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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TV토론회, 정치 불신 더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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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일보

[충청일보 사설] 대선후보 TV토론회가 회를 거듭할수록 국민들의 실망감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기자협회와 SBS가 공동주최한 1차 TV토론회와 지난 19일 KBS가 주관한 2차 TV토론회도 적잖은 문제점이 노출됐다. 처음으로 참가자들이 모두 서서 사회자 없이 제한시간 내에 서로 묻고 답하는 형식을 도입한 2차 TV토론은 어수선했다는 평을 들었다. 주어진 시간을 답변과 질문을 제대로 배분해 사용하지 못하는 등 무질서하고 후보자간에 난타전 양상을 보이는 부작용이 노출됐다. 다만 '주적 논란''2007년 UN 북한인권법 표결 전에 북한의 뜻을 문의했느냐' 등 가라앉아 있던 이슈들을 전면에 끌어낸 것들은 그나마 성과로 꼽혔다. 처음 시도되는 형식이니 그러려니 하고 다음을 기대했다.

그러나 두 번째 스탠딩 토론 형식으로 진행된 23일 저녁의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최 제3차 TV토론회는 그야말로 중구난방이었다. 그나마 이렇다할 성과도 없이 저잣거리 시정잡배들의 패싸움을 연상케할 정도로 저질 난장판을 연출했다. 서로 상대방 흠집내기에 치중하고, 자신에게 쏟아진 질문에는 답을 피하기 급급했다. 또 곤란한 답변을 모면하기 위해 딴 소리를 하거나, 답변을 대신해 역공을 하는 식으로 빠져나가기 등으로 청취자의 검증 요구를 정면으로 배척했다.

이날 최대의 쟁점은 북한인권법 표결 전 대북 문의와 관련된 진실공방이었으나 역시 시원한 답은 나오지 않았다. 당사자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이와 관련해 토론회 때마다 말을 바꿔 유권자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했다. 더구나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자신에 대한 질문도 아닌데 불쑥 나서서 "대통령이 기권을 결정한 다음 북한과 상의한게 무슨 잘못이냐, 당당하게 얘기해야 한다"고 지원 발언에 나서기도 했다. 같은 진보진영 후보라고 해도 대선후보토론장의 룰을 깨는 것은 물론 유권자들을 무시하는 행태가 아닐 수 없다. 마치 문 후보를 엄호하기 위해 나온 지원군 같았다. 독립국가가 외교적 결정을 타국, 그것도 당사자인 적국에 문의한다는 것은 결정 전이든 다음이든 불문하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토론다운 토론은 커녕 답변하는 도중에 끼어들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지도 못하게 만드는 상식 이하의 훼방은 놓는 것은 다반사였고, 주제와 무관한 사안을 불쑥 내놓는 생뚱맞은 장면도 여러 차례 발생했다. 전반적으로 "동네이장 선거보다도 못한 토론이었다"는 비판이 비등했고, "뽑아줄만한 후보가 없다"는 실망감과 함께 국민의 정치에 대한 염증을 더욱 심화시켰다.

TV토론은 지난 17ㆍ18대 대선 때까지는 지지 후보자를 선택하는데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상대 후보가 더 잘 했다고 해도 지지후보를 좀처럼 바꾸지 않는 것이 그간 대선에서의 유권자 성향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조기에 실시돼 선거 기간이 짧아 이번 대선의 TV토론 영향력이 어느 때보다도 큰 것은 사실이다.

TV토론을 통해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면 변칙플레이로 위기를 모면하려는 얕은 수를 찾기보다는 좀 더 진지하게 공부하고, 적절한 전략을 숙지하는 노력, 스피치 방법을 익히는 준비에 더 시간을 써야 할 것이다.

충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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