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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매경춘추] 애플의 리암과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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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며칠 전 애플이 재미있는 뉴스를 발표했다. 애플이 아이폰을 분해하는 로봇 '리암'을 만들었고, 이를 통해 부품을 재활용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이를 두고 애플의 폐쇄성을 드러내는 또 다른 모습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환경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자신들이 만든 제품을 분해할 로봇을 만들었다는 것은 우리 기업의 문화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발상이다.

애플은 왜 이러한 결정을 했을까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제품의 비밀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는 설명도 있지만, 이보다는 사회적 테두리에서 자신들이 무엇을 추구하고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업의 철학을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즉 한 기업이 이윤을 위해 상품을 생산하고 유통시키는 것을 넘어서 환경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사회적 피해를 최소화함으로써 하나의 선한 사회구성원으로의 역할을 다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이론적으로 널리 알려진 '지속가능경영(Corporate Sustainability Management)'과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지속가능경영이란 기업의 경제적인 성장과 더불어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환경문제에 기여하는 가치를 창출해 이해관계자의 기대에 부응함으로써 기업의 가치와 경쟁력을 높여 지속적인 성장을 달성하는 경영활동을 말한다. 전통적인 경영 마인드에서 벗어나 윤리경영을 중시하고 경영의 효율성을 저하시킨다고 여겼던 사회 발전과 환경보호를 경영에 적극 도입함으로써 공익적 가치를 달성하고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사회적 위치를 확보하는 것이다.

이제 우리에게도 이러한 가치관이 절실해질지도 모른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브랜드와 기업들이 있지만 그들이 더욱 치열해지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 같은 경영 철학이 필요하다. 사회는 혼자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듯 그 속에서 기업은 상생과 공존을 추구하며 조화를 이뤄야 한다. 그래야만 소비자를 넘어 모든 사람들의 최대 행복을 보장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 지속되는 기업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의료기관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세월 의료계는 양적 성장을 위한 치열한 경쟁으로 뜨거웠다. 하지만 이제는 다른 경쟁이 시작될 것이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 등 변화하는 세상에서 경영적 지표만으로 성장하고 인정받는 의료기관은 과거에 머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보다 의료기관이 어떤 사회적 역할을 할 것인지에 대한 철학과 비전이 먼저일 것이며, 이런 철학과 비전의 실천이 가까운 미래에 큰 차이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김효명 고려대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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