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7 (토)

2200선 뚫은 코스피…'MVP 상승세' 시작됐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사상 최고치(2228.96)에 근접

코스피지수가 26일 2207.84로 마감하며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2011년 5월 2일의 역대 사상 최고치(2228.06)에도 바짝 다가섰다. 주가가 꾸준히 오르자, 증시에 들어갈지를 고민하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주가가 오르다가 미끄러지는 박스권에 오래 갇혀 있다 보니 생겨난 불신 때문이다. 올 들어 개인들은 4조원 가까이 주식을 순매도(매도액에서 매수액을 뺀 금액)했고, 주식형 펀드(채권보다는 주식에 주로 투자하는 펀드)에서도 3조3000억원 넘는 자금이 빠져나갔다. 시가총액 사상 최대(1430조원)를 기록 중인 한국 증시는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까, 아니면 2200을 고점으로 내리막길로 들어설까.

조선일보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주류로 떠오르는 대세 상승 시나리오

코스피지수가 2200선을 뚫고 올라서자, 한국 증시가 장기적인 상승 추세에 올라탄 것이란 대세 상승 시나리오가 힘을 얻고 있다. 글로벌 경기 회복세로 모멘텀(Momentum·계기)을 맞이했고, 다른 나라에 비해 크게 저평가되어 있는 주식 가치(Value)와 호전되는 실적(Profit)을 골고루 갖춰 말 그대로 M·V·P 상승세가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윤석 삼성액티브자산운용 대표는 “한국엔 삼성 등 글로벌 선두 기업이 많고 실적도 잘 나오는 데도 다른 나라에 비해 주가가 매우 싸다”면서 “공모펀드 환매도 어느 정도 진정되어 대량으로 나올 매물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5일 기준 한국 코스피의 주가이익비율(PER·주가를 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값)은 9.31배로, 아르헨티나(15.2배)나 멕시코(18.1배)보다도 훨씬 아래였다. PER은 숫자가 낮을수록 저평가됐다는 의미다. 구용욱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장은 “지난 2011년 코스피가 고점을 찍었을 땐 한국 기업들의 실적이 부진했고 구조조정도 한창 진행됐다”면서 “지금은 기업 실적이 몇 년 만에 크게 좋아지는 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그때와 다르다”고 말했다. 올해 국내 상장사들의 순이익은 145조원으로, 역대 최고치가 예상되고 있다(에프앤가이드).

현재 나올 만한 악재는 다 나왔기 때문에 지금보다 더 나빠지진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박진환 한투운용 본부장은 “외국인 투자자들 사이에선 지금 상황이 너무 나쁘니 앞으론 좋아질 일만 남지 않았느냐는 긍정적인 분위기가 강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올해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에서 사들인 주식은 6조원이 넘고, 작년 매수분까지 합치면 17조6000억원이 넘는다.

코스피지수는 사상 최고치에 성큼 다가섰지만, 실제 주식 계좌에서 상승세를 체감하는 개인은 많지 않다. 남동준 텍톤투자자문 대표는 “최근 증시 상승세는 삼성·하이닉스 같은 초대형 우량주가 중심인데, 개인들은 2~3년 전 크게 오른 중소형주에 투자한 뒤 여전히 물려 있어 옴짝달싹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공지능(AI)이나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이 중심인 ‘4차 산업혁명’이 세상의 흐름을 바꿔놓았고 한국의 거대 기업들이 그 수혜로 실적이 좋아지는데, 개인들은 가계부채로 여유 자금이 동난 데다 그나마 있는 목돈도 중소형주에 넣어둔 상태여서 대형주 중심의 거대한 트렌드에 올라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장기 랠리 어렵다” 지적도

여의도 증권가에선 코스피에 대한 전망이 장밋빛 일색이다. 최근 노무라증권은 새로 출범한 정부가 주주 환원 정책을 펼친다면 코스피가 3000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까지 내놨다. 국내 증권사들은 지난해 예상했던 2300 수준의 코스피 최상단을 위로 올리는 작업에 착수했다.

하지만 코스피지수가 ‘장기 랠리’를 이어가기에는 여전히 장애물이 많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우선 글로벌 증시를 이끄는 미국의 주가가 과도하게 많이 상승했다. 미국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9년여간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 지난 25일(현지시각) 사상 최고치(6025.49)를 경신한 나스닥 지수는 9년간 149%나 올랐다. 연평균 상승률이 17%에 달한다. 다우존스와 S&P500 지수도 같은 기간 각각 62%, 71% 상승했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주식시장 역사상 주가가 9년간이나 지속적으로 오른 경우는 거의 없다"며 "이미 너무 많이 올라서 언제든 조정받을 수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수년간 선진국 증시를 지탱해 온 '저(低)금리·고(高)유동성' 정책이 끝나가는 것도 주식시장에는 리스크 요인이다. 미국과 유럽의 중앙은행은 최근의 양호한 경제지표 등을 근거로 올해 금리 인상을 예고하거나 테이퍼링(양적 완화 축소)을 시사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한국은행이 현행 기준금리를 계속 묶어두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금리 인상 등의 긴축적 통화 정책으로 시중 자금이 줄어들면 주식시장은 상승 동력을 잃는다. '특정 산업 분야에서 대기업이 주도하는 수출 의존 경제'라는 한국 경제의 고질적인 문제가 장기적으로 코스피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이경은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