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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경의 한류탐사] 한국인 없는 K팝과 K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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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홍석경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K팝·K드라마·K뷰티·K패션 등 세계 속으로 유통되는 한국 문화상품의 접두어인 ‘K’의 내용은 무엇일까? 할리우드 영화를 빼닮은 한국 영화를 할리우드 영화라 하지 않고, 프랑스 영화보다 더 프랑스적이라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프랑스 영화라고 부르지 않는데 한국인 한 명 들어 있지 않고 한국 영토 밖에서 외국인이 제작하는 드라마나 팝음악에 도대체 왜 ‘K’를 붙일까?

아직 소소한 시도들에 불과하고 한국 드라마나 팝음악을 희화화한 패러디적 요소를 지니고 있는 경우도 많지만, 한국인 없는 K팝과 K드라마가 국외에서 생산되고 있다는 것은 한국 대중문화의 세계화 과정을 면밀하게 관찰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드라마로는 K드라마 유통의 최대 플랫폼인 비키(Viki)가 제작하고 넷플릭스가 유통한, K드라마의 팬이 드라마의 세계로 빨려든다는 ‘드라마월드’(2016)가 대표적이다. 훨씬 다양한 시도가 관찰되는 팝 쪽에서는 미국의 백인 래퍼 채드 퓨처(Chad Future), 뉴욕에서 만들어진 5인조 보이그룹 EXP, 유튜브 스타가 K팝의 정체성을 탐구해 보려고 만들었다는 BgA 등을 눈여겨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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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나 유럽에서 리메이크되는 남미산 드라마 텔레노벨라의 세계를 맛봤기 때문일까, 세계적인 대중문화 장르로 정착해 전 세계에서 생산되고 있는 만화를 경험해서일까. 세계의 수용자들은 관습으로 가득 찬 한국인 없는 K드라마에 긍정적으로 반응한다. 한드가 제공하는 궁극적 로맨스의 세계는 일종의 상상적 공간이기에 굳이 한국인이나 한국어가 없어도 K드라마로 인정하고 즐길 수 있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한국인 없는 K팝에 대해서는 아무리 음악·안무·패션의 코드를 그대로 재연하고 한국어로 노래를 부르더라도 매우 비판적이다. 한국인 없는 한드는 내용 속에 ‘한국적’ 특성을 고스란히 담고 있기에 한국인이나 한국어가 필요 없지만, 한국적 내용을 찾기 힘든 K팝의 경우 그 이름으로 불리기 위해서는 한국인이어야 할 이유가 더 큰 것일까. 동아시아의 한국인 없는 K팝 그룹들에 대한 팬들의 관용을 고려할 때, 세계 속 K팝은 꼭 한국인이어야 한다기보다 동아시아와 동아시아인이라는 문화적·인종적 차원이 작동하는 정체성의 공간이다. K팝의 역할은 단지 새로운 팝문화 하나를 세계 대중문화의 목록에 첨가한 것이 아니라 세계 속 동아시아인의 인종적 정체성이 실천되는 공간인 것이다. 한류 이야기가 국수주의적 발상이 아닌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홍석경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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