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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관객리뷰 : 솔깃한 공연] 달콤한 열망이 낳은 붉은빛 소나타 뮤지컬 ‘광염소나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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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광염소나타’ 사진제공_아시아브릿지컨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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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 뮤지컬 ‘광염소나타’는 김동인의 소설 ‘광염(狂炎) 소나타’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이 작품은 1930년 김동인이 지은 단편작으로 1930년 1월 1일부터 1월 10일까지 중외일보에 발표되었다.

소설에서는 방화나 살인 등 자극적인 사건이 있어야 천재성이 솟아나는 작곡가 백성수를 주인공으로 한다. 구성이 치밀하고 줄거리가 복합 구조 속에 녹아들어 단편소설로서 완결성이 한결 돋보인다는 평을 받은 작품이다. 뮤지컬 ‘광염소나타’는 이런 설정을 따와 살인을 저지르면 훌륭한 악상을 떠올리는 ‘J’, 그의 천재적인 음악성을 지닌 친구 ‘S’, 그리고 클래식계의 유명 교수 ‘K’ 사이의 긴장감을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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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광염소나타’ 사진제공_아시아브릿지컨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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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분을 한숨에 끌고 가는 몰입감 있는 이야기 전개”

원작 ‘광염소나타’에서 작가 김동인은 ‘진정한 예술을 위한 것이라면 광적인 범죄 행위도 용인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가치관을 나타낸다. 악상이 떠오르지 않았을 때 살인을 저지른다는 극단적인 설정을 보며 관객들은 ‘J’를 미쳤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너무 과한 설정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로마의 제5대 황제 네로가 로마 시내에 불을 지른 것은 시적 영감을 얻기 위해서라는 설이 있는 것처럼, 많은 아티스트들은 영감을 얻기 위해 어떤 시도를 할 마음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원작의 가치관처럼, 뮤지컬 ‘광염소나타’도 진정한 미적 가치, 예술을 위한 예술에 대한 질문을 남긴다.

처음엔 그저 뺑소니 사고로 인한 자극으로 제1악장을 완성한다. 다음엔 더 큰 자극을 위해 살인을 저지르고 제2악장을 완성한다. 그리고 악장을 계속 진행해 완성하기 위해 더 자극적인 방법의 살인을 저지르고 이제는 살인으로 만족하지 못하는 지경까지 이르는 ‘J’와 그의 살인을 부추기는 ‘K’, 그리고 ‘J’의 친구 ‘S’ 사이의 대립 구조는 작품의 몰입도를 높인다.

또, 기존 뮤지컬이 가지고 있는 진행 레퍼토리와는 달리, 긴장의 해소를 위한 코믹한 장면을 없애고 감정을 강화하거나 유지하면서 100분을 구성한다. 뮤지컬 ‘광염 소나타’는 이런 점에서 뮤지컬이지만 고전 연극 같은 진지함을 보여준다. 소설에는 K 밖에 없던 영문 캐릭터 이름을 뮤지컬에서는 등장인물 모두에게 부여해 익명성을 주어 스릴러 요소를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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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광염소나타’ 사진제공_아시아브릿지컨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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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의 음악을 활용한 음악과 줄거리 간의 상호 관계, 그리고 트리오로 보여주는 독특한 음악 어법들” 뮤지컬 ‘광염소나타’에는 이야기에 개연성을 부여하는 음악 용어가 나온다. ‘Beklemmt :죄다, 압박하다, 괴롭히다’라는 용어인데 ‘현악 사중주 13번 5악장 카바티나(Cavatina)’에서 베토벤은 독일어 beklemmt라는 주문을 써넣어 숨이 막히듯이 연주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이 용어는 이 작품에서 굉장한 동기가 된다. ‘J’는 beklemmt라는 넘버를 부르기도 하고, 극 중 BG로 라디오에서 카바티나 연주가 흘러나오기도 한다. 이런 음악적 설정은 허구적 작품에 신빙성을 부여한다.

실제로, 베토벤의 일부 작품 리듬이 부정맥으로 인해 불규칙하게 뛰는 그의 평소 심장 박동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된 것으로 보인다는 논문도 있다. 베토벤의 불안한 심장 박동을 표현해내기 위해 작곡가 다미로는 바이올린, 첼로 연주자가 번갈아가며 불안한 느낌의 단선율을 주고받는 음악 어법을 설정하여 극의 긴장감을 높인다.

뮤지컬 ‘광염소나타’는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3명의 트리오 연주자들이 무대 위에서 라이브로 연주한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3개의 악기가 동시에 화음을 내기도 하고 서로 다른 소리를 주고받기도 한다. 이런 연주 구성은 무대 위의 세 명의 배우가 연기하는 모습과 비슷한 모습이 있다.

뮤지컬 ‘광염소나타’는 트리오 연주자들이 현대 음악적 어법을 통해 등장인물들의 불안감, 감정의 격발, 갈등의 고조를 나타내는데 그동안의 뮤지컬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색다른 시도이다.

사진 제공_​아시아브릿지컨텐츠

문소현 관객리뷰가(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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