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03 (월)

지금도 성장중인 할리스커피…IMM의 노림수 통했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편집자주] 사모펀드(PEF)들이 기업사냥꾼이라는 달갑지 않은 이미지를 좀처럼 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PEF들이 기업을 인수한 뒤 피도 눈물도 없이 구조조정을 단행해 단기적인 기업가치 향상에만 치중한다는 의심 때문입니다. 하지만 "PEF가 기업을 샀기 때문에 망했어야할 기업이 살아남는 것 아니냐"는 한 PEF 대표의 말에도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것도 사실입니다. PEF가 인수한 기업들이 어떻게 변했는지 깊이 있게 분석해 보겠습니다. PEF가 부도덕한 기업사냥꾼인지 그리고 PEF들의 투자가 성공했는지에 대한 판단은 독자 여러분의 몫입니다.

[[PEF의 기업들]커피시장 성장 둔화에도 차별화 전략 유효…외형과 내실 고른 성장에 기업가치 2배↑ ]

머니투데이

#인수 전(前)


PEF(사모펀드) 운용사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는 2013년 할리스커피를 인수했다. 인수 뒤 증자 등을 통해 총 820억원을 투자했다. 할리스커피는 지분투자에 주력한 IMM PE의 두 번째 바이아웃(경영권 인수) 딜로 주목받았다.

2013년 당시 커피 시장은 다수의 브랜드가 난립하며 경쟁이 치열해져 추가 성장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 할리스커피가 시장 점유율 5위권 기업으로, 선도 브랜드가 아니라는 점도 불확실성을 키웠다.

IMM PE의 첫 바이아웃 투자인 자동차 와이퍼 회사 캐프는 2012년 자본잠식에 빠졌고 2013년 기존 경영진과 법적 분쟁까지 벌어지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이 때문에 IMM PE의 바이아웃 투자 능력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가 적지 않았다.

# 인수 후(後)

할리스커피는 IMM PE 인수 뒤 꾸준한 실적 성장을 이뤘다. 기업가치의 표본이라 할 수 있는 EBITDA(상각전 영업이익)는 지난해 약 200억원으로, 인수 때보다 2배가량 늘었다.

인수 뒤 경영진에 변화를 주지 않았지만 IMM PE에서 적극적으로 경영 전략을 수립해 현장에 반영했다. IMM PE는 인수 3년 만인 지난해 할리스커피 매각을 추진했다. 기업가치 향상에 성공했다는 판단에 엑시트를 노렸지만 인수 후보 측과 가격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무산됐다.

이후 IMM PE는 할리스커피 인수 때부터 깊숙이 개입한 담당 운용역 김유진 이사를 할리스커피 CEO(최고경영자)로 선임했다. 당분간 매각보다 기업가치 향상에 주력하겠다는 전략이다.

◇IMM의 특별한 애정…송인준 대표가 현장 변화 주도 = IMM PE는 바이아웃으로 인수한 할리스커피에 막대한 애정을 쏟았다. 담당 운용역인 김유진 당시 이사뿐 아니라 송인준 대표가 직접 매장의 컵 색깔을 비롯한 디자인, 직원 유니폼 등에도 변화를 줄 정도로 공을 들였다. 경영진 의견이 현장에 그대로 반영되면서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나자 할리스커피 경영에 더 즐거움을 느끼며 관심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인수 당시 공언한 대로 투자도 아끼지 않았다. 2013년 할리스커피(법인명 할리스에프앤비) 지분 60%를 450억원에 인수한 뒤 추가로 두 차례에 걸쳐 총 370억원을 투입했다. 현재 IMM PE는 SPC(특수목적법인) 크라운유한회사를 통해 할리스커피 지분을 91.82%를 보유하고 있다.

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은 사업 영역 확장에 활용했다. 디초콜릿커피사업부를 인수했고, 할리스커피클럽이라는 새 브랜드를 선보였다. 이를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타깃 고객층을 확대했다.

직영점 위주 전략 역시 주효했다. 사모펀드 인수 전까지 할리스커피는 유동성 부족으로 가맹점 중심으로 운영했다. IMM PE는 인수 뒤 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직영점 확대에 나섰다. 가맹점이 많아져 매출이 늘어나는 구조에서 탈피해 매장당 매출을 늘리는 데 주력했다. 외형만 불리기보다 내실 성장을 추구한 셈이다.

프랜차이즈의 직영점 중심 경영은 자금이 필요하다. 그 자금을 IMM PE가 책임졌다. 직영점은 아르바이트가 아니라 정식 직원이 일하기 때문에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왔다. 할리스커피 직영점은 로스팅과 제조까지 커피 생산 과정을 직접 관리하는 시스템을 통해 품질 향상에도 성공했다. 또 각 매장의 규모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면서 다른 커피 프랜차이즈와 차별화를 시도했다.

최근 치열한 커피 프랜차이즈 시장 경쟁에서 외형이 아닌 매장당 매출성장이 이뤄지는 곳은 할리스커피를 포함해 4개 브랜드 정도다. 할리스커피 외에 스타벅스, 이디야, 투썸플레이스가 그 주인공이다.

◇외형과 내실 모두 향상…임직원 수는 3배 이상 늘어 = 할리스커피의 성장은 수치에서 그대로 확인할 수 있다. IMM PE가 할리스커피를 인수한 2013년 매출액은 685억원, 영업이익은 70억원이다. 지난해 매출액은 1286억원, 영업이익은 127억원으로 3년 만에 각각 87%, 81% 증가했다.

할리스커피의 지난해 EBITDA가 200억원 이상인 점을 감안할 경우 멀티플 10배를 적용하면 기업가치는 2000억원을 웃돈다. 인수 뒤 총 투자한 금액이 82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2배 이상의 기업가치 향상을 이뤄낸 셈이다.

IMM PE는 지난해 금융권에서 할리스커피 경영권을 담보로 400억원을 차입하며 일부 투자금 회수에 나서기도 했다. 경영권만으로 투자금액의 절반가량의 가치를 인정받을 정도로 성공적인 투자 경험을 쌓고 있는 중이다.

적극적인 고용 창출로 기업의 사회적 책무 수행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2013년 말 기준 할리스커피 임직원 수는 198명, 3년이 흐른 2016년 말 임직원 수는 655명으로 3배 이상 늘었다. 사모펀드 인수 뒤 구조조정이 없을 뿐 아니라 적극적인 인재 채용으로 고용창출에 톡톡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IMM PE는 할리스커피 인수 뒤 해외시장 개척에도 신경을 썼다. 인수 당시 해외 매장은 9개인데, 중국과 베트남, 태국 등에서 확장 정책을 펼쳐 24개로 늘렸다. 해외에서도 무분별한 확장보다는 수익을 낼 수 있는 내실 있는 시장 공략에 초점을 맞췄다.

IB업계 관계자는 "IMM PE가 할리스커피를 인수할 당시만 해도 건물마다 커피숍이 있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해 추가적인 성장에 대한 의문이 컸다"며 "사모펀드 인수 뒤 국내외에서 차별적인 경영전략을 통해 할리스커피가 어느새 성장하는 커피 프랜차이즈라는 브랜드 경쟁력을 확보하게 됐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IMM PE는 지난해 한 차례 매각에 실패한 뒤 추가적인 기업가치 향상에 주력하기로 했다. 운용역인 김 이사를 대표로 파견해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찾는 데 주력하겠다는 계획이다. 최소 2~3년의 기간 동안 할리스커피의 기업가치를 더욱 높인 뒤 제값을 받겠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매각 과정에서도 예비입찰과 본입찰에서 복수 후보가 참여해 할리스커피의 매각 절차는 순조롭게 진행됐다. 다만 유력 후보가 마지막 협상 과정에서 추가적인 가격 인하를 요구했고, IMM PE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만큼 할리스커피의 기업가치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고, 추가적인 가치 향상도 가능할 것으로 진단했다.

남은 숙제는 과열되는 커피 프랜차이즈 시장의 경쟁 상황이다. 할리스커피와 마찬가지로 사모펀드 투자를 받은 카페베네는 영업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카페베네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817억원으로 전년대비 32%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133억원으로 더욱 확대됐다. 커피 프랜차이즈 시장의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방증이다. 할리스커피가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질 커피 시장에서 그동안 이뤄낸 성장 추세를 지속하기 위해선 색다른 전략이나 고민, 해외시장 개척 등이 필요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IMM PE 관계자는 "할리스커피 인수 뒤 적극적인 직영점 위주 전략과 사업영역 확대를 통해 연평균 20~30% 성장했다"며 "성장하는 커피 프랜차이즈 브랜드로 자리 잡은 만큼 추가적인 기업가치 향상을 위한 전략 수립에 더욱 공을 들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도윤 기자 justice@, 안재용 기자 poong@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