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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4 (화)

"무역전쟁엔 예외없다"…절친` 캐나다도 때린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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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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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무역 기치를 내걸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본격적으로 무역전쟁의 전선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특히 캐나다나 한국 등 우방에도 공세적인 입장을 밀어붙이고 있어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농업인들과 회동하던 중 캐나다가 미국산 낙농제품에 대해 고율의 관세를 매긴 것을 겨냥해 "사람들은 캐나다가 미국에 아주 거칠었음을 모르고 있다"며 "그들은 수년간 우리 정치인들을 속였고, 나와 당신들만 그것을 알고 있다"고 비난했다.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또 이날 백악관 브리핑을 자청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재검토할 시점이 됐다고 지적했다. 미국 철강·자동차 산업을 보호하겠다는 의지도 재확인했다. 멕시코를 겨냥했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이 캐나다와의 무역 갈등으로 확대되고, 중국을 의식한 철강·자동차 등 보호가 한국으로 '불똥'이 튀는 형국이다. 동맹이라고 해서 미국의 보호무역 공세를 피해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접어야 할 상황이다. 때마침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내정자가 이날 상원 재무위 인준을 통과했다. 비록 '지각' 인준이기는 하지만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NAFTA와 한미 FTA 재협상을 주도할 선봉장이다.

일단 트럼프 대통령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의 설전이 점입가경으로 치달으며 미·캐나다 무역전쟁의 전운을 고조시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캐나다가 우리 낙농업자들을 괴롭히고 있다.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고 썼다. 캐나다가 최근 미국산 치즈 원료용 우유에 관세를 매긴, 이른바 '치즈 관세'에 대해 발끈한 것이다. 미국은 이미 캐나다에 대한 보복성 조치로 캐나다산 소프트우드 목재에 24%까지 상계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캐나다 정부가 소프트우드 목재에 보조금을 부당 지급하고 있다는 것이 미국 측 주장이다. 캐나다 소프트우드 목재의 80%가 미국에 수출되며 그 규모는 연간 50억달러에 달한다.

트뤼도 총리도 가만있지 않았다. 그는 이날 자국 CTV와의 회견에서 "나는 예의가 바르지만 캐나다의 이익을 지키는 데는 흔들림이 없다"면서 "미국을 존중하지만 협상에 있어서는 우리 이익을 반드시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또 "우리는 경제에서 미국과 서로 아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며 "보호무역 장벽을 두껍게 하는 것은 양쪽의 주민들을 해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캐나다 정부는 곧바로 미국과의 무역분쟁 대책 태스크포스를 가동하기로 하고 분쟁 품목 선별에 나섰다. 또 미국 정부를 상대로 미국 통상법 위반을 따지는 법적 대응, 세계무역기구(WTO) 등 국제기구 제소 등 가능한 모든 방안을 강구하기로 했다.

한국은 로스 상무장관이 보호 대상 핵심 산업으로 반도체를 거론한 것에 긴장하고 있다. 철강·자동차·알루미늄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지지해 준 '러스트벨트' 노동자들을 의식해 지원을 약속했던 분야지만 조선과 반도체는 한국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미국 정부의 이 같은 무역전쟁 전선 확대는 '자충수'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우선 착수할 NAFTA 재협상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내년 7월 대선을 앞둔 멕시코가 쉽사리 미국의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캐나다와는 NAFTA 조항을 전면 재검토할 경우 미국은 결코 유리한 여건이 아니다. 특히 캐나다가 미국의 정부 조달 부문 개방을 요구할 경우 미국은 협상에 불리할 것이란 분석이다.

NAFTA 재협상이 지연되면 한미 FTA 재협상 시기도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 또 미국이 철강·자동차 등을 겨냥해 한미 FTA 재협상을 주장하지만, 미국에 유리한 농업과 서비스 부문이 거론될 경우 미국 내 여론도 반드시 우호적이지 않을 수 있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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