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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8 (화)

미국 주식 투자하려면 AI·헬스케어·소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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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 그로스펀드 프랭크 카루소 CIO

“트럼프 랠리 빠르게 식고 있지만

체질 개선 주목되는 회사 많아”

작년까지 한국서 1800억 펀드 조성

대형주 투자로 5년 수익 98% 육박

5년 수익률 97.58%. 성장 가능성이 큰 미국 대형주에 투자하는 ‘AB(얼라이언스번스틴) 미국 그로스(growth) 펀드’ 성적표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조성 규모가 1800억원에 이르는 인기 펀드 중 하나다.

이 펀드의 모태 격인 ‘AB 미국 그로스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는 사람이 프랭크 카루소 AB 미국 성장주 부문 최고투자책임자(CIO)다. 50~70종목의 미국 주식을 투자 바구니에 담을지 말지 결정한다. 바구니 크기만 11억7000만 달러, 우리 돈 1조3000억원에 달한다.

미국 증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정책 기대감으로 줄곧 강세를 띠었다. 일명 ‘트럼프 트레이드’다. 하지만 열기는 빠르게 식고 있다. 미국 증시가 고점을 찍었다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카루소 CIO는 25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주가가 오르는 속도보다 기업의 체질이 더욱 빠르게 개선되는 미국 회사는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유망 업종으로는 세 가지를 꼽았다. 기술·헬스케어·소비재다.

카루소 CIO는 “특히 기술업종에선 수익이 많고 자산 건전성이 좋으면서도 앞으로 성장을 위한 투자 여력이 있는 회사가 많다”며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차량용 임베디드 등 새로운 기술을 개척해나가는 기업이 유망하다”고 말했다. 페이스북, 구글, 애플, 아마존 등 누구나 알 만한 기술기업을 대표 사례로 언급했다.

헬스케어는 다소 복잡하다. 변동성이 워낙 커서다. 일부 기업은 지나치게 높은 가격 책정으로 도덕성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카루소 CIO는 “헬스케어 업종이라도 바람직하지 않은 행태를 보이는 기업은 지양하고 미국 헬스케어 시스템 전반의 가치를 높이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에 투자한다”며 “그 덕분에 최근 3년 동안 업종 평균보다 높은 수익을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관련 기업으로 유나이티드헬스, 에드워드라이프사이언스 등을 꼽았다.

투자 철칙은 정석에 가깝다. 가치 투자와 장기 투자다. 이런 투자는 외부 변수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 카루소 CIO의 생각이다. 그래서 투자 바구니에 종목을 담을 때도 “스스로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기업인지” 먼저 따진다. 한국과 프랑스 대선에서 누가 이기든, 금리가 몇번 오르든, 어떤 변수가 닥쳐도 큰 걱정이 없다는 것이다.

시장 참가자들이 오매불망 기다리는 트럼프 세제개혁안에 크게 개의치 않는 것도 그 때문이다. 미국 기업의 실질 세부담이 다른 국가에 비해 그리 높지 않다는 판단도 깔렸다. 카루소 CIO는 “세제개혁이 나온다 해도 수혜 기업은 미국 중심의 유통회사 등 극히 일부에 국한될 가능성이 크다”며 “실제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시장 참가자 기대에 못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1분기 1% 초반(연율)의 낮은 성장률이 예상되는 미국 경제는 2분기부터 다시 회복돼 연간 2.3~2.5%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예상대로 연 세차례 금리를 올릴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카루소 CIO는 “만일 트럼프 정부가 엄청난 규모의 인프라 투자 정책을 발표할 경우 그 규모 만으로도 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투자 경험만 36년인 카루소 CIO는 일반 투자자에게 “인내심을 가지라”고 말했다. “많은 투자자의 가장 큰 약점은 너무 많은 것을 하려고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금리, 정책, 국내총생산(GDP)은 물론 매일 실시간으로 뜨는 뉴스 헤드라인까지. 지나치게 많은 정보에 현혹돼 마음을 바꾸다 보면 ‘꼭지에 사서 바닥에 파는’ 패착이 된다는 뜻이다. 카루소 CIO는 “시장에서 이기려면 결국 생각을 달리 해야 한다”며 “다른 투자자가 단기 목적으로 돈을 갖고 들어올 때 평정심을 갖고 장기 투자하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1981년 투자자문사 시어슨리먼에서 펀드 매니저를 시작한 뒤 1993년 AB자산운용으로 옮겨 성장주 투자를 시작했다. 2008년부터 미국 성장주 팀을 총괄했고 2012년 성장주 부문 CIO에 올랐다.

이새누리 기자 newworld@joongang.co.kr

이새누리 기자 newworl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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