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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사설] 선거훌리건의 도넘은 디지털 테러 전 국민에게 상처만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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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레이스가 중반전으로 접어들면서 열성 지지자들의 디지털 테러가 도를 넘고 있다.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비판하는 인물을 적으로 규정하고 문자폭탄을 날리거나 온라인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 등에 집단적으로 막말, 욕설 섞인 댓글을 다는 등 막가파식 행태를 보이고 있다. 온라인상에서의 그들의 폭력은 축구장에서 난동을 부리는 극성 축구팬 훌리건의 과격성을 넘어선다.

특히 문재인 후보 지지자들의 디지털 테러는 심각한 수준이다.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2007년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표결 전 문재인 당시 비서실장이 북한에 의견을 물어봤다는 것을 입증할 메모를 공개하자 문 후보의 팬클럽 '문펜'의 온라인 카페에는 '댓글 지원을 요청한다'는 공격지시성 글이 올라왔다. 이어 송 전 장관을 비난하는 악성 댓글이 포털사이트에 1만4000여 개가 달렸고, 송 전 장관의 블로그도 "곱게 늙다 죽어라, 추하다" 같은 개인을 저주하는 댓글이 넘쳐났다.

문 후보 지지자들은 일찌감치 문 후보와 다른 의견을 가진 의원들에게 '18원 후원금'과 문자 융단폭격을 감행하며 악명을 드러내더니 이제는 달빛기사단을 자처하며 테러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 19일 2차 TV토론에서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문 후보에게 불리한 질문을 했다며 정의당 홈페이지를 마비시키는가 하면, 안철수 후보를 지지한 가수 전인권 씨를 적폐세력으로 몰았다. 극성 지지자들의 비이성적인 행동은 문 후보를 곤경에 처하게 할 뿐 아니라 이후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비판을 용납하지 않는 이들의 패거리 문화에 신물을 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오죽하면 '문빠' '문베충' '문재인 홍위병'이라는 말까지 나오겠는가.

문 캠프 측이 선거 훌리건의 자제를 당부하고 나선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문 후보가 문자폭탄을 '양념'이라고 한 것이나 TV토론에서 "제가 한 건 아니지 않냐"고 대응하는 것을 보면 너무 가볍게 여기고 있는 것 같다. 자신과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고 해서 상대방에게 디지털 테러를 일삼는 것은 민주주의 파괴이자 선거판을 망치는 행동이다. 또한 공정하고 품격 있는 경쟁을 보고 싶었던 국민에게 상처를 주는 것이다. 문 후보는 댓글 전쟁의 폭력성과 위험성을 직시하고 지지자들에게 반민주적인 행동을 당장 멈추라고 촉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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