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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기자 24시] 롯데 `국민기업` 거듭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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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그룹 총수 형제간 경영권 분쟁과 일본 기업이라는 이미지로 얼룩진 롯데에 희망이 되고 있는 건 아이러니하게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다. 현지에 있는 수십 개 마트와 백화점 실적 급감이 예상되고 있음에도 '중국의 경제 보복에 맞서는 기업'과 '국가 간 외교의 희생양'으로 포장되면서 동정론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최근 보도한 롯데그룹 오너 일가의 주식가치 하락에 대해서도 비슷한 여론이 조성됐다. 사드 우려에 롯데그룹 상장사들의 주가가 하락했다는 소식에 네티즌을 중심으로 당분간 롯데 제품을 이용하겠다든가, 정부가 롯데에 적절한 보상을 해줘야 한다는 의견이 쏟아졌다. 사드 이슈가 터지기 전의 롯데라면 기대하기 어려웠던 반응들이다.

그러나 최근 다시 불거진 경영권 분쟁 이슈는 롯데에 찬물을 끼얹었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신동빈 롯데 회장의 기소와 출국금지 등을 이유로 오는 6월 주주총회를 통해 다시 한번 그룹 경영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 신 전 부회장은 이미 2015년과 2016년에도 자신의 이사 복귀와 신 회장의 이사 해임을 걸고 표대결을 벌였다가 실패했다.

다시 치러질 형제간 표대결보다 아쉬운 건 신 전 부회장을 비롯한 일부 측근들의 판단이다. 지금의 국민적 옹호는 롯데가 잘 해서라기보다 중국의 도를 넘어선 처사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바탕이 된 것이다. 예상치 못한 이미지 개선 국면을 기회로 삼아 국내 투자 비중을 늘리고 배당을 확대하는 등 사회적 책임 강화와 주주환원 정책을 내놔야 할 판에 오로지 경영권 빼앗기에만 치중하는 신 전 부회장의 모습은 신뢰 회복을 멀어지게 만드는 지름길이다. 이런 행태가 계속되면 롯데에 대한 동정론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

다행히 26일 이사회를 열고 롯데쇼핑 등 주요 4개 계열사 기업 분할을 결의한 것은 신뢰 회복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지주사 체제 전환을 통해 그간 비판받아온 계열사 간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고 개별 기업 또는 사업부별 경영 투명성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총수 일가의 그룹 지배력 확대보다는 기업가치 제고를 통해 일반 주주인 국민에게도 이익이 되는 개편안이 되길 바란다.

[증권부 = 이용건 기자 modary@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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