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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8 (화)

[매거진M] 탄핵정국, 영화로 만든다면? (feat. 가상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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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정국 모티브

가상 시나리오 다섯 편

“현실보다 영화가 더 재미있을 리 없잖아.”


얼마 전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를 모티브로 한 영화 ‘게이트’(신재호 감독)가 제작된다는 소식에 네티즌들의 반응이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현실’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그 어떤 영화가 나온다 한들, 재미있을 리가 만무하다는 것.

하지만 영화라는 건 감독의 연출과 배우의 연기가 하나 되어 만들어내는 가상의 세계다.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만큼 지독한 이야기도 영화적인 설득력만 갖춘다면 영화로서 충분히 흥미로울 수 있다. ‘닉슨 워터게이트 사건’이 지금까지도 할리우드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영화화가 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magazine M이 상상했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이 상황을 모티브로 한 가상의 이야기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영화적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해 만든 다섯 편의 이야기를 여기 전한다. 부디 감독의 연출과 배우들의 연기를 마음껏 떠올리며 읽어주시길.

중앙일보

일러스트=박용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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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
참고 영화 ‘스포트라이트’(2015, 토마스 매카시 감독)

장르 드라마

캐스팅

중앙일보

김의 TV 새벽 사회부장 이선동

한석 한우리 신문 선임기자 김의준

하정우 JOTB 사회부장 전천후

2014년 말. TV 새벽의 이선동 사회부장은 대통령의 비선 실세 C를 안다는 K의 제보를 받는다. K는 “대통령이 비선 실세의 말(言)은 팥으로 메주를 쑨대도 믿는다”며 TV 새벽 쪽에 증거 자료들을 넘긴다. 이 부장은 곧 특별취재팀을 꾸린다. 2016년 8월, 한우리 신문 김의준 선임기자는 TV 새벽의 ‘미르, 스포츠 재단 의혹’ 보도를 보고 몸통인 ‘비선 실세’의 존재를 직감한다. 곧 한우리 신문은 ‘비선 실세 C와 미르 재단’ 특종 보도를 한다. 때마침 전천후 사회부장이 중심인 방송사 JOTB 특별취재팀은 모처에서 비선 실세 C 소유의 태블릿 PC를 발견한다. PC 안에서는 기막힌 단서들이 쏟아진다. 세 매체의 연쇄 협공(!)에 드러난 ‘비선 실세 C와 대통령의 국정농단’. 언론의 특종 경쟁이 퍼즐 맞추듯 이어지면서 균열 가득한 대한민국의 실체가 드러난다.

연출은 ‘암살’(2015)로 친일파와 독립군의 대립 속에 새로운 인물까지 조명했던 최동훈 감독을 추천한다. ‘타짜’(2006) ‘도둑들’(2012) ‘암살’에서 증명한 다중 캐스팅 실력은 각 매체 기자들의 개성과 결단을 보여주는 데 유효할 듯. 더불어 데뷔작 ‘범죄의 재구성’(2004)처럼 생생한 현장 언어와 반전으로 ‘특별취재의 재구성’을 해준다면 쫄깃한 드라마가 되지 않을까.

김혜선 영화칼럼니스트

'북촌동 숙자씨'
참고 영화 ‘효자동 이발사’(2004, 임찬상 감독)

장르 블랙코미디, 드라마

캐스팅

중앙일보

김해숙 특검 검사실 청소노동자 최숙자

전혜 숙자의 딸, 워킹맘 김명희

권해 특검팀의 대변인 이규민

최숙자는 평범한 청소노동자다. 오전에는 청소를 하고, 오후에는 딸 김명희를 도와 손자를 돌본다. 어느 날, 숙자가 청소를 하는 건물에 국정농단 사건의 주범으로 주목받던 정씨가 수사를 받기 위해 온다는 소식을 듣고 구경을 간다. 그때 ‘억울하다’ 외치는 정씨를 향해 분노를 참지 못한 숙자는 호쾌한 욕설을 내뱉는다. 기삿거리를 찾던 언론은 이 장면을 놓치지 않고, 욕설 장면이 SNS에 ‘사이다 영상’으로 퍼져나가면서 숙자는 청소노동자에서 일약 스타가 된다. 평생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인기도 잠시, 가족의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전파를 타고 방송되면서 부담을 느낀 숙자는 사람들을 피해 고향으로 숨으려 한다.

한편, 특검팀의 대변인 이규민은 이러한 숙자의 어려움을 알고 도움을 주려다가 숙자의 유명세를 활용한 특별한 수사를 떠올린다. 여기에 숙자의 딸 명희와 손자까지 얽히게 되면서, 특별한 청소노동자 모녀와 검사의 비밀 수사는 좀 더 힘을 받는다. 과연 숙자와 규민은 이 이상한 나라에서 벌어지는 이상한 일들의 진실에 가까이 갈 수 있을까? 차진 욕설로 답답한 가슴을 시원하게 뻥 뚫어줄 숙자 역엔 김해숙이 제격. ‘제보자’(2014)로 진실의 무게를 파헤쳤던 임순례 감독이 연출을 맡아 부조리극에 코믹한 터치를 더한다면, 금상첨화가 될 듯.

윤이나 영화칼럼니스트

'파크 아웃'
참고 영화 ‘26년’(2012, 조근현 감독)

장르 미스터리, 범죄, 액션, 스릴러

캐스팅

중앙일보

최민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 홍상범

조진 대통령 대리인단 측 변호사 조평화

주지 전 청와대 부속 비서관 유정호

대통령 탄핵. 외신은 ‘파크 아웃’이라 보도한다. 그리고 시간은 1980년 5월 24일, 당시 대통령을 살해한 중앙정보부장 김재만의 사형일로 돌아간다. 그날 민주화 인사들이 모여 ‘파크 아웃 계획’을 수립한다. 대통령의 딸과 그를 앞세워 일을 벌이는 목사 일가를 타깃으로 한 극비 프로젝트. 먼저, 민주 변호사 모임이 추천한 사법고시생 조평화가 훗날 대통령 딸의 변호사가 되어 혼란을 일으키기로 한다. 목사 일가에 접근할 인물로 꼼꼼함이 타의 모범인 유정호가 뽑힌다. 그는 기밀문서와 녹취파일을 꼼꼼히 남기는 임무를 부여 받는다. 아버지에 이어 대통령이 된 딸의 지시를 사사건건 기록할 ‘수첩맨’도 낙점된다. 1980년 대통령 경호실에서 김재만을 막지 못한 홍 모 경호부처장의 조카 홍상범이다. 탄핵이 결정되고, 임무를 완수한 홍상범과 유정호, 조평화는 한국에서 감쪽같이 사라진다.

3년 후, 그들은 미국 트럼프 대통령 탄핵 집회에서 다시 모습을 보인다. ‘신세계’(2013)의 박훈정 감독이 폭력조직에 잠입한 경찰의 고뇌와 폭력조직만큼도 의리 없는 경찰조직을 쫓았던 솜씨로 ‘엑스맨’들의 이중생활을 포착하면 어떨까. 드러나는 대통령의 무능과 비선 실세의 죄악, 알면서도 방치한 주변인들까지! 엑스맨들이 오욕의 세월을 견디며 만든 빅픽처를 세련된 비주얼로 보고 싶다.

김혜선 영화칼럼니스트

'니가 사는 그집'
참고 영화·드라마 ‘내성적인 보스’(2017, tvN) ‘위험한 상견례’(2011, 김진영 감독)

장르 코미디, 로맨스

캐스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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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준 호텔리어 한성기

신세경 A기업 오너 김미소

오정 전략실장 김철기

임원 수석 비서 이병주

이하 미스터리한 친구 B

한밑천 잡아 폼 나게 살고 싶은 20대 청년 한성기. 럭셔리한 펜트하우스의 삶을 꿈꾸지만, 현실은 호텔 홍보팀 말단 신세다. 호텔에서 재벌가의 자선 파티가 열린 어느 날 성기는 한 여인과 마주친다. 화려하게 말아 올린 머리, 윤기 나는 피부, 고급스런 패션스타일로 치장한 김미소에게 그는 한눈에 반한다. 미소가 A기업 오너라는 사실을 안 성기는 백방의 노력 끝에 A기업으로 이직한다. 두문불출 얼굴을 보이지 않는 미소와 만날 구실을 찾던 성기는, 남들 다 꺼리는 A 기업의 펜트하우스 관리실에 자원한다. 펜트하우스에 입성하자마자 특유의 작업 스킬을 남발하는 성기. 의외로 맹한 미소의 매력에 성기는 더욱 흠뻑 빠진다.

하지만 전략실장 김철기, 수석 비서 이병주, 미소의 미스터리한 친구 B가 다방면에서 딴지를 걸어온다. 성기는 이 살벌한 경계를 뚫고 미소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까.

펜트하우스라는 비밀스러운 공간에서 의심과 시기, 음모와 계략, 집착과 사랑 등 온갖 감정이 난무하는 이야기다. 속물들의 세계, 욕망의 판타지를 코믹한 터치로 다루는 데 탁월한 임상수 감독에게 연출을 맡기고 싶다. 텅 빈 듯 차가운 매력이 있는 신세경과 욕망 어린 류준열을 중심에 두지만, 관건은 베테랑 조연 배우들의 능수능란한 연기 쇼다.

백종현 기자 jam1979@joongang.co.kr

'1.5'
참고 영화 ‘뷰티풀 마인드’(2001, 론 하워드 감독)

장르 휴먼 드라마

캐스팅

중앙일보

탄핵정국 가상시나리오


도경 자폐아 수학 천재 배윤우

염정 윤우의 엄마 서미혜

김대 세상만사 편집장 강태석

열일곱 살 배윤우는 자폐증을 앓지만 수학에 천재적인 재능을 가졌다. 매일 집안에서 숫자를 더하고, 빼고, 곱하면서 자신만의 수학 법칙을 만드는 게 유일한 낙인 윤우. 친구 하나 없이 숫자에만 매달리는 윤우 때문에 걱정인 엄마 서미혜는 온라인으로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대통령 선거가 있던 날, 개표방송을 보던 윤우가 숫자에 꽂혀 투표수를 계산한다. 그 모습을 본 미혜는 윤우에게 전국 투표소 공개정보소에서 데이터를 찾아준다. 며칠 밤을 새며 각 후보의 유효투표수와 무효표를 계산하던 윤우는 대부분의 선거구에서 한 후보를 찍은 미분류표가 계속해서 나오는 걸 발견한다.

아들의 능력이 신기한 미혜는 이를 자신의 SNS 계정에 올린다. 한편, 독립 언론인 강태석은 부정선거의 냄새를 맡고 자료 조사를 시작한다. 그러던 중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 미혜의 SNS를 보게 된다. 윤우를 찾아나선 태석. 하지만 태석 외엔 아무도 자폐아인 윤우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다. 태석은 윤우와 함께 일생일대의 거대 프로젝트를 계획한다. ‘딴지일보’ 김어준 총수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더 플랜’(4월 20일 개봉, 최진성 감독)을 각색한 이 영화는 ‘마이파더’(2007) ‘도가니’(2011)로 묵직한 휴먼 드라마를 선보인 황동혁 감독이 연출을 맡으면 좋겠다. 순수한 도경수와 날카롭지만 푸근한 김대명의 케미를 ‘수상한 그녀’(2014)처럼 유쾌하고 따뜻하게 그리면 더욱 흥미로운 영화가 될 듯.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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