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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마성의 한국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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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면서 점점 한국의 맛을 알게 되는 것 같아 뿌듯합니다. 계절이 바뀌면 떠오르는 식재료들과 종종 생각나는 지방 대표 요리들이 늘어나면서 단골 식당의 스펙트럼도 넓어집니다. 전통주와 잘 어울리는 마성의 한국 요리들, 이곳에서 즐겨보시면 어떨까요?

▶우리 음식엔 우리 술 논현역 ‘박경자 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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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 다섯 개의 내공 단단한 곳을 발견했다. 얼마 전 논현 역 부근에 개업한 ‘박경자 식당’이다. 박경자 식당의 ‘박경자’는 오너 셰프인 유호현의 어머니 이름이다. 박경자 식당에 박경자는 없고 그의 아들 유호현이 있는 셈이다. 16년 동안 요리를 했고, 이전까지 신라호텔에서 양식을 해왔던 유 셰프가 자신의 식당에 어머니의 이름을 내건 것은 어렸을 때부터 먹던 엄마의 손맛을 재현하고 싶어서이다. 그는 제대로 된 한국 음식과 한국 술을 소개하겠다는 야무진 포부도 품었다. 그래서 식당을 준비하면서 전통주부터 배웠다고 한다. 와인은 많이들 공부하고, 위스키, 사케도 잘 알면서 정작 전통주는 모르고, 소주와 막걸리, 포장마차만 떠오르는 한국식 술 문화가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곳에 전국 방방곳곳에서 온 맛있는 전통주들과 그 술과 잘 어울리는 한국 요리들을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풀어냈다. 요즘 유행하는 한식 비스트로와는 달리 그의 술 리스트에는 와인, 맥주, 소주, 막걸리가 단 하나도 없다. 오직 고집스레 한국 술만 넣었다. 그가 표방하는 것은 진짜 한국 주점이다.

그의 어머니 박경자는 대구 사람이다. 박경자 식당에서 쓰는 모든 장류는 어머니가 직접 담근 것이다. 박경자 식당의 맛은 이 장에서 나오니 박경자 씨는 식당에 없어도 그녀의 손맛은 이 집의 메뉴들을 든든히 받혀주고 있는 것이다. 유 셰프는 어릴 때부터 먹고 자란 경상도식 배추전을 이 집의 대표 메뉴로 꼽는다. 큼지막한 배추 두 장을 얌전히 부쳐낸 것이 참 먹음직스럽게 생겼다. 화려한 음식은 아니지만 타지 않게 골고루 잘 부쳐내기가 만만치 않아 손이 많이 간다. 애피타이저로 추천한 배추전은 ‘자희향’이란 전통주와 잘 어울렸다. 매콤한 채소무침 위에 올린 숭어회는 익숙하면서 깨끗한 맛이 났다. 회 자체에도 양념을 해두어 채소와 맛이 따로 놀지 않도록 했다. 이 메뉴는 녹파주와 함께 매칭하면 천상의 맛이다. 녹파주는 고려시대 술을 재현한 것으로 다른 술에 비해 드라이한 편이다.

“가게를 준비하면서 가게 자리만 얼마나 많이 보러 다녔는지 몰라요. 이 장소는 영동시장이 가까워 맘에 들었고 완전 번화가가 아니라서 오래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가게 자리를 알아보는 것부터 바닥, 벽 작업, 가구제작, 소품 인테리어까지 박경자 식당에 그의 손이 닿지 않은 곳은 없다. 공들여 만든 공간, 정성이 깃든 음식들, 오래 보고 싶다.

주소 서울시 서초구 신반포로 47길 9-15번지 운영시간 월~토 18:00~01:00, 일요일 휴무

▶거제 바다의 맛 교대역 ‘지심도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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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심도’는 거제도 부속섬으로 작은 동백섬이다. ‘지심도밥상’을 추천한 지인은 이 집을 가리켜 ‘바다를 그대로 상 위에 올렸다’란 표현을 썼다. 방문해 보니 세 가지 추천 포인트가 있었다. 첫 번째, 재료가 싱싱하다. 거제 통영 앞바다의 재료를 매일 새벽 직접 경매를 통해 가져온다고 한다. 두 번째는 젓가락이 골고루 가는 밑반찬들이다. 주메뉴 외에도 반찬 하나하나가 다 골고루 손이 갈 정도로 깔끔하고 맛있었다. 세 번째, 놀라운 가격이다. 점심 메뉴인 꼬막비빔소반(1만원)과 매생이굴떡국(1만원), 생선구이소반(1만2000원)을 주문해도 먼저 애피타이저로 꼬막전과 죽, 멍게회가 차려진다. 그 다음 기본 반찬들과 꽁치구이가 주문한 메뉴와 함께 나왔다. 이것만 먹어봐도 꼬막정찬(2만5000원)이나 굴정찬(1만8000원)이 얼마나 먹음직할지 절로 상상이 간다. 동행한 지인은 이날 점심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어버이날 저녁 식사 예약을 했다.

주소 서울시 서초구 서초중앙로 142 지하 1층 지심도밥상

운영시간 11:00~23:00

▶간판 없는 한식주점 연희동 ‘이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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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자신감이다. 한국 요리와 술을 파는 ‘이파리’엔 외부 간판이 없다. 그래서 처음 가는 사람들은 백이면 백, 애를 먹는다. 연희맛로 초입에 ‘엉터리생고기’란 큰 간판이 보인다면 그 집의 2층에 ‘이파리’가 있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향토색 짙은 제철 재료가 도착하면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메뉴가 올라온다. 그래서 철마다 계절마다 방문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집이다. 게다가 한국 술만 50여 종을 두고 있어 반주 즐기기에 그만이다. 이 집에 화학소주는 없다. 지난번 방문엔 피꼬막 무침(2만4000원), 도치 초회(1만5000원) 등의 향토음식을 맛 볼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 한우 치맛살로 부쳐낸 야들야들하고 고소한 육전(2만4000원), 3색 육회(2만8000원)는 언제나 만족스런 추천 메뉴다. 제대로 음식을 맛보길 원한다면 7만원 대의 저녁코스를 예약해보는 것도 추천한다.

주소 서울시 서대문구 연희맛로 4번지 다송빌딩 2층

운영시간 매일 12:00~ 01:00, 일요일 휴무

▶모던한 한식집 홍대입구 ‘사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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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입구 역 근처에 위치해 젊은 취향이 물씬 풍겨나는 곳이다. 모던하고 깔끔한 분위기의 한식당으로 자칫 깊은 맛이 없을 거라고 판단하기 쉬운 분위기이다. 게다가 가장 유명한 메뉴가 국수 종류이다보니 요리는 뒷전으로 묻히기 십상이다. 이 집의 홍초계 냉국수(1만2000원)는 겨자 닭살 무침, 절임 무, 매콤새콤한 멸치 육수가 들어가 입맛을 확 살려주는 대표 메뉴다. 3대째 수타면을 제조하는 익산의 ‘수연소면’을 사용하며, 모 프로그램에 국수 맛집으로 소개된 덕분에 국수 손님이 많지만 사실 흑임자를 넣은 묵샐러드(1만원)와 쇠고기 숙주볶음(1만8000원) 같은 요리들이 압권이다. 묵직한 그릇들도 맘에 들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광주요 및 무형문화재 보유자가 만든 방짜 수저라 한다.

주소 서울시 마포구 와우산로 18길 29 운영시간 11:30~22:00

[글·사진 조은영 (여행작가, 무브매거진 편집장)]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576호 (17.05.0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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