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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IMF도 올 성장률 올려… 한국 경제에 봄바람 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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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국제통화기금(IMF)이 동시에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끌어올린 것은 국내 경기가 애초 우려보다는 순항하고 있다는 뜻이다. KDI는 2.4%에서 2.6%로, IMF는 2.6%에서 2.7%로 올렸다. 앞서 해외 주요 투자은행과 한국은행이 줄줄이 성장률 전망치를 올린 것을 비롯해 올해 우리 경제에 긍정적 신호가 많다는 진단이 속속 나오고 있다. KDI가 성장률 전망치를 올린 것은 2013년 11월 이후 3년5개월 만이다. 그러나 경기 급락 가능성이 줄어든 것일 뿐 완연한 경기 회복 흐름을 타고 있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도체 수출 호조가 경기 상승세 이끌어

경기 상승효과는 수출 증가에서 시작되고 있다. 수출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은 올 들어 11.1%(1월), 20.2%(2월), 13.7%(3월) 순으로 3개월 연속 두 자릿수를 기록 중이다. 특히 '수퍼 사이클'에 접어든 반도체 호황이 수출을 주도한다. 세계적으로 AI(인공지능) 산업이 각광받고, 중국·인도에서 저장 용량이 큰 스마트폰 판매가 급증하면서 고밀도 저장 장치 수요가 늘고 있다. 자연스레 세계 디램(DRAM) 시장의 75%, 낸드 플래시 시장의 60%를 차지하는 국내 반도체 제조업체 실적이 뛰고 있다. 3월 반도체 수출액이 작년 3월보다 41% 늘어났을 정도다. 디스플레이, 석유화학 제품 수출도 활기를 띠고 있다.

조선비즈


오랜 침체를 겪은 세계경제가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 것도 우리 경제 회복에 도움이 된다. 중국의 3월 수출 증가율(작년 동기 대비)이 16.4%에 달했는데, 중국의 수출이 늘면 중간재를 중국에 수출하는 우리 기업 실적도 덩달아 오르게 마련이다. KDI는 올해 수출 증가율을 당초 1.9%로 내다봤다가 4%로 대폭 끌어올렸다. 설비 투자도 수출 증가 덕에 예상보다는 흐름이 양호하고, 건설 투자도 지속되는 저금리 기조에 힘입어 기대보다 늘어나고 있다.

경기가 활기를 보이고 유가(油價)도 오름세를 보여 물가도 더 오를 전망이다. KDI는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1.3%에서 1.8%로 끌어올렸다. 대선 주자들이 주장하는 경기 부양용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도 KDI는 필요 없다고 했다. 김성태 KDI 거시·금융경제연구부장은 "작년에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비롯해 위험 요인이 많을 것으로 예상해 올해 추경 편성이 필요하다고 봤지만, 우리나라와 주요국 경제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어서 추경이 당장 필요 없다는 입장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소비는 여전히 침체

전문가들은 그러나 경기 회복세가 탄탄한 흐름에 올라섰다고 보기에는 이르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주요 기관이 성장률을 소폭 올렸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2%대 중반의 저속 주행을 예고하고 있다. KDI도 "위험 요인이 줄어들었을 뿐 경기가 치고 올라가는 동력이 생긴 것은 아니다"고 했다.

특히 소비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1340조원을 넘을 정도로 가계 부채가 쌓여 있어 원리금 상환 부담을 느끼는 가계가 씀씀이를 늘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을 비롯해 고용 인원이 많은 조선업체가 구조조정에 들어간 것도 가계 소득을 뒷걸음치게 하는 요인이다.

KDI는 작년 12월과 비교해 거의 모든 지표를 상향 조정했지만 유독 소비 증가율만 2.3%에서 2.2%로 낮췄다. 정규철 KDI 연구위원은 "유가 상승으로 물가가 올라 소비자의 구매 의욕이 떨어지고 있어서 소비 여력이 갈수록 저하되고 있다"고 했다. 가계 부채 연착륙을 위한 해법으로 KDI는 LTV(주택담보대출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를 원래대로 돌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소비 부진 외에 보호무역주의가 기승을 부리고 사드 보복과 북한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는 등 외부 여건도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반도체가 호황이라지만 자동화 설비를 갖추는 게 중요한 분야라서 즉각적 고용 증대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며 "수출 실적이 좋은 대기업이 하도급 업체와 과실을 나누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손진석 기자(aur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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