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5 (토)

[제66회 이화경향음악콩쿠르] 부문별 심사평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 피아노 | 주희성(서울대 교수)

경향신문

주희성(서울대 교수)


이화경향음악콩쿠르는 미래의 한국 음악계를 이끌어갈 청소년 음악인들을 위해 선의의 경쟁을 통해 자기계발을 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을 마련해왔다. 지난 66년 동안 한국에서 최고의 권위와 전통을 꾸준하게 이어오고 있음에 음악인의 한 사람으로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올해에도 역시 초·중·고등부 모든 부문에서 전반적으로 매우 뛰어난 기량을 가진 수준 높은 학생들의 연주를 접할 수 있었다. 특히 몇몇 학생들은 난도가 높은 과제곡을 잘 소화해내면서 매우 성숙한 연주를 들려주었다.

총평으로 대부분의 학생들이 기술적으로는 매우 우수했지만 아쉬움도 있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손을 위한 연습에 과도하게 치중하다 보니 작품 속의 많은 부분에서 어떻게 표현할까에 대해서는 본인도 모르게 간과하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 손을 위한 연습도 물론 중요하다. 피아노를 공부하는 이들에게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귀’를 위한 연습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기를 권한다. 귀 역시 손처럼 연습과 훈련을 통해 더 좋은 소리를 구분해내는 ‘좋은 귀’로 발전시킬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아름다운 선율을 노래의 느낌으로 자연스럽게 표현하기는 했지만, 정확한 리듬의 구사, 수직적인 균형과 입체감 있는 소리, 다양하고도 정확한 페달 사용, 음색의 변화 등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더 많은 공부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피아노를 공부하는 이들이 꼭 유념해야 하는 부분이다. 입상한 학생들에게 진심 어린 축하의 박수를 보내며 앞으로 더욱 많은 정진이 있기를 기원한다.

◆ 바이올린 | 김현미(한예종 교수)

경향신문

김현미(한예종 교수)


초등부 본선 경연자들은 어린 나이임에도 뛰어난 기량과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는 인상적인 경연을 펼쳤다. 특히 1·2·3위 입상자들은 빼어난 음정과 우수한 기본기뿐 아니라 자신만의 개성을 충분히 발휘해 무대를 압도하는 연주를 들려줬다. 호탕한 보잉(bowing)과 거침없는 연주로, 또 뛰어난 음악적인 구성미를 선보이며 경연했다. 일부 불안정한 음정과 스피카토 부분에서 활의 위치 등 기술적으로 취약점을 보인 경연자가 있었으나 전체적인 수준이 높았다.

중등부에서 연주한 비외탕의 협주곡 5번 1악장은 난해한 기술적 요소들과 다양한 음악적 표현을 요구하고 연주시간도 길다. 중학생임에도 7명의 본선 경연자들이 보여준 집중력과 음악적 표현 능력은 대부분 훌륭했다. 초등부에 이어 괄목할 만한 유망주들을 여럿 볼 수 있었다. 1·2·3위 입상자들은 뛰어난 기량의 완성도 높은 연주로, 따뜻하고 여유 있는 표현으로, 또 열정적인 색감을 표현하는 유창한 연주로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했다. 하지만 일부 정확하지 않은 음정, 보잉의 문제 그리고 카덴차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문제를 보이는 학생들도 있었다. 바이올린 연주에서 보잉은 다양한 소리의 구사, 음악적 표현, 강약 등 연주의 많은 부분을 가늠하는 중요한 기술이다. 개성있는 연주를 했음에도 보잉 문제로 인해 조금 아쉬운 결과가 있는지를 잘 살펴보고 개선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시벨리우스 협주곡 전 악장을 연주한 고등부 7명의 본선 경연자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하지만 아무래도 전 악장을 연주하다 보니 앞부분을 잘하다가도 뒷부분에서 집중력이 떨어지거나, 세 악장의 고르지 못한 연주 때문에 음악적 내용이 훌륭함에도 불구하고 그 장점이 일부 가려진 점이 보였다. 앞으로는 긴 곡을 완성할 때 부분과 전체의 구조적 안배를 적절히 생각해 연습하기를 권한다.

◆ 비올라 | 위찬주(한양대 교수)

경향신문

위찬주(한양대 교수)


오랜 전통을 지닌 이화경향음악콩쿠르에 비올라 부문이 신설된 것에 대해 비올라 연주자로서 깊은 감사를 드린다. 이번이 처음이라 생각보다 많은 인원이 참가하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다른 부문처럼 더욱 많은 참여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본선 심사 결과를 간단히 정리하면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템포에 대한 생각이 좀 미흡하지 않았나 느껴진다. 1악장 템포들은 대체로 안정적이었으나 3악장의 경우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설정한 템포는 원래의 빠르기보다 급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템포의 안정성을 무시하게 되면 3악장이 가진 특유의 춤곡 형식의 색깔이 퇴색하고 너무 급한 흐름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될 경우 중요한 아티큐레이션이나 프레이징을 처리하는 데 있어서 많은 어려움을 가지고 연주해야 하는 부담을 갖게 되는 상황이 벌어진다.

연주자들이 또 깊이 생각해야 될 것 중에 하나는 한 악장 속에서도 노래해야 할 부분과 힘차게 연주해야 할 부분을 구분해야 하는데 많은 부분을 거의 똑같은 색채로 연주하고 있다는 점이다. 비올라나 베이스는 바이올린이나 첼로와 달리 다이내믹이나 톤컬러를 만드는 데 있어서 악기의 특성상 어려움이 있으니 이 점을 항상 생각하면서 연습과 연주에 임하기를 권한다.

마지막으로 활의 속도에 대해 언급하고 싶다. 물론 똑같은 속도로 연주할 수 없고 해서도 안되지만 많은 연주자들이 습관적으로 활의 속도가 빠르다. 안정된 활속도에서 좋은 레가토와 고급스러운 톤의 컬러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이 점에 좀 더 유의한다면 더욱 좋은 연주자가 되리라고 믿는다. 올해 처음인 비올라 부문이 해를 거듭하면서 더욱 권위있는 콩쿠르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

◆ 첼로 | 박경옥(한양대 교수)

경향신문

박경옥(한양대 교수)


올해로 66회째를 맞은 이화경향음악콩쿠르는 역시 전통에 걸맞은 수준 높은 경연장이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첼로 부문은 초등부에서 상위 입상자들이 특별한 음악성과 확고한 기본기를 보여주면서 수준 높은 연주를 들려주었다고 할 수 있다. 어린 학생들의 연주에 대해 전체적으로 좀 더 첨언하자면, 앞으로는 연주가 틀리면 어떻게 할까를 너무 걱정하지 말고 무대에서 충분히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물론 그런 상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열심히 연습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중등부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비교적 많은 인원이 본선에 올라 열심히 연주했으나 참가자들 모두가 조금씩 아쉬운 점을 드러내 심사위원을 충분히 만족시키지는 못했다고 볼 수 있다. 큰 실수 없이 좋은 소리로 연주한 참가자들이 입상하게 되었음을 지면을 통해 밝힌다.

고등부 본선에서는 슈만의 협주곡 전 악장을 연주했다. 만만치 않은 곡을 연주해내기 위해 학생들이 흘렸을 땀이 적지 않을 것이다. 먼저 그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아울러 음악적인 분위기 설정과 큰 틀에서 자연스럽고 성숙한 흐름을 갖고 연주한 참가자들이 상위에 입상했음을 밝힌다. 전반적으로 첼로 부문은 좋은 기본기를 가지고 무대 위에서 좋은 소리를 잘 듣는 연주자들이 적지 않아서 돋보였다고 할 수 있다. 참가자들에게 한마디 조언을 보태자면, 곡 전체를 구조적으로 이해하는 것, 아울러 부분적으로 과장된 표현보다는 긴 프레이징을 보여주려고 노력하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점을 꼭 기억해주기 바란다.

◆ 플루트 | 김동수(성신여대 교수)

경향신문

김동수(성신여대 교수)


이화경향음악콩쿠르가 올해로 66주년을 맞이했다. 서양음악이 국내에 수용된 것이 20세기 초반의 일이니, 이화경향음악콩쿠르는 한국의 서양음악 수용사와 거의 그 맥을 함께하는 것이다. 지난 역사를 통해 한국의 서양음악 연주는 눈부시게 성장해왔고, 이러한 성장은 올해 콩쿠르에 참여한 학생들의 연주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특별히 나는 이번 콩쿠르를 통해 국내 플루트 연주계의 성장에 놀라고 또한 감동했다. 이를 위해 고군분투해온 모든 참가자 여러분들에게, 그리고 이들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믿어주고 끌어주신 많은 선생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수상한 학생들뿐 아니라 수상하지 못한 학생들의 실력도 뛰어났고, 따라서 그 어느 해보다 수상자 선정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다.

나는 음악의 기본적인 요소들, 예컨대 음정, 리듬, 선율 등을 참가자들이 얼마만큼 명료하게 이해하고 이를 구현해내는지를 유심히 살폈다. 또 악기의 근본적인 이해에 바탕을 둔 좋은 소리에 대한 사고의 유무, 전반적인 음악성, 그리고 학생의 성장 가능성들에 의거하여 심사하려고 노력했다. 특별히 학생들이 지닌 음악성을 바탕으로 한 성장 가능성에 주목한 것은 향후 이 학생이 국내뿐 아니라 국제무대에서 어떠한 연주자가 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중요한 기준이라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이화경향음악콩쿠르는 이미 국제무대에서 활동하는 수많은 음악가들의 등용문 역할을 해오고 있다. 올해 콩쿠르 입상자들뿐 아니라 향후 이 콩쿠르를 통해 발굴되는 젊은 연주가들이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심사평을 마친다.

◆ 클라리넷 | 이임수(동덕여대 교수)

경향신문

이임수(동덕여대 교수)


초등부는 전체적으로 고음과 스타카토를 좀 더 깨끗이 연주할 수 있도록 주의하길 바란다. 일부 참가자는 소리를 누르는 듯이 연주하는데, 마우스피스를 너무 꽉 물지 않는 것이 좋다. 너무 꽉 물면 음정과 소리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평소에 편안한 소리를 낼 수 있도록 연습한다면 훨씬 더 좋은 연주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중등부는 전체적으로 테크닉은 훌륭했지만, 부점과 16분음표 연주 시 몰리지 않고 빨라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다. 평소에 연습할 때 음정에 더욱 주의하고 풍부한 소리를 낼 수 있도록 연습하길 권한다. 소리를 낼 때 호흡을 잘 사용할 수 있도록 충분한 연습이 필요하다. 고등부는 전체적으로 좀 더 따뜻한 음색으로 고르게 연주했으면 좋겠고, 기계적으로 연주하지 말고 음악적 표현에 더욱 신경을 썼으면 좋겠다. 스타카토, 레카토 등 아티큘레이션에 주의가 필요하다. 간혹 음을 너무 미는 듯이 연주하는 학생들이 있는데, 좀 더 주의하면서 리듬을 고르게 연주할 수 있도록 신경써야 한다.

이번 콩쿠르에 참가한 학생들은 전반적으로 테크닉이라는 측면에서는 좋은 편이었다. 하지만 음정과 음색에 대해 좀 더 생각하고 연구하길 권한다. 특히 고음에서 너무 얇은 소리가 나지 않도록 주의하고 큰 소리로 연주할 때 음색이 변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기본적으로 연습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테크닉 위주의 연습보다는 클라리넷의 음색과 음정, 그리고 호흡에 대해 더욱 많이 공부하길 바란다. 또 충분한 연습을 통해 자신감을 갖고 연주에 임하길 바란다. 이번에 입상하지 못한 학생들도 실망하지 말고 더욱 매진하길 부탁한다. 최선을 다해 연주한 모든 학생들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 성악 | 오은경(세종대 교수)

경향신문

오은경(세종대 교수)


이번 이화경향음악콩쿠르 본선 진출자들에게서 가장 크게 아쉬웠던 점 세 가지를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정해진 짧은 시간 내에 자신의 기량을 평가받아야 하는 콩쿠르에서는 곡 선택을 전략적으로 하는 것이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관건이 되기도 한다는 점이다. 이 점을 꼭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자신의 장점은 자랑하고 단점은 가능하면 보여주지 않는 곡을 선택하는 것이 최선의 선곡이다. 하지만 이번 심사에서는 단점을 드러낼지언정 일단 대곡을 해내려는 투지를 보이는 경우나, 자신의 소리 성향이나 기량에 맞지 않는 곡을 선택해 단점만 부각되는 경우가 많았다. 심사위원으로서 적지 않은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둘째, 성악에서 제일 중요한 평가 요소라고 할 수 있는 발성 문제에 대해 말하고 싶다. 아직 편안하지 않은 긴장된 고음은 가장 큰 패인이 된다. 그러나 고음이 쉽게 나는 사람들의 경우에도 고음만 올라가면 늘 소리가 세지고(음악적 약박이거나 중요하지 않은 가사인데도), 중저음으로 내려오면 갑자기 소리의 빛깔이 약해지는 문제를 보였다. 호흡이 충분히 받쳐진 중저음 공부를 하지 못한 채, 고음 위주의 대곡을 공부하면서 생기는 문제들이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가사 공부를 소홀히 한 탓에 딕션이 정확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또한 단어의 악센트를 모르고 불러 선율 프레이징이 어색해지는 경우들이 있었다. 대가들의 음악을 모방은 하되 가사의 의미를 충분히 자신의 표현으로 담아내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이 또한 아쉬운 점으로 남았다. 이상과 같은 점에 유념하면서 앞으로 더욱 많은 정진이 있기를 바란다

경향신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경향신문 SNS [트위터] [페이스북]
[인기 무료만화 보기]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