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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쌍둥이도 구분한다는 얼굴인식, 갤럭시 S8은 왜 '보안성'보다 '편의성'을 강조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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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 S8' 시리즈에 새로 도입된 '얼굴 인식' 기능이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쉽게 풀린다는 점이 알려지자 삼성전자가 보안성과 편의성의 선택권을 사용자에게 떠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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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업데이트 후 '빠른 얼굴 인식' 옵션 등장…보안 수준 일부러 낮춰

삼성전자는 최근 갤럭시 S8의 얼굴 인식을 비롯해 덱스(DeX), 빅스비(Bixby)와 같은 신규 기능을 안정화하는 내용의 업데이트(G955NKSU1AQDC/G995NOKR1AQDC/G995NKOU1AQDB)를 배포했다. 이 업데이트를 설치하면 갤럭시 S8의 '잠금화면 및 보안' 설정 내 얼굴 인식 메뉴에 기존에는 없던 '빠른 얼굴 인식'이라는 새로운 옵션에 생긴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빠른 얼굴 인식 옵션을 켜면 얼굴 인식 속도가 빨라지고, 끄면 사진이나 동영상 속 얼굴이 인식될 가능성은 작아지지만 잠금 해제 속도는 느려진다. 보안성과 편의성 중 어느 쪽에 무게를 둘 것인가를 사용자에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옵션인 셈이다. 기존에는 빠른 얼굴 인식 옵션이 기본으로 켜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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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 업계에 따르면, 얼굴 인식 분야에서 의도적인 행위로 타인의 신분을 위장하는 것을 '페이스 스푸핑(Face spoofing)'이라고 한다. 페이스 스푸핑을 방지하는 기술은 '페이스 안티(anti) 스푸핑'으로 불린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S8의 이번 업데이트로 내장된 얼굴 인식 소프트웨어의 페이스 안티 스푸핑 수준을 높이는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갤럭시 S8 출고 시 빠른 얼굴 인식 옵션을 기본 설정해둔(보안 수준을 낮춘) 이유는 잠금 해제 목적상 속도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라며 "더 높은 수준의 보안을 원한다면 패턴이나 지문, 홍채 등 다른 대안이 있으므로 얼굴 인식 기능은 편의성에 더 무게를 뒀다"고 설명했다.

갤럭시 S8의 얼굴 인식 기능은 3D 카메라와 같은 별도의 하드웨어에 의존하지 않고 전면 카메라와 소프트웨어만으로 구현했기 때문에 같은 환경에서 보안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스템 자원을 필요로 한다. 그만큼 스마트폰 배터리를 더 많이 소모하고, 발열을 유발할 수 있다. 촬영한 얼굴을 더 정밀하게 분석해야 하는 만큼 잠금 해제에도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 무거운 얼굴 인식 SW 알고리즘, 스마트폰 과부하 부담됐나

소프트웨어로 페이스 안티 스푸핑을 구현하는 기술은 현재 다양한 알고리즘이 구현돼 있다. 굴곡이 있는 실제 얼굴과 평평한 사진을 찍었을 때 반사광의 파장이 다르다는 점을 이용하기도 하고, 표정의 미세한 움직임을 포착해 움직임이 전혀 없으면 사진으로 간주하기도 한다. 다양한 요소를 결합할수록 보안 수준은 높아진다.

얼굴 인식 기능의 보안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3D 카메라 등 하드웨어의 도움이 필요하다. 3D 카메라는 사물을 단순 평면이 아니라 입체적으로 촬영할 수 있기 때문에 사진이나 동영상에 의한 페이스 스푸핑을 원천 차단할 수 있다. 적외선 카메라도 많이 쓰인다. 적외선 카메라는 촬영물 표면의 열을 감지해 사람과 사물을 구별하거나, 가시광선에 의한 촬영물의 왜곡을 보정해 정확도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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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MS)가 2015년 '윈도 10' 출시와 함께 선보인 얼굴 인식 솔루션 '윈도 헬로(Windws Hello)'는 이미 그 당시 사진이나 동영상을 걸러내는 것은 물론, 일란성 쌍둥이까지도 구별해냈다. 인텔의 '리얼센스(RealSense)' 카메라와 짝을 이룬 덕분이다. 리얼센스는 일반 카메라와 적외선 레이저 프로젝터, 적외선 카메라로 구성된 특수 카메라다. 인텔은 과거 올라웍스라는 한국의 3D 벤처기업을 인수해 사람의 얼굴에서 성별과 나이를 구분하는 기술을 확보하기도 했다.

관련 업계는 애플이 올해 가을 선보일 예정인 '아이폰 8(가칭)'에 3D 센서 기능을 내장한 전면 카메라를 탑재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는다. 애플은 2013년 3D 기술 기업 프라임센스를 인수했고, 올해 초에는 얼굴 인식 기술 스타트업 리얼페이스를 사들였다. 지난 달에는 '3D 카메라를 이용한 얼굴 인식 기술' 특허도 낸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는 애플이 아이폰 8에 3D 얼굴 인식 및 증강현실(AR) 기능을 탑재할 것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얼굴인식 보안 업계 한 관계자는 "갤럭시 S8에는 홍채 인식을 위한 적외선 카메라가 탑재돼 있으나, 이 적외선 카메라는 화각이 좁아 얼굴 인식 겸용으로 활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아 보인다"며 "결국 전면 카메라와 소프트웨어에만 의존해야 하는데, 모바일 기기에서 높은 보안 수준의 무거운 얼굴 인식 알고리즘을 구동하는 것이 부담이 됐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IT조선 노동균 기자 saferoh@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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