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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8 (화)

스토리펀딩 `기억의 책` 모든 삶은 기록할 가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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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펀딩에서 진행 중인 이 프로젝트에 격한 공감을 느낀다. 노인 한 사람이 죽는 것은 도서관 하나가 사라지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다. 한 인간의 삶은 우주의 탄생부터 소멸까지 똑같은 주기를 갖고 있다. 그 이야기를 기록해 최소한 후손에게라도 남기겠다는 이 생각이 우리 사회 전반으로 번지기를 바라는 이유는 따로 있다. 이 프로젝트는 5월25일까지 진행된다.

노인이 조롱받는 시대다. 늙었다는 이유 하나로 외면당하는 것이야 세상이 그런 거지,라며 넘어갈 수 있지만, 상식에서 일탈한 이들의 행태를 보는 시선은 안타까움과 함께 분노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한 번은 한 남자에게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젊은 시절 그를 기억하는 나로서는 그분이 특정 단체에 들어가 상식적으로 말도 되지 않는 구호를 외치는 모습을 이해할 수 없다. 그가 대답했다. “그래도 내 전성기와 삶을 인정해주는 곳은 거기 뿐이야, 누가 내 말을 들어준다냐!” 지인 한 사람은 어머니의 이상한 쇼핑 때문에 돌아버리겠다고 했다. 노인들을 초청해 옥장판 등 건강 기능 상품을 파는 떠돌이 장사치들 행사에만 가시면 꼭 수십만 원을 호가하는 이상한 상품을 들고 오시는 것 때문이다. 상품뿐 아니라 사은품으로 받아온 바가지, 양재기만으로도 집안이 그릇 가게가 되어버렸다. 답답한 노릇이지만 어머니가 던진 결정적 멘트 때문에 항의도 제대로 못한다고 한다. “니들이 언제 나 안마 한 번 해줬니? 재롱 한번 떨어 봤어? 거기 가면 자식 같은 놈들이 볼에 뽀뽀까지 해줘!”

시티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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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당신 부모의 삶을 알고 계신가? 아버지 어머니의 삶이 어땠는지, 결혼하기 전 첫사랑은 누구였는지, 왜 헤어졌는지, 아버지 인생의 최대의 위기는 언제였으며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어머니가 아버지 꼴 보기 싫어서 이혼하고 싶었을 때 어떻게 마음을 가라앉혔는지. 그리고 당신의 어린 시절, 당신이 30년 가까이 살았던 그 집을 샀을 때, 대출은 어떻게, 어떤 조건으로 받았는지, 생각해보니 적지 않은 돈인 게 분명한데, 우리들 등록금은 대체 어떻게 만들어 주셨는지, 건강 관리를 위해 어떤 운동을 하시는지, 아직 꿈꾸고 있는 미래가 무엇인지, 자식인 당신은 알고 계신가?

퍼스널 라이프 스토리텔러 ‘꿈틀’에서 스토리펀딩에 올린 ‘모든 삶은 기록할 가치가 있습니다’라는 프로젝트는 부모님의 삶을 인터뷰해서, 그분들의 일대기를 책으로 만들어 부모님께 선물하는 소박한 제안이다. 누구나 말한다. 내 인생을 소설로 쓰면 백 권은 나온다고. 누구나 글을 쓸 수는 있지만, 누구나 책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꿈틀’은 인터뷰와 편집, 인쇄 등 출판을 위한 모든 단계의 일을 대신해주고, 책이 완성되면 의뢰인의 부모님에게 선물하는 일을 대신 해주는 집단이다. 그 일의 문화적 정착을 위해 이 프로젝트를 올렸다. 1만5000원을 후원하면 10명의 기억의 책 저자들이 꼽은 ‘내 인생 가장 찬란한 순간’을 엮은 <기억의 책> 모음집을 받을 수 있다. 부모님에게 책을 선사하고 그것을 가족이 대를 이어 공유하고 싶다면 선착순으로 접수하는 ‘기억의 책’ 제작비 250만원을 내면 된다. 필자는 이 일이 개인의 삶을 정리하고 그분들이 평생 겪어온 생활의 지혜를 가족이 공유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한 걸음 더 나가 우리 사회가 노인들의 ‘대단했던 삶의 순간’을 들어주고 정리해주고 아카이빙 해서 사회 전체가 공유하도록 하는 시스템으로 발전하기를 바란다. 누군가 자신의 이야기를 귀기울여 들어주고, 멋지게 정리해주고, 내 이야기가 세상 사람들에게 전달되는 아카이빙 시스템이 생기면, 상담료까지 지불해주며 그 일을 진행할 수 있다면, 노인이 왜 자신을 버려가며 조롱받을 행동을 하겠는가.

[글 이영근(IT라이프스타일 기고가) 사진 스토리펀딩]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576호 (17.05.0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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