀라두스의 표면 아래 액체 상태의 물로 된 바다가 존재하고 그 속에 생명체가 살 가능성이 있다는 쪽으로 모아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물기둥에서 직접 수소 분자가 관측된 것이었다. 물기둥의 96~99%는 물로 이루어져 있고 나머지의 대부분은 0.4~1.4%에 이르는 수소 분자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물기둥에서 발견된 상대적으로 풍부한 수소 분자는 얼음 아래 형성된 바다와 표면 지각의 암석에 있는 유기화합물과 광물 성분 사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수열반응에 의해 생겼을 것으로 추정한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이 여기에 특히 주목하는 이유는 이런 현상이 지구에서는 심해 열수구에서 일어난다는 사실 때문이다. 심해 열수구는 뜨거운 물이 분출하는 곳인데 이곳에서도 지구 초기의 생명체가 탄생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실제로 빛이 없는 열수구 주변에서는 다양한 생명체들이 화학반응에 의해서 에너지를 확보하고 있다. 예를 들면 메탄균 같은 경우에는 수소를 활용해 이산화탄소를 메탄으로 만드는 메탄 생성 반응을 통해서 에너지를 얻는다. 열수구 근처에서는 수소가 미생물의 에너지원이 되는 셈이다. 엔셀라두스의 물기둥에서는 메탄, 암모니아, 이산화탄소도 발견되고 있다. 모든 관측 증거들이 미생물 같은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더 나아가서 지구의 심해 열수구 주변에서처럼 미생물과 공생하는 조개나 새우가 존재할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렇게 엔셀라두스는 2017년 외계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을 한껏 높이는 관측 결과와 함께 우주생물학 연구의 중심에 다시 섰다.

엔셀라두스를 정밀 관측하려는 계획은 이미 세워져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이미 2015년에 엔셀라두스 생명체 탐색선(Enceladus Life Finder·ELF)이라는 탐사선 계획을 승인했다. 잠정적으로 2021년 12월31일 이 탐사선을 발사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엔셀라두스의 물기둥 근처를 몇 차례 초근접 비행하면서 생명체의 흔적을 찾아보겠다는 계획이다. ELF 탐사선이 장착할 관측 장비는 단백질의 기본요소인 (즉 생명의 기본요소인) 아미노산의 존재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설계될 예정이다. 카시니 탐사선에서 그 존재를 밝혀냈지만 관측 기기의 감도 문제로 결정적인 분석을 하지는 못한 것들을 확증할 수 있도록 더 정밀하고 민감한 관측 장비를 싣고 갈 것이다. ELF 탐사선은 3년 동안 엔셀라두스를 8~10회 정도 순회하면서 관측을 수행할 계획이다. 카시니 탐사선이 얻은 결과를 더 정밀하게 확인하고 얼음 밑 바다의 상태를 정밀하게 관측하고 생명체의 반응에 의해서 생길 수 있는 화학반응을 포착하는 데 그 목표를 두고 있다. 2020년대 어느 날, 우리는 ELF가 전해 오는 외계생명체 흔적 발견이라는 놀라운 소식을 접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보다 먼저 2020년 즈음 어느 날 화성에서 먼저 외계생명체 발견 소식이 들려올지도 모른다. 어쨌든 이번에는 엔셀라두스가 관심의 초점이었다. 다음은 또 어느 천체가 그 뒤를 이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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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이명현은…초등학생 때부터 천문 잡지 애독자였고, 고등학교 때 유리알을 갈아서 직접 망원경을 만들었다. 연세대학교 천문기상학과를 나와 네덜란드 흐로닝언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네덜란드 캅테인 천문학연구소 연구원,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원, 연세대 천문대 책임연구원 등을 지냈다. 외계 지성체를 탐색하는 세티(SETI)연구소 한국 책임자이기도 하다. <이명현의 별헤는 밤> <스페이스> <빅 히스토리 1> 등 다수의 저서와 역서가 있다.

<이명현 과학저술가·천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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