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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불로초를 찾아서…`회춘 프로젝트` 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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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바토리 에르제베트(1560~1614년). 우리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지만 헝가리 사람들은 치를 떤다. 이름보다 '피의 백작부인'으로 잘 알려져 있는 그는 역사상 가장 악명 높은 살인마로 꼽힌다. 왕족 출신으로 성에 살던 그는 마을에 있는 어린 소녀들을 납치해 살해한 뒤 그들의 피로 목욕을 했다. 심지어 마시기까지 했다.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서였다. 젊은 피가 노화를 막을 수 있다는 속설은 과거부터 있어 왔다. 젊은 사람의 피를 마시면 젊어지는 드라큘라도 이런 이야기를 근거로 만들어졌다. 젊은 사람의 피는 정말 '회춘'을 가져다줄까. 과학자들이 그 비밀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1956년 미국 코넬대 클라이브 매케이 교수 연구진은 젊은 쥐와 늙은 쥐를 '병체결합'한 뒤 1년 넘게 관찰했다. 병체결합이란 두 동물의 혈관을 연결하는 것을 말한다.

그 결과 늙은 쥐의 골밀도가 젊은 쥐 수준으로 향상되면서 "젊은 피가 회춘에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피의 어떤 성분이 젊음을 유지하게 한지 알 수 없었다. 2005년에는 학술지 '네이처'에 늙은 쥐와 젊은 쥐를 병체결합한 미국 스탠퍼드대와 UC버클리 연구진의 논문이 발표됐다. 50년 만에 재현된 실험에서도 역시 늙은 쥐의 상처 회복 속도가 빨라지는 등 젊어지는 효과가 나타났다. 과학자들은 이후 젊은 피의 '어떤 성분'이 회춘을 유도하는지를 연구하기 시작했고 관련 논문 수십 편이 발표되기에 이른다.

2014년 학술지 '사이언스'가 선정한 10대 뉴스에는 단백질 'GDF11'의 이름이 올랐다. 2013년 8월 미국 하버드대 의대 연구진이 찾아낸 GDF11은 적혈구와 백혈구를 만들어내는 '지라(비장)'에서 만들어지는데 늙은 쥐에게 젊은 쥐의 피가 아닌, GDF11만 따로 분리해낸 뒤 주입하자 회춘 효과가 나타남을 확인한 것이다. 이후 GDF11이 늙은 쥐의 근육량을 증가시키고 새로운 혈관을 자라게 하는 등 여러 효과가 확인됐다.

2005년 이 같은 연구에 불을 지폈던 UC버클리 마이클 컨보이 교수 연구진은 지난해 말 다소 실망스러운 연구를 발표하기에 이른다. 병체결합의 경우 혈액뿐 아니라 모든 장기를 공유하기 때문에 회춘 효과가 클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혈액이나 GDF11 등을 수혈받는 것은 회춘 효과가 크지 않다는 연구였다. 연구진은 젊은 쥐와 늙은 쥐 혈액의 절반을 바꾸는 실험을 진행했는데 늙은 쥐의 건강 상태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뇌 기능 역시 마찬가지였다. 다만 젊은 쥐에게 늙은 쥐의 혈액을 주입한 경우 건강은 급격히 악화됐다. 연구진은 외신과 인터뷰하면서 "노화는 되돌릴 수 없는 불변이 아니라 어느 정도 변화가 가능하다"면서도 "하지만 마치 드라큘라 이야기처럼 젊은 피가 회춘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다"고 이야기했다. 연구진은 2005년 이들의 연구 결과가 발표된 이후 많은 벤처기업이 '회춘'이 가능하다며 젊은 피에 투자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회춘에 대한 인간의 욕망은 다양한 연구와 논문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19일 학술지 '네이처'에는 젊은 인간의 혈장에서 발견된 단백질이 늙은 쥐의 뇌 기능을 향상시킨다는 스탠퍼드대 연구진의 논문이 게재됐다. 연구진은 신생아의 제대혈에서 분리해낸 혈장을 늙은 쥐의 정맥에 주입했다. 그 결과 미로 찾기와 같은 학습 능력이 향상됐다. 연구진이 늙은 쥐의 뇌를 해부한 결과 기억을 관장하는 '해마' 영역에서 시냅스 형성을 증가시키는 유전자가 발견됐다. 시냅스가 많고 연결이 잘되어 있을수록 뇌는 잘 작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혈장에서 발견된 단백질 66개 중 'TIMP2'가 이 같은 효과를 일으켰다고 결론 내렸다. 다만 TIMP2가 뇌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는 밝혀내지 못했다.

고령화로 인한 노인성 질환 증가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연구는 한 가지 '팁'을 던져준다. 젊은 사람들의 혈장을 모은 뒤 이를 나이 든 사람에게 주입하면 알츠하이머와 같은 뇌질환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연구를 이끈 토니 위스코레이 스탠퍼드대 교수는 학술지 네이처와 인터뷰하면서 "하지만 이런 약물을 개발하기까지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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