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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실형 안 내리면 입영고통 악순환” 양심적 병역거부자 징역형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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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종교상의 이유로 현역 입대를 거부한 20대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실형을 선고하지 않으면 입영 요구를 계속 받을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서울남부지법 형사6단독 박정수 판사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모(22) 씨에게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고 19일 밝혔다.

‘여호와의 증인’ 신도인 김 씨는 지난 2015년 11월 보충대에 입영하라는 현역병입영통지서를 받고도 종교적 양심을 이유로 입영을 거부해 불구속 기소됐다. 김 씨는 재판에서 “헌법상 보장되는 양심의 자유에 속하는 권리에 따른 것”이라며 “정당한 사유에 따라 병역의무를 불이행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종교적 양심실현의 자유가 병역의무와 총돌할 때에는 법률에 의해 제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김 씨가 제기한 대체복무 문제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대체복무를 도입하기 어렵다고 본 입법자의 판단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김 씨는 재판에서 “UN 자유권규약위원회가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것은 국제규약 위반’이라는 결정을 내렸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김 씨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박 판사는 “해당 결정이 법원의 명령해석 권한과 헌법재판소의 위헌법률심판 권한을 능가할 정도의 구속력을 갖는다고 볼 수 없다”며 “피고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실형 선고 이유에 대해 “1년 6월 미만의 실형이나 집행유예를 선고하면 피고가 다시 입영통지를 받고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며 “피고인에게 더 큰 불이익이 생길 수 있어 병역면제 사유에 해당하는 최저한의 징역형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법원은 지난 2004년 처음으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렸지만, 같은 해 헌법재판소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병역법 조항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며 합헌 결정을 내리며 판결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인천지법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6월을 선고하기도 했다.

유오상 기자/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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