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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화약고' 동아시아, 군비 지출 10년간 74%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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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명의 '월드 포커스'] SIPRI 2016년 세계 군사비 동향 보고서

스웨덴의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국제분쟁과 평화, 군사 안보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를 지닌 싱크 탱크이다. 해마다 5, 6월쯤 SIPRI는 <군비 , 군축 , 국제안보>라는 이름의 두툼한 연감(yearbook)을 펴내왔다. 이 연감에는 지구촌의 여러 분쟁지역, 전 세계 국방비 지출과 무기수출 현황, 핵무기와 군비 축소 등을 비롯한 여러 군사 관련 통계자료들을 담고 있다. (☞참고 자료 보기)

스웨덴 현지 시간으로 4월 24일, SIPRI는 연감 발간의 전단계 작업으로 <2016년 세계 군사비 지출 동향>(Trends in World Military Expenditure, 2016)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에 따르면, 군비 지출에서 부동의 1위는 미국이다. 전 세계 군사비 총액의 36%를 미국이 지출했다. 2위인 중국에 견주어도 거의 3배 많다.

한국은 2015년에 이어 2016년에도 군사비 지출에서 세계 10위를 기록했다. 지난 15년 사이에 나온 SIPRI 연감 자료들을 살펴보면, 한국은 군비 지출에 관한 한 세계 랭킹 10~13위 수준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랭킹뿐이 아니라 절대액의 증가 폭이 크다는 점이다. 2000년 15조 원이던 한국 국방비는 2010년을 전후해 30조 원(2010년 약 29조 5600억 원, 2011년 약 31조 4000억 원), 2016년 40조 원을 넘어섰다.

SIPRI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군사비를 쓰는 곳이 한국과 미국, 중국이 자리 잡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이다. SIPRI는 이 보고서에서 동아시아 지역의 긴장을 구실로 각국 정부가 군사비 지출을 정당화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여기서 생겨나는 물음은 '과연 더 많은 무기 사들인다고 평화가 올까' 하는 것이다. 국가안보를 구실로 삼은 군사비 증액은 자칫 전쟁의 위기감만 높일 뿐이다. 평화를 사랑하는 지구촌 사람들은 국방 예산을 줄여 그 몫을 교육과 복지 쪽으로 돌려야 마땅하다고 여긴다. 그래서 이런 질문을 던진다. "나라마다 더 많은 돈을 들여 더 많은 무기를 산다면, 세계는 지금보다 더 평화로울까요?"

최근 대통령선거 TV 토론에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싼 동아시아의 긴장 관계가 주요 쟁점의 하나로 떠오른 상황에서, 이 SIPRI 보고서는 눈여겨볼 자료이다. 아래는 그 요약본이다. (☞ SIPRI <2016년 세계 군사비 지출 동향> 원문 보기)

프레시안

▲ 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펴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보고서의 핵심 팩트(facts)

△ 2016년 전 세계 군사비 지출 총액은 1조 6860억 달러(약 1904조 원). 전년도인 2015년에 견주어 0.4% 늘어났다.

△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군사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2%, 1인당 평균 군사비 지출액은 227 달러(약 25만 6400원).

△ 2016년 군사비 지출 상위 5개국은 미국, 중국,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인도 순이다. 한국은 2015년과 마찬가지로 10위.

△ 미국의 군비 지출 총액은 2016년 6110억 달러(전 세계 군비 총액의 36%)로 전년도보다 1.7% 늘어났다. 하지만 2010년에 견주어보면, 군비 지출액은 20% 줄어들었다.

△ 아시아와 오세아니아, 유럽(서유럽, 중유럽, 동유럽), 그리고 북미 지역의 군사비 지출이 늘어났다. 특히 동아시아의 군사비 증가율이 가장 높다. 아프리카, 중남미 지역 국가들의 군비 지출은 줄어들었다.

△ 중동 국가들의 군사비 지출은 17% 줄어들었다. 2014년부터 이어진 유가 하락이 산유국들의 군비 지출 감소에 큰 영향을 미쳤다.

미국 국방비는 중국의 3배, 한국은 10위

1998년부터 2011년까지 13년 동안 꾸준히 늘어나던 세계 군사비 지출 규모는 2011년~2014년 사이에 평균 0.7% 줄어들었다. 하지만 2015년부터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고 2016년에도 0.4% 증가율을 보였다.

2016년 군사비 지출 상위 15개국 명단은 2015년과 똑같다. 다만 일부 국가의 순위가 살짝 바뀌었을 뿐이다. 이들 15개국의 군비 지출 총액은 1조 3600억 달러로 전 세계 군비 지출총액의 81%를 차지한다.

군사비 지출에서 1위는 미국(6110억 달러, 전세계 군비 총액의 36%), 2위 중국(추정치 2150억, 13%), 3위 러시아(692억 달러, 4.1%), 4위 사우디아라비아(추정치 637억 달러, 3.8%), 5위 인도(559억 달러, 3.3%), 6위 프랑스(557억 달러, 3.3%), 7위 영국(483억 달러, 2.9%), 8위 일본(461억 달러, 2.7%), 9위 독일(411억 달러, 2.4%), 10위 한국(368억 달러, 2.2%) 순이다. 그 다음으로는 11위 이탈리아, 12위 호주, 13위 브라질, 14위 아랍 에미리트 연합(UAE), 15위 이스라엘이다.

군사비 지출 1위, 2위 국가는 미국과 중국으로 지난해와 마찬가지다. 하지만 3위 국가가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러시아로 바뀌었다. 인도는 2009년 이래 군비 지출 규모를 크게 늘려왔기에 2015년 7위에서 2016년 5위로 올라섰다. 한편 영국과 브라질은 순위가 한 단계씩 내려갔다.

상위 15개국 가운데 지난 10년(2007년~2016년) 사이에 군사비 지출 증가율이 가장 높은 나라는 중국(118%)이고, 그 다음이 러시아(87%), 인도(54%) 순이다. 같은 기간 동안 군비 지출이 줄어든 나라는 이탈리아(-16%), 영국(-12%), 미국(-4.8%)이다.

2016년 미국의 군사비 지출은 6110억 달러로 전 세계 군사비 지출 총액의 36%에 이른다. 2위인 중국에 견주어도 거의 3배나 많다. 2016년 지출이 1.7% 늘어났다. 지난 5년 동안 해마다 줄어들던 지출이 다시 많아졌다. 하지만 2010년에 견주어보면, 군비 지출 총액은 20%가량 줄어들었다.

유가 하락 탓, 중동 국방비 큰 폭 감소

2016년 군사비 지출이 2015년에 견주어 늘어난 곳은 아시아와 오세아니아, 유럽, 북미 지역이다. 아시아와 오세아니아는 4.6%, 북미 지역은 1.7%, 유럽 국가들도 서유럽 2.6%, 중앙 유럽 2.4%, 동유럽 3.5% 등 모두 군비 지출이 늘어났다.

이와는 달리, 중남미 지역과 아프리카 국가들은 군사비 지출이 줄었다(중미 -9.1%, 남미 -7.5%, 아프리카 -1.3%). 중동 국가들의 군비 지출은 17% 줄어들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30%), 이라크(36%)의 감소폭이 컸다. 2014년부터 이어진 유가 하락이 산유국들의 군비 지출 감소에 큰 영향을 미쳤다.

동아시아 긴장 내세워 저마다 군비 늘려

아시아와 오세아니아 지역의 2016년 군비 지출은 4500억 달러로 전년도보다 4.6% 늘어났다. 하지만 2014년, 2015년의 증가율보다는 조금 낮다. 이는 주로 중국의 군비 지출 증가율이 국내총생산(GDP)의 낮아진 증가율에 묶여 상대적으로 조금 더 낮아졌기 때문이다.

2007년부터 2016년까지 10년 동안 아시아 지역의 군사비 지출 증가율은 64%에 이른다. 특히 동아시아 지역의 군사비 증가율은 74%로, 전 세계 다른 어느 지역보다 많이 늘어났다. (중국이 지난 10년 사이에 보인 군사비 증가율은 118%).

2016년도 군사비 지출 상위 15개국 가운데 5개국이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에 속한다(중국, 인도, 일본, 한국, 호주). 중국은 2150억 달러의 군비 지출로 5개국 가운데 1위이다.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군사비 지출 총액의 48%를 중국이 차지했다. 2위인 인도(559억 달러)보다 거의 4배나 많은 규모이다.

지금 아시아의 여러 곳이 긴장 상황에 있다. 한반도에서 남북한, 동중국해에서 중국과 일본,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동남아시아 국가들, 그리고 인도-파키스탄, 인도-중국 사이에 긴장 상태가 이어지는 중이다. 이런 긴장 상황들은 각국 정부들로 하여금 군사 장비를 현대화하고 군비를 늘릴 구실을 정당화시켜준다.

기자 : 김재명 국제분쟁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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