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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인도의 '소고기 전쟁'…육류 수출산업 반토막 위기, 이면엔 국수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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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아시아투데이 이미현 기자 = 암소를 신성시하는 인도 힌두교의 소고기 금지 규범이 물소고기 수출산업까지 위협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의 이면에는 강경 힌두교 세력의 국수주의가 도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3일 “인도의 육류에 대한 전쟁(War on meat)을 주목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이끄는 인도국민당(BJP)이 집권한 지난 2년 반 동안 소고기 도축에 대한 형량이 최고 종신형으로 강화되고 소고기를 먹거나 도축했다는 의심만으로 낙농업자들이 힌두 근본주의자들의 집단구타로 죽어나갔다. 그동안 힌두교 교리나 법적으로 문제가 없었던 물소(버팔로) 고기 산업까지 정부의 집중단속을 받고있다.

특히 인도의 물소고기 수출은 약 40억 달러(4조 5376억 원) 규모로 2015년 인도를 세계 최대 소고기 수출국으로 이끈 주력 산업이다. 그러나 이런 경제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경찰의 집중단속으로 물소 도축장이나 가공공장 등은 상당수가 문을 닫거나 아예 파산했다. 경찰은 이슬람교도(무슬림) 도축업자들이 소고기를 물소로 속여 판다는 의혹을 명분으로 내걸고 있다.

인도 정부의 규제와 단속이 계속되면 인도의 물소고기 수출이 현재의 절반 이하로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인도 정치권은 물소 뿐만 아니라 염소 등 모든 육류로 단속을 확대할 것이란 관측까지 나오며 사태는 심각해지고 있다.

모디 총리와 집권 BJP는 왜 이러한 경제적 손실에도 불구하고 소고기 탄압에 열심인 것일까? SCMP는 이에 대해 “인도의 소 보호운동은 잦은 확률로 무슬림을 공격하기 위한 구실이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인도의 육류 관련 산업 종사자들은 대부분 힌두교가 아닌 인도 내 소수집단이자 힌두교 다음 인도의 제2종교인 이슬람을 믿는 무슬림들이다.

중동권매체 알자지라는 같은날 힌두 강경파들이 ‘소 보호’란 종교적 가치를 명목으로 무슬림을 소외시키는 동시에 종교와 국수주의를 결합한 ‘힌두 국수주의(Hindu nationalism)’를 퍼뜨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매체에 따르면 집권 BJP는 우익 힌두민족주의 단체 민족의용단(RSS)과 협력해 인도를 세속국가가 아닌 힌두교 국가로 만드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들의 노력은 정치적·문화적으로 이미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일례로 지난 3월 BJP와 모디 총리는 인도 최대 주인 우타르프라데쉬 주의 주 총리로 힌두교 성직자 출신의 강경 민족주의자 요기 아디티아나트를 임명하는 데 성공했다. 그는 곧바로 강경한 고기를 파는 정육점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시작했다.

BJP는 이밖에도 힌두교 축제와 종교의식에 인도국기를 동원해 은근히 종교와 국가를 섞고 지역색이 드러나던 각 지방의 신년맞이 축제를 ‘인도를 힌두국가로 만들자’는 슬로건을 내건 힌두교의 축제로 만들어버렸다. 그러나 매체에 따르면 인도 주류를 차지하는 힌두교도들은 이러한 시도에 그다지 거부감을 보이지 않고 있다.

현재 인도 내 진보세력은 국수주의 움직임에 반발하고 있으나 효과는 미미하다. 이들은 인도 정부가 시민들이 무엇을 먹는지까지 통제할 수 없다는 고등법원소송을 내 승소했지만 주류 힌두교도인들의 눈치에 실제 효과는 내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종교적 국수주의는 인도를 모든 종교인을 포용하는 세속국가로 만들려고 했던 근대 인도 헌법의 “종교·인종·카스트·성별·출생을 근거로 차별받지 않는다”는 정신에서 후퇴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1950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인도의 헌법이 제정되던 시기에도, 강경 힌두교도 세력은 소의 도축금지를 법안으로 상정하라는 운동을 벌였지만 인도의 정신적 지도자 마하트마 간디의 반대로 무산됐다. 간디는 물론 힌두교도였지만 “무슬림이던 기독교도이던 이곳에 사는 모두가 인도인”이라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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