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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朝鮮칼럼 The Column] 국민 스스로 일자리 만들게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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理想과 善意 고귀하지만 그것으로 나라 못 다스려

평범한 사람들의 이기심이 모여 발전의 동력 되도록

기능과 조직을 설계하고 규제와 간섭은 최소화해야

조선일보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먼저 2004년 3월 영국 보수당 당수 마이클 하워드(Howard)가 발표한 보수주의자의 신조를 소개한다.

▲자신과 가족의 건강과 부,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라고 나는 믿는다. ▲국민이 이런 욕구를 추구하는 것을 막는 장애를 제거하기 위해서 봉사하는 것이 정치인의 의무라고 나는 믿는다. ▲국민은 그들이 삶의 주인이고 지나친 간섭과 통제를 받지 않을 때 가장 행복할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국민은 커야 하고 정부는 작아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형식주의, 관료주의, 갖가지 규정과 조사관, 각종 위원회와 독립적인 공공기관 등이 국민을 돕고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이제 우리는 그들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이 많은 간섭자들은 인간 행복에 기여하지 못한다. ▲국민은 잠재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책임 없는 자유는 없으며 스스로 돌보지 못하는 사람들을 돌보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고 나는 믿는다. ▲나는 기회 균등을 믿으며, 불공평은 우리를 분노하게 만든다. ▲부모는 자녀가 자신보다 더 나은 교육을 받기 원한다고 나는 믿는다. ▲모든 자녀는 부모의 노후가 보장되기를 원한다고 나는 믿는다. ▲어떤 사람의 가난이 다른 사람이 부자이기 때문이라고 나는 믿지 않는다. ▲어떤 사람의 무식이 다른 사람의 지식과 교육 때문이라고 나는 믿지 않는다. ▲어떤 사람의 병이 다른 사람의 건강 때문에 더 나빠졌다고 나는 믿지 않는다. ▲영국인은 그들이 자유로울 때만 행복하다고 나는 믿는다. ▲영국은 언제나 (중략) 영국의 자유를 수호해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행운, 노력, 타고난 재능 그리고 다양성을 통해서 이 섬나라가 고귀한 과거와 활기찬 미래를 가진 위대한 사람들의 나라가 되었다고 나는 믿는다. 나는 그들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 행복하다.

한마디로 경제적으로 국가로부터 자유롭고, 국가에 삶을 기대지 않고 세금을 내는 국민을 최대한 많이 만들어 내고, 국민이 낸 세금을 재원 삼아 '스스로를 돌보지 못하는 국민'을 보호하는 것을 국가 경영의 목표로 삼는다는 것이다.

선의에서 출발한 사회복지 제도들이 수혜자가 많아지고 악용하는 사람이 생기면 이를 관리하기 위한 조직이 비대해지고, 큰 조직은 숙명적으로 관료주의화하고 권력화하기 마련이다. 지난해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켄 로치 감독의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이런 문제를 극명하게 보여 준다. 병으로 일을 그만둔 목수 다니엘은 공적 지원을 받기 위해 노력하지만 관리들은 그를 돕기는커녕 더욱 궁지로 몰아넣는 내용이다. 관료들의 태도가 관객의 화를 돋우지만 따지고 보면 그들이 특별히 악한 사람들이어서 그런 것이 아니다. 누군가의 삶을 좌지우지할 권한을 가진 거대한 관료 조직을 희생정신으로 무장한 착하디 착한 사람들만으로는 채울 수 없다. 비대한 복지조직의 폐해가 얼마나 심했으면 일부 선진국에서 모든 복지제도를 다 폐지하고 기본 소득 하나로 통합하자는 아이디어까지 나오겠는가.

나는 이상과 선의가 이 세상에 존재한다고 믿는다. 그 가치를 존경도 한다. 그러나 그런 희귀한 것으로 나라를 경영하기는 어렵다. 평범한 사람들의 이기심이 경제·사회 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 있도록 사회를 설계하는 것이 훨씬 현실적이다. 2000여 년 전 사마천이 사기(史記) 화식열전에서 갈파한 대로 "부르지 않아도 스스로 몰려들고 억지로 구하지 않아도 백성은 스스로 물품을 만들어 내"게 해야 한다.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다. 장사가 잘되고 취직이 잘 되는 나라를 정치인들더러 만들어 달라는 것도 아니다. 그저 서민의 부담을 덜어준답시고 잘되는 장사를 망치지만 않아도 좋겠다. 국민 1인당 1만원의 혜택을 주려면 5000억원이 필요하다. 지금 시급한 것은 목돈을 헐어서 푼돈을 만들어 나누어 주는 것이 아니다. 그 목돈이 투자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 낫다.

대선 후보들이 벌써 통신요금을 깎는 것은 당연한 전제이고, 그 방법을 가지고 논란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그러고도 4차 산업혁명을 견인할 한 축이 되어야 할 통신산업이 제구실을 하고 일자리를 만들어 내기를 바란다. 통신뿐만이 아니다. 금융, 의료, 관광, 교육, 보육, 전력 등 거의 모든 서비스 산업이 정부의 규제와 간섭 때문에 국내외 자본시장에서 기대되는 수준의 수익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수익이 안 나는데 당신은 투자를 하겠는가?

특정 산업이 너무 많은 이익을 내고 있는 것 같은가? 그렇다면 그 산업에서 투자가 늘어나고 일자리가 많이 생길 징조이다. "물건값이 싼 것은 곧 비싸질 징조이고, 값이 비싼 것은 곧 싸질 징조이다"라고 사마천도 알고 있었던 것을 우리 정치인들만 모른다면 더 이상 희망이 없다.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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