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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짜오! 베트남] “아픔을 마주하는 태도 인상 깊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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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찌민 찾은 서울대 학생들, 본보 안병찬 前특파원과 동행

한국일보

베트남전 당시 사이공 함락을 지켜본 마지막 특파원인 안병찬(맨 오른쪽) 전 한국일보 기자가 사이공 탈출직전 기사를 송고한 호찌민 중앙우체국 앞에서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호찌민=정민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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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전쟁 종전 42주년을 앞두고 지난 5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가 개설한 ‘미래뉴스실습’ 과목 수강생 20여명이 베트남 호찌민을 찾았다. 베트남 통일 현장을 직접 보려는 예비 언론인들이었다. 실습 일정은 사이공 함락 직전까지 현장을 지킨, ‘사이공 마지막 특파원’ 안병찬 전 한국일보 기자가 짰다.

이들이 찾은 첫 번째 통일현장은 전쟁 증적 박물관. 전쟁의 참상을 후대에 전하기 위해 미군 정보부 건물을 활용, 종전 4개월 뒤인 1975년 9월 문을 연 곳이다. 이수민(고고미술사학)씨는 “베트남이 베트남전쟁을 대하는 방식에서 놀랐다”며 “아픔을 숨기려 하지 않고 마주함으로써 아픔을 해소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같은 학과 오승렬씨도 “전쟁을 기억하는 베트남인들의 성숙한 태도가 인상 깊었다”고 평했다.

이들이 이어 찾은 곳은 꾸찌 터널. 미군 공습을 피해 지하에 조성된 베트콩들의 땅굴 마을이다. 이지현(정치외교)씨는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빼앗기지 않기 위한 싸움의 현장은 경이롭기까지 했다”며 “지금까지 간접적으로만 접했던 베트남전의 진실은 얼마나 큰 한계를 지녔는지를 깨닫는 기회였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호찌민 시내에서 베트남전 당시 안 특파원 최후의 사무실이 있었던 응웬웨 빌딩, 마지막 기사를 송고한 중앙우체국, 인민위원회, 오페라극장, 통일궁, 전 한국 대사관, 전 미국 대사관 등을 둘러보며 긴박했던 철수 당시 상황에 대한 설명도 들었다. 임새로미(시각디자인)씨는 “종군기자들이 있었기에 피해자들의 고통을 세계에 널리 알릴 수 있었다”며 “역사의 과오를 바로 잡고, 참혹한 현장 보도를 통해 종전을 앞당긴 것도 결국 기자들이었다”고 말했다.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장은 “뉴스는 넘치지만 진정한 의미의 기사를 찾아보기 힘들어진 시대”라며 “제대로 된 뉴스는 결국 현장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는 만큼 그 첫 번째 실습장으로 베트남 통일 현장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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