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30 (목)

[프랑스 대선]마크롱-르펜 본선…내달 7일 격돌(종합)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마크롱 23~24% vs 르펜 21.6~23% 예상

결선투표에선 마크롱, 큰 격차 승리 전망

뉴스1

중도 성향을 표방한 '앙마르슈!'(전진)의 에마뉘엘 마크롱과 극우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 후보 © AFP=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뉴스1) 최종일 기자 = 프랑스에서 23일(현지시간) 치러진 대선 1차 투표에서 중도 성향을 표방한 '앙마르슈!'(전진)의 에마뉘엘 마크롱과 극우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 후보가 1,2위를 차지해 다음달 7일 결선 진출이 확실시된다고 AFP통신 등 외신이 출구 조사 결과를 인용해 보도했다.

마크롱 후보는 23~24%, 르펜 후보는 21.6~23%를 득표하는 것으로 전망됐다. 한때 지지율 1위를 달렸지만 잇단 스캔들로 추락한, 중도우파 공화당의 프랑수아 피용 후보는 출구조사 발표 직후 패배를 인정하고, 마크롱 후보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집권 사회당의 브누아 아몽 후보도 "역사적 대패"를 인정하고 르펜의 승리를 막기 위해 마크롱 지지를 촉구했다.

이날 마크롱 후보는 AFP통신에 보낸 성명에서 "프랑스가 변화에 대한 욕구를 분출했다"며 "우리는 프랑스 정치 역사의 한 장을 넘기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르펜 후보는 지지자들에게 "이 결과는 역사적이다. 내게 프랑스 국가와 통합, 안보, 문화, 번영, 독립을 수호하라는 큰 짐을 안겨줬다"고 말했다.

파리·니스테러와 전례 없는 난민 문제를 발판으로 르펜 후보는 '프랑스 우선주의'(France first)와 반(反)이민, 프렉시트(Frexit·프랑스의 EU 탈퇴)를 전면에 내세우고 그동안 지지를 호소해왔다. 반면 마크롱 후보는 친시장정책과 EU관계 강화를 주장하는 한편 좌우 기성정치를 뛰어넘는 중도 정체성을 강조했다.

이번 선거는 여론조사 상위 후보 4명 중 2명이 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적대적 성향을 갖고 있어, 선거 결과에 따라서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와 도널드 트럼프의 백악관행으로 이미 큰 충격을 받은, 2차 대전 이후 서방의 질서가 더욱 크게 흔들릴 수 있어 주목됐다. 하지만 막판 가파른 지지율 상승세를 이어갔던 극좌 좌파당의 장 뤽 멜랑숑 후보는 탈락이 확실시돼 기성 정치권과 시장이 받는 충격은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르펜과 마크롱 후보가 결선에 진출하게 된 것은 프랑스 정치 지형의 지각 변동을 뜻한다. 공화·사회 양당 후보가 모두 결선 진출에 실패한 사례는 지난 60년 동안에 없었다. 프랑스 여론연구소의 장 필립 듀브룰레는 대중들이 공화·사회 양당이 배출한 '과거의 후보'에 대한 분명한 거부감을 드러냈다고 분석했다.

투표율은 2012년 때보다 소폭 낮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배경에는 온갖 스캔들로 물든 '진흙탕 싸움' 같은 대선 국면이 있다. 투표를 사흘 앞둔 지난 20일 파리 샹젤리제에서 테러가 벌어진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당시 테러로 인해 이날 투표는 삼엄한 경계 속에서 치러졌다. 경찰 5만여명과 반테러 부대원 7000명이 투표장 인근에서 경계 근무를 섰다.

결선투표에선 마크롱이 큰 득표차로 승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르펜은 마크롱·급진좌파진영의 장 뤼크 멜랑숑·중도 우파 공화당의 프랑수아 피용 등과 맞서는 모든 경우의 수에서 패배할 것으로 나타났다. 기성 정당들이 '공화국전선'(republican front)을 결성해 극우의 집권을 막는다는 것이다. 이날에도 사회당과 공화당 후보가 마크롱 지지의사를 밝혔다.

이전 선거에서도 프랑스의 기성 정당들은 외국인 혐오와 국수주의에 맞서 민주주의 가치를 지킨다는 이름으로 유권자들에 대해 결선 투표에서 단합을 촉구해왔다. 프랑스 대혁명 전통과 세계 2차 대전에서 파시즘의 등장 등과 맞물려 이 같은 행태는 기성 정치권에서 자연스럽게 정착됐다.

지난 2002년 대선 결과가 이를 입증한다. 르펜 후보의 부친으로 국민전선을 세운 장마리 후보는 예상과는 달리 결선에 진출했다. 하지만 그게 끝이었다. 좌파 성향의 유권자들이 보수 후보 자크 시라크에 표를 줬다. 좌파의 시라크 지지는 일반적 상황에선 나올 수 없는 선택이었다.

물론 모든 선거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 최근 전통적인 양당제가 무너지며 프랑스 정계가 소용돌이치고 있어 누구도 르펜 낙선을 섣불리 확신할 수 없다

만약, 르펜이 최종적으로 엘리제궁(프랑스 대통령 집무실)을 차지한다면 유럽에서 포퓰리스트 정치인 돌풍이 다시 불고 EU의 미래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울 것으로 예상된다. 포퓰리스트 정치인들의 돌풍은 지난달 네덜란드 총선에서 극우·반이민 기치를 내세운 기에르트 빌데르스의 자유당(PVV)이 승리하지 못하면서 일시적으로 누그러졌다.

한편 국민전선은 이념적 뿌리는 오래전으로 올라간다. 샤를 드골 정부는 1962년 에비앙 합의를 통해 알제리의 독립을 승인했고 당시 극우 세력은 주류 우파들에 배신감을 느끼고 독자 세력화에 나섰다. 극우는 이를 통해 나치와 협력했던 지난 역사의 오명을 지우려고 했다.

딸인 르펜은 방법을 달리했다. 그는 아버지를 당에서 몰아내고 2011년 당 대표에 올른 뒤 당의 극우, 강경 이미지를 희석시키고 폭넓은 층에 호소하고 있다. 한때는 유로화 폐기를 내세웠지만 최근에는 6개월간 EU 가입 조건 재협상을 진행하고, 이것이 실패하면 국민투표를 치르겠다고 공언했다.

allday33@

[© 뉴스1코리아(news1.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