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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비정규 노동자 ‘꿀잠’ 위한 쉼터, 첫 삽 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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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4일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의 ‘꿀잠’ 건물 앞에서 착공식 참가자들이 ‘비정규직, 고용불안, 저임금, 장시간노동’이라 쓰인 테이프를 자르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사단법인 ‘꿀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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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을 오래 하다 보면 마음 편히 쉬기도 힘들고, 씻을 곳도 마땅치 않습니다.” 동양시멘트 해고노동자 이병열씨가 말했다. 강원 삼척의 동양시멘트 하청업체에서 일하다 해고당한 노동자들은 2015년 8월부터 서울 광화문 삼표그룹 본사 앞에서 “고용노동부와 법원의 정규직 인정 판결을 수용하라”며 노숙농성을 벌이고 있다. 좁은 비닐천막 내부는 몸 하나 눕히기도 빠듯하다. 씻을 공간은 있을 리 없다. 공용화장실에서 세면과 빨래를 하다가 이용객들의 눈총을 받기 일쑤다.

자신들의 목소리를 알리기 위해 거리에서 한뎃잠을 자는 비정규 노동자들을 위한 쉼터가 첫 삽을 떴다. 24일 비영리 사단법인 ‘꿀잠’은 착공식을 열고 “광장의 촛불은 일상으로 돌아갔지만 비정규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여전히 처절하다”라며 “이들이 맘 편히 쉴 수 있는 연대의 공간을 만들겠다”라고 밝혔다.

이들이 만들려는 쉼터 ‘꿀잠’은 거리 투쟁을 벌이며 숙식은커녕 제대로 씻지도 못하는 노동자들을 위한 집이다. 비정규 노동자들의 일터는 전국 곳곳에 있다. 하지만 이들의 노동조건을 결정하는 본사, 그리고 대개의 중앙 행정·사법기관은 서울에 있다. 정규직 인정을 받으려고, 해고의 부당함을 알리려고 서울까지 먼 길을 오르내리는 노동자들을 위해 휴식 공간을 마련하자는 취지로 쉼터 건립이 추진됐다.

‘꿀잠’ 건립을 위해 10억원을 목표로 한 모금이 2015년 시작됐다. 지난해 7월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과 문정현 신부가 붓글씨와 새김판 전시회를 열어 기금을 보탰고, 경향신문과 한겨레 한국일보 등의 노동 담당기자들이 비정규직 문제를 다룬 잡지 ‘꿀잠’을 펴내 2만여부를 팔기도 했다.

꿀잠 건립추진위원회는 그동안 모인 기금으로 지난달 서울 영등포구 신길역 근처 4층짜리 다세대주택을 매입했다. 1층에는 카페와 주방, 장애인 쉼터, 사무공간이 들어선다. 숙소로 쓰일 4층에는 한칸당 4명이 묵을 수 있는 방 3개가 마련된다. 지하층에는 공연과 회의 등을 열 수 있는 다목적홀이, 옥상에는 배추·상추를 직접 재배할 수 있는 작은 텃밭이 만들어진다. 대부분의 리모델링 작업은 건축가와 자원봉사자들의 재능기부로 이뤄진다. 이윤하·정기황 건축가가 설계와 감리를 맡았고, 성균관대 건축학과 학생들과 쌍용차지부, 콜트콜텍 노동자들이 각자의 기술과 시간을 십시일반 투입하는 방식으로 작업이 진행된다.

꿀잠 이사장인 조현철 신부는 “사회의 가장 취약하고 정의롭지 못한 영역이 바로 비정규 노동”이라며 “이들이 편히 머무를 수 있는 ‘집’ 같은 공간이 되어, 비정규직 문제를 지속적으로 알릴 수 있는 산실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꿀잠은 오는 7월말 완공 예정이다. 공과금 등 운영비는 후원금으로 충당한다. 사단법인 ‘꿀잠’ 홈페이지(cool-jam.kr)를 통해 CMS 계좌 후원을 신청할 수 있다.




경향신문

비정규 노동자 쉼터 ‘꿀잠’ 완공 시 조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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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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