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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7 (월)

"아람코 기업가치 2조달러는 비현실적" 내부 실사팀 불가능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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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억弗 낮춰 잡아야"
기업가치 과대평가 논란에 내년 IPO 계획 연기 지적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공사인 사우디아람코 기업가치 추산치가 과도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세계 최대 상장 석유업체인 엑슨모빌 시가총액보다 6배에 육박하는 2조달러에 이른다고 사우디가 주장했지만, 내부 평가에서도 이보다 최소 5000억달러는 낮춰 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4일(현지시간)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세계 최대 석유업체인 사우디아람코의 기업공개(IPO)가 기업가치 산정이라는 암초에 맞닥뜨렸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초 사우디 경제부문을 총괄하는 모하메드 빈 살만 부왕세제(사진)가 아람코 기업가치로 2조달러를 제시한 뒤 아람코 내부에 팀이 꾸려져 IPO를 준비하고 있지만 온갖 수단을 동원해도 그 수준을 기초로 한 IPO는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WSJ은 전했다.

유가, 사우디 세제 등 투자자들을 유인할 만한 수준으로 계획을 짜도 아람코의 기업가치 최대한도는 약 1조5000억달러(약 1689조원)에 그치는 것으로 평가됐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이마저도 최근 유가 상승과 지난달 사우디 정부가 발표한 세율인하가 적용된 결과다. 사우디는 아람코에 물리는 세율을 지금의 85%에서 50%로 낮추기로 했다.

엑슨모빌이나 로열더치셸 등 다른 석유메이저들이 무는 세율과 비슷한 수준으로 인하한 것이다.

세율인하는 주주들이 받게 될 배당을 높이고, 이에따라 기업가치도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내부 실사팀 평가에서는 이같은 세율을 적용하더라도 아람코의 기업가치는 1조3000억~1조5000억달러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 수치들을 아람코 회장인 칼리드 알 팔리 에너지 장관에게 보고했다고 내부 소식통들은 밝혔다.

IPO 주간사 은행 관계자들도 같은 견해다.

이들은 사우디가 아람코 회계자료들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는다고 불만을 나타내면서도 세금이나 로열티가 아예 없는 것이 아닌한 기업가치 2조달러는 달성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아람코 관계자는 왕세제가 제시한 2조달러 기업가치는 '비현실적'이라고 잘라 말했다.

앞서 컨설팅 업체인 우드매킨지는 연초 아람코 기업가치를 약 4000억달러로 추산한 것으로 전해진다. 85% 세율을 토대로 한 추산치로 엑슨모빌 시가총액인 3370억달러와 비슷한 규모다.

아람코 기업가치 과대평가 논란은 사우디가 내년중 아람코 지분 5%를 매각해 그 돈으로 석유의존도를 낮추는 사우디 경제 구조조정과 투자에 활용한다는 계획을 세운데서 비롯됐다.

경제에 투자할 자금규모가 정해진 뒤 아람코 기업가치를 역산정했을 수 있다는 의혹도 나온다.

2조달러를 토대로 IPO를 추진해 투자 현금을 마련하고, 또 나머지 95% 지분을 담보로 돈을 빌려 투자재원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에 따라 이뤄진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아람코 내부에서는 모하메드 왕세제가 어떤 근거로 2조달러에 도달했는지 알 수 없다는 말들도 나온다.

설령 2조달러에 맞춰 막무가내로 IPO를 추진한다고 해도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시장에서 투자자들이 매일 매일 아람코 가치를 평가할 것이어서 고평가된 주가 가치가 계속 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50%로 낮춘 세율도 다시 오르지 말란 법이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워싱턴 컨설팅업체 포린리포츠의 냇 컨 사장은 "대부분 산유국들은 석유매출의 약 90%를 (세금과 준조세로) 거둬들인다"면서 세율이 50%에서 유지될 것으로 확신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기업가치 과대평가 논란이 불거짐에 따라 내년으로 예정된 IPO를 연기하거나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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