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털족이 크게 늘어난다는데…
싱글·2인가족 잦은 이사 원인… 주머니 가벼운 사정도 '부채질'
"쓸데없이 물건 사는 것보다 잠깐 빌려 쓰는게 똑똑한 소비"
경기 성남에 사는 황은희(30)씨 역시 "요즘 내가 돈 주고 사는 건 먹을 것과 신발밖에 없다"고 말하는 경우다. 부모와 함께 사는 황씨는 지난 몇 년 동안 월급 대부분을 옷 사는 데 써왔으나 최근엔 한 달 8만~12만원을 주고 빌려 입기 시작했다고 했다. 남은 돈은 이제 방을 꾸미는 데 투자하는데, 방에 놓아두는 화분과 그림조차 사지 않고 빌린다. 황씨는 "돈 주고 사봤자 제대로 관리도 못 할뿐더러 금세 질리지 않느냐. 빌리는 게 여러모로 이익이다"고 했다.
값비싼 화가의 작품(왼쪽)부터 애완견(오른쪽)까지 빌리는 세상이다. 못 빌리는 물건이 없는 이른바 ‘렌털 시대’다. / 조선일보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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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2030들은 소유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다. 적금을 들거나 카드 할부금을 쪼개가며 원하는 물건을 사던 것은 옛말이다. 갖고 싶은 물건을 잠깐 빌려 쓰면 그뿐이다. 빌릴 수 있는 물건의 종류도 상상을 뛰어넘는다. 온갖 종류의 가전제품을 비롯해 자동차, 명품 가방과 옷, 캠핑용품에 이어 침대나 조명 같은 가구와 미술품으로 확대되더니, 최근엔 애완견, 식물정원, 화분, 수족관까지 렌털이 가능해졌다.
전문가들은 렌털족이 늘어나는 가장 큰 이유로 잦은 이사를 꼽는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2011년 19조5000억원이었던 국내 렌털시장 규모는 지난해 25조9000억원으로 커졌다. 이 시장 소비자 대부분이 도심에서 집을 자주 옮겨다니는 싱글족 또는 2인 가족"이라고 했다. 집을 자꾸 옮겨다니다 보니 물건을 집에 들여놓기 꺼리게 된다는 것이다.
눈높이는 높고 주머니는 가벼운 현실도 렌털 열풍을 부추긴다. 트렌드 정보그룹 PFIN(핀) 이정민 대표는 "요즘 2030들의 소비 수준은 부모보다 결코 낮지 않은데 소득은 한참 떨어진다. 자신의 소비 수준을 맞추려다 보니 빌려서라도 즐기는 방식을 택하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일부에선 체험이나 교육을 위해서도 렌털을 시도한다. 초등학교 미술교사 금명은(29)씨는 작년 한 애완동물 렌털업체에서 말티즈를 일주일 동안 빌려 키워봤다고 했다. 네 살 아들이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고 계속 졸랐지만, 집도 좁고 식구들이 늘 밖에 나가 있어서 키우기가 여의치 않았다. 금씨는 "아이에게 강아지를 키우는 것이 얼마나 큰 책임이 필요한 일인지 알려주기 위해 잠깐 빌렸다"면서 "7일 빌리는 데 15만원을 받더라"고 했다. 국내 업체의 경우 보통 3박4일 대여 시 6만~8만원 정도를 받는다. 일부 동물단체에서 "동물을 빌려주는 것은 비윤리적"이라고 비판하고 있지만 '뭐든지 렌털'은 이미 대세가 되고 있다.
[송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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