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0 (월)

[설경진의 루머속살] 팩트가 진리는 아니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기업금융부 차장

이투데이

지난해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팩트체크(Fact Check·사실 확인)’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사실(事實)을 진실(眞實)이라고 생각하고, 진실을 진리(眞理)라고 생각한다.

정치, 사회 여러 분야에서는 이 주장이 맞는지 필자의 능력으로는 알 수 없지만, 주식투자에 있어서는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팩트가 진실은 아니며, 진실이 진리도 아니다”고 말이다.

주식시장을 취재하는 기자 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장기적인 투자 수익을 내거나 낸 사람들의 한결같은 주장이기도 하다.

선박 수주가 밀려 몇 년치 일감을 쌓아두고 있던 조선주만 봐도 그렇다. 당시 조선업종의 엄청난 수주 잔고와 그로 인한 영업이익은 팩트(사실)이다.

하지만 진실은 저가 수주와 분식회계 등 ‘속 빈 강정’이었다. 그렇다면 앞날을 알 수 없는 조선업종을 투자하지 않는 것이 진리일까. 필자의 능력으로는 알 수 없다. 진리를 쉽게 알 수 있다면 소크라테스, 공자, 부처, 예수가 수천 년이 지나도록 4대 성인으로 추앙받고 있지 않았을 것이다.

테슬라의 주가 급등에 적자 기업이 어떻게 저렇게 오를 수 있냐며 거품이라고 거품을 문다. 테슬라가 적자 기업인 것은 팩트이다. 테슬라를 매매하는 다양한 사람들 가운데 이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몇이나 있겠는가.

테슬라를 매매하는 사람들 중에는 여러 팩트를 각각의 정보로서 전기차와 테슬라에 대한 진실이 무엇인지 그리고는 논리적인 과정의 진리를 추구하는 과정을 밟고 있을 것이다.

이 가운데 사실과 진실이 부정적으로 바뀌는 상황이라고 판단하고, 그래서 진리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린 사람들은 테슬라 주식을 팔 것이다. 이렇게 다양한 판단 과정을 통해 각각의 투자자들은 진실과 진리라고 믿는 대로 매매하고, 그것의 결과가 주가로 나타난다.

주식시장을 ‘자본주의의 꽃’이라고 한다. 자본주의는 자유시장경제의 핵심이기도 하다. 팩트가 진실이고 진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 다양성과 과정을 무시한다. 우리 주식시장에는 여러 규제와 팩트가 진실이고 진리라고 부르짖는 사람들이 많다.

인위적인 거래를 통한 주식 시세 조정이나 허위사실 유포를 통한 수익 등 증권 범죄를 엄단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어린아이 다루듯 주식투자자의 투자 방식과 종목 등에 대한 간섭이 지나치다.

개인투자자가 상투를 잡고 손해를 본다는 통계도 하나의 팩트이다. 하지만 이 팩트에는 개인투자자들이 상투를 잡고 손해를 볼 때 반대로 수익을 본 개인투자자들에 대해서는 나오지 않는다. 누군가는 고점에 팔았기 때문에, 또 다른 누군가가 고점에 살 수 있다는 기본적인 전제 조건을 아예 무시한다.

결론적으로 이 통계는 개인투자자들의 수익에 대한 한 부분의 팩트일 뿐이지 진실은 아니다. 그럼에도 매년 주기적으로 이런 통계로 개인투자자는 상투만 잡는다고 말한다.

한편으론 주식시장은 양반인 듯하다. 주식을 보유한 사람이 허위 과장 또는 짜깁기 된 팩트를 유포하면 주가조작으로 처벌받지만, 정치나 다른 분야에서는 ‘하늘의 별’을 따 준다고 해도 처벌은커녕 찬양을 받기도 하니 말이다.

[이투데이/설경진 기자(skj78@etoday.co.kr)]

▶프리미엄 경제신문 이투데이 ▶비즈엔터

Copyrightⓒ이투데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