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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Citylife 제576호 (17.05.02일자)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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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정보·인맥 거머쥔 0.001% 금융엘리트 세계 <슈퍼허브>

시티라이프

산드라 나비디 지음 / 김태훈 옮김 / 예문아카이브 펴냄


이 책은 천문학적 자본력으로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0.001% 극소수 금융 엘리트, 즉 ‘슈퍼허브’의 비밀을 파헤친다. 은행, 사모펀드, 헤지펀드, 중앙은행 수장들은 세계 각국의 산업과 일자리, 그리고 생활수준에 영향을 미치는 근본적인 전략적 결정을 내리기 때문이었다.

국제 금융에서 네트워크는 곧 자산이다. 높은 연결성과 접근권은 돈과 직결된다. 스카이브리지캐피털의 젊은 창립자 앤서니 스카라무치는 다보스포럼을 통해 일생일대의 기회를 잡았다. 2010년 신참으로 참석한 그는 벨베드레호텔 복도에서 씨티그룹 CEO 비크람 판디트와 대화를 나눴다. 씨티그룹의 40억달러 규모 헤지펀드를 매각하도록 설득, 그가 관리하는 자산은 하룻밤에 60억달러로 불어났다. 하버드 로스쿨과 골드만삭스 출신인 그는 이 당시 맺은 인맥을 바탕으로 독자적 포럼인 스카이브리지 대안 콘퍼런스를 창설했다. 두어 해 만에 헤지펀드 업계의 간판 행사가 되면서 그는 빌 클린턴, 조지 부시, 니콜라 사르코지 등 최고의 연사를 동원할 수 있게 됐다. 양보다 질을 우선하는 거물들에게 ‘소집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가 하면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은 ‘정보 화폐’를 거머쥔 슈퍼허브다. 그는 금융위기 이후 각국 정부의 위기 관리 분야를 사실상 독점해 ‘해결사’로 불렸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부 장관은 300억달러 규모의 주택대출증권을 분석하고 매각하는 일을 맡기기도 했다. 그는 전 세계의 금융시스템을 관리하면서 높은 수준의 정보를 얻었고, 풍부한 기회를 창출했다.

슈퍼허브 중에는 토마 피케티, 나심 탈레브, 폴 크루그먼, 누리엘 루비니와 같은 소수의 시대정신을 이끄는 경제학자도 있다. 이들은 독자적 브랜드가 되어 열성적 추종자를 거느린다. 추상적인 경제학을 대중의 언어로 번역해 공적 담론에 기여하고, 정부 기관 기업들이 결정을 내릴 때 그들의 관점을 참고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처럼 슈퍼허브의 DNA에는 여러 조건이 있다. 제이미 다이먼처럼 극도로 권력을 추구하는 성격이 될 수도 있고, 사교성과 영업 능력이 탁월한 스티븐 슈워츠먼 블랙스톤 회장과 같은 유형도 있다. 이러한 다채로운 인물들을 동문 네트워크와 부자 동네라는 ‘군집 효과’가 하나로 묶어 준다. 뉴욕 금융계 거물들은 센트럴파크와 가장 가까운 어퍼이스트사이트와 롱아일랜드 햄튼스에 모여 산다. 그들만의 우주를 만드는 건, 온라인상의 접속이 아니라 실제적인 만남이다. 이 책은 다보스포럼을 비롯해 이스탄불 국제통화기금 회의, 빌더버그 콘퍼런스, 자산관리사 모임 등이 이들의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영향력을 보존하는 배타적 모임이라고 소개한다.

결론적으로 슈퍼허브를 만들고 유지시키는 힘은 ‘돈, 정보, 사회자본’이라는 세 가지 축이다. 양질의 인맥을 가질수록 추가적 인맥, 자본, 정보에 더 많이 접근할 수 있게 된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슈퍼허브에게 경제 및 금융 부문의 권력이 과도하게 집중되는 현상을 꼬집으며 글로벌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금융 엘리트들의 부작용과, 특성 성과 인종이 독점하는 그들만의 리그를 지적한다.

▶오마바도 반한 소설 <운명과 분노>

시티라이프

로런 그로프 지음/ 문학동네 펴냄


이 소설에 미사여구를 붙이자면 열 손가락으로도 모자라겠다. 2015년 아마존이 뽑은 올해의 책 1위, 워싱턴포스트·타임 등 올해의 책,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인터뷰에서 2015년 읽은 최고의 소설로 꼽기도 했다. 그 비결은 이 책이 젊고 아름다운 한 쌍의 부부의 삶을 통해 결혼이라는 신화를 가차 없이 무너뜨리는 데 있다.

책은 두 개의 장으로 나뉘어 있다. 1부 로토의 시선으로 쓴 ‘운명’과 마틸드의 시선으로 쓴 2부 ‘분노’다. 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로토는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겪고 방황한다. 불량한 아이들과 어울리다 사고를 치고 플로리다 해변에서 뉴햄프셔의 기숙학교로 추방당하며, 사교계의 왕으로 변신한다.

연극 ‘햄릿’의 주연으로 마지막 공연을 마친 날 그는 운명의 여인 마틸드를 만난다. 만난 지 2주 만에 결혼식을 올리지만 이들에게는 부모의 지원이 끊어진 가난한 삶이 기다리고 있다. 아내의 헌신적인 지원으로 극작가로 성공을 거둔 뒤에야 로토는 부모 없이 불우하게 자란 마틸드의 과거를 알게 되고 결혼 생활의 숨겨진 비밀을 알게 된다. 소설은 부부의 삶이 각기 다른 관점에서 그려질 때 그곳에 진실이 있음을 보여준다.

[글 김슬기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576호 (17.05.0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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