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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유나이티드항공 피해자 전과 폭로한 美신문 '부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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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쓴 산업부 기자 '항공사 이익 대변' 의혹

뉴스1

9일(현지시간) 유나이티드 항공 3411편에서 승객이 승무원에 의해 강제로 끌려가고 있다.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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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기내서 승객을 강제로 끌어내린 유나이티드 항공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가 피해승객의 '범죄 전과'를 파헤친 한 미국 언론으로 향하고 있다.

미 켄터키 주(州) 루이빌 일간지인 '커리어저널'은 11일(현지시간) 유나이티드 항공 비행기에서 강제로 끌려내려진 베트남계 의사의 과거를 폭로하는 기사를 트윗에 올리면서 "그는 과거에 문제가 많았다"고 밝혔다.

커리어저널은 이 의사가 특정 혐의로 법원에서 유죄를 선고 받았다며 이로 인해 한때 의사 면혀가 위태로웠다고 보도했다. 규정상 항공기 퇴거에 불응하는 승객은 연방법 위반이라고도 지적했다.

여론은 들끓었다. 저명한 탐사기자인 글렌 그린월드는 커리어저널을 가리켜 "누가 조금이라도 신경쓸 줄 아느냐"며 "사건과 전혀 무관한 민간인의 과거인데 언론에 의해 파헤쳐지고 공개될 이유가 대체 어디 있느냐"고 맹비난했다.

공영 NPR방송은 "커리어저널은 피해자의 범죄 전과만을 다뤘으며 그 사람의 총체적 측면을 다각도에서 다루지 못했다"며 "이런 실수를 하지 말라"고 제언했다.

CNN방송을 비롯한 다수의 미 언론은 커리어저널이 유나이티드 항공사의 이익을 부당하게 대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기사를 쓴 기자는 켄터키 주 기업에 출입하는 산업부 기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식음료 전문 매체 '이터'의 편집장인 헬렌 로즈너는 "이런 기자는 (유나이티드 항공의) 범죄에 연루된 선동가다"며 "역사가 잊지 못할 싸구려 레니 리펜슈탈(나치 찬양 다큐멘터리 제작자)"이라고 힐난했다.

커리어저널 편집장인 조엘 크리스토퍼는 해당 보도가 유나이티드 항공사를 돕고자 나온 것이라는 의혹에 대해 "웃기는 비판"이라고 일축했다.

크리스토퍼 편집장은 피해 승객의 범죄 사실이 켄터키 주에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이 같은 보도를 낸 것이라면서 커리어저널이 "이런 맥락을 설명하는 일을 충분히 잘 해내질 못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CNN은 "이런 기사는 언론사 보도국이 클릭수를 많이 얻고자 기자들에게 일방적으로 나눠주는 것"이라고 논평했다.

이번 사태는 전날 시카고 오헤어 국제공항에서 유나이티드항공이 한 중년 남성을 강제로 끌어내리면서 시작됐다.

켄터키 루이빌로 향할 예정이던 유나이티드항공 3411편은 뒤늦게 도착한 승무원들을 태우기 위해 승객 중 4명을 임의로 선택해 강제로 항공기에서 내리게 했다. 이를 끝까지 거부한 베트남계 남성에게는 공항 경찰까지 동원했다.

의사로 밝혀진 이 남성이 얼굴에 피를 흘리며 바닥에 질질 끌리는 모습을 촬영한 영상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퍼졌다. 미국인들은 격분했으며 유나이티드 항공 보이콧을 시작했다.

주가도 출렁였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유나이티드항공의 주가는 장중 4% 급락해 10억달러(약 1조1400억원)의 시가총액이 사라졌다. 앞서 사측은 2차례에 걸쳐 사과했으나 상황이나 승객에게 잘못을 돌리는 듯한 발언으로 진정성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날 최고경영자(CEO)인 오스카 무노즈는 결국 세 번째 사죄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정말 끔찍한 사건"이라며 "잘못된 점을 수정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모든 책임을 질 것이며 일을 바로잡을 것"이라며 "더 나아질 것을 약속한다"고 강조했다.
icef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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