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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아시아계 승객 강제로 끌어낸 유나이티드항공, 하루 새 3000억원 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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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한 동양계 탑승객이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 오헤어 국제공항을 출발하기 직전이던 유나이티드항공 비행기에서 강제로 끌려나가고 있다. /트위터 캡쳐


동양계 남성을 탑승객을 강제로 끌어내리는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비난이 쇄도하는 상황에서도 ‘원칙대로 처리했다’며 버티던 미국 유나이티드 항공이 주가가 추락하자 결국 입장을 바꿔 공개 사과했다. 돈 때문에 이틀만에 입장을 바꿨지만 이미 이미지는 치명적으로 망가진 상황이다.

유나이티드 항공의 최고경영자인 오스카 무노즈는 11일(현지시간) 직원들에게 보낸 글에서 “강제로 끌어내려진 승객에게 깊이 사과한다. 어떤 승객도 이렇게 잘못 대우받아서는 안 된다”면서 “우리가 전적으로 책임을 지고 바로 잡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잘못을 바로잡아 이런 일이 다시는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한다”면서 “회사의 방침 등에 대해 재검토한 뒤 4월 30일까지 결과를 공유하겠다”고 말했다.

무노즈의 이같은 입장은 사건 직후 보였던 오만한 태도에서 크게 달라진 것이다. 유나이티드 항공은 지난 9일 저녁 미국 시카고 오헤어 국제공항을 출발해 켄터키 루이빌로 향하는 항공편에서 한 동양계 미국인 남성 승객을 강제로 비행기에서 하차시켰다. 유나이티드 항공사는 실제 탑승객보다 더 많은 탑승객을 태우게 되자 일부 승객을 하차시킨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 동양계 승객이 하차에 동의하지 않자 거의 끌어내리다시피 그를 하차시켰다. 끌어내는 과정에서 승객이 다쳐 피를 흘리는 모습도 공개됐다.

이 영상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공개돼 논란을 일으켰다. 하지만 무노즈는 승무원들을 두둔해 비난을 확산시켰다. 그는 “승객이 먼저 승무원을 공격했고, 승무원들은 절차에 따라 대처한 것”고 밝혔다. 또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그 승객이 무례하고 호전적이었다” 비난한 사실이 공개됐다.

유나이티드 항공의 입장 변화 배경에는 ‘돈’이 있었다. 11일 이 회사의 모기업인 유나이티드 컨티넨털홀딩스는 뉴욕 증시에서 전장 대비 1.1 % 하락한 70.71 달러에 장을 마쳤다. 개장 전 거래에서는 최대 6%까지 급락했다 마감 전 낙폭을 줄였다. 유나이티드 항공의 시가총액은 이날 하루에만 2억5500만달러(약3000억원) 줄었다.

비난도 쇄도했다.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국의 주요 언론은 이날자 1면에 승객을 강제로 끌어내린 사건을 보도하고 항공하의 대응을 질타했다. 백악관도 나섰다. 션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질문을 받고 “불행한 사건이다. 동영상에서 드러난 그 일 처리 과정은 명백히 우려스러운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강제로 끌려나간 인물이 중국계로 알려지면서 중국 네티즌들의 반발이 컸다. 이들은 미국 수사 당국에 “중국인들의 삶도 소중하다(Chinese Lives Matters)”며 수사를 촉구하는 청원서를 하루만에 3만8000여명이 서명했다. 유나이티드 1년 매출 366억 달러 가운데 6.1%는 중국인들이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남성 승객은 그러나 중국계가 아닌 베트남계 내과 의사로 알려졌다. 연합뉴스는 이날 케터미주 엘리자베스타운에 거주하는 한인들의 제보를 바탕으로 피해자가 엘리자베스타운의 베트남계 내과 의사 데이비드 다오(69)라고 보도했다.

엘리자베스타운은 켄터키주 주도 루이빌 남쪽으로 약 60km 떨어진 중소도시다. 다오 박사는 이 곳에서 부인과 함께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박영환 특파원 yh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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