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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취재N팩트] 위기의 바른정당, 3자 단일화 추진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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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바른정당이 대선 2주를 남기고 자유한국당 홍준표·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 3자 '원샷' 단일화를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당의 대선 후보인 유승민 후보가 반대의 뜻을 분명히 밝혔고, 성사 가능성도 희박한데 굳이 3자 단일화에 나선 속내는 무엇인지 취재기자 연결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전준형 기자!

먼저 어젯밤 바른정당이 의원총회를 열었는데요.

분위기는 어땠습니까?

[기자]
어제 바른정당 의원총회는 무려 5시간 넘게 이어졌는데요.

김학용, 이학재 의원 등 2명을 제외한 31명의 의원이 참석해 열띤 토론을 벌였습니다.

의원들은 주로 지역구 분위기를 전달하고 선거운동의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후보 단일화를 강하게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유승민 후보는 이에 대해 거부 의사를 내비치면서 서로 갑론을박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의총이 끝난 뒤 당에서는 후보 단일화를 추진하고, 후보는 결과를 지켜보기로 했다면서 최대한 갈등을 봉합한 공식 입장을 내놨는데요.

이후 유승민 후보 캠프 측에서는 다시 유승민 후보는 의총에서 3자 후보 단일화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고 취재진에게 긴급 공지를 하는 등 파열음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앵커]
이제 대선이 2주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유승민 후보는 줄곧 대선 완주 의지를 밝혔는데, 바른정당이 이제 와서 단일화 얘기 들고 나온 이유는 뭐라고 봐야 할까요?

[기자]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번 대선보다는 내년 지방선거와 더 길게는 3년 후 총선을 생각한 것이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사실 바른정당 내부에서는 이번 대선에서 승리하기 어렵다는 건 대부분 인정하는 사실입니다.

문제는 얼마나 의미 있는 지지율을 기록하느냐인데요.

지금처럼 5%도 채 안되는 낮은 지지율을 기록하면 대선 뒤 당 존립 근거 자체가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적지 않습니다.

실제로 바른정당 의원들 얘기를 들어보면 각 지역에서는 이미 바른정당을 탈당해서 자유한국당이나 국민의당에 입당하는 당원들이 줄을 잇고 있다고 하는데요.

지금 상황으로는 당장 내년 지방선거에서 바른정당 후보로 출마해봐야 승산이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지역 민심도 보수 개혁이라는 바른정당 명분에는 찬성하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반문연대'로 힘을 합치는 게 맞다는 여론이 적지 않다고 하는데요.

이렇다 보니 낮은 지지율이 회복되지 않는데도 무작정 대선 완주를 하게 되면 당이 공중분해 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크게 작용했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앵커]
바른정당 입장에서는 그런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까지 아우르는 3당 대선 후보가 어떤 공통점을 가지고 단일화를 한다는지 쉽게 이해되지 않는데요.

[기자]
한마디로 현재 선두권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꺾기 위해 '반문연대'를 만든다, 이런 개념으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사실 이런 연대론은 선거 초반부터 나왔던 이른바 제3지대론 등과 비슷한 얘기인데요.

올해 초부터 민주당 김종인 전 대표와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 국민의당 손학규 의장, 정의화 전 국회의장, 정운찬 전 총리 등이 접촉하면서 개헌을 고리로 한 연대를 모색했었습니다.

당시에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민주당 개헌파, 자유한국당 비박계 등이 함께 뭉쳐서 정치세력을 만든다는 구상이었는데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거부의 뜻을 분명히 하고, 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의원들도 움직이지 않아서 결국 흐지부지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짧은 기간에 대선 구도를 흔들 수 있는 건 후보 단일화가 거의 유일한 방법인 만큼 바른정당이 이번에 다시 '반문연대'를 내세워 연대의 불씨를 되살리려는 시도에 나섰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앵커]
사실 바른정당이 이렇게 급하게 단일화에 나서다 명분과 실리 모두를 잃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는데요.

[기자]
바른정당 내에는 자유한국당과 연대해야 한다는 쪽과 국민의당과 연대해야 한다는 세력 공존하고 있는데요.

둘 다 나름의 명분도 있습니다.

우선 자유한국당 연대파는 그 동안 줄기차게 제기됐던 보수 후보 단일화를 내세우고 있는데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책임 있는 친박계를 청산하고 보수를 바로 세우자는 논리입니다.

다만,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조원진 후보 등 핵심 친박계를 포함한 보수 후보 단일화를 추진하고 있어서 이런 명분을 지키는 단일화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국민의당 연대파는 한국 정치사에서 60년간 이어져 온 양당 구도를 타파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걸었습니다.

특히 이번 대선은 좌우 대립으로 공생해온 자유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 구도를 깰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건데요.

양당 체제를 거부한 민심에 부합하기 위해 합리적 중도와 보수를 표방한 국민의당, 바른정당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다만, 이런 얘기도 결국 정체성이 다른 두 당이 이른바 선거공학적 연대를 하기 위해 짜낸 논리 아니냐는 비판도 있는 게 사실입니다.

[앵커]
사실 자유한국당과 보수 단일화, 또는 국민의당과 중도 진영 단일화는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3당 모두 단일화하는 건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요.

정치권에서 실현 가능성은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기자]
정치권에서 보는 시각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일단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하는 게 과연 가능하냐는 건데요.

안 후보는 홍 후보에게 사퇴하라면서 대선 후보로 인정조차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고요.

홍 후보도 안 후보 뒤에 박지원 대표라는 상왕이 있다고 거듭 비판해왔습니다.

게다가 두 후보 지지층을 봐도 안 후보는 호남, 홍 후보는 영남을 주요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섣부른 단일화로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인식이 적지 않습니다.

게다가 유승민 후보도 홍 후보는 국정농단 세력과 손잡은 후보, 안 후보는 안보관이 불안한 후보라면서 연일 각을 세우고 있어서 단일화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남은 기간 유승민 후보는 완주를 위한 행보를 계속 이어가는 가운데, 당에서는 실낱같은 가능성을 붙잡은 채 후보 단일화도 시도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대선이 끝난 뒤에는 바른정당에 잠적해 있는 갈등이 어떤 방식으로든 표출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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