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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기대반 우려반…'한국경제의 오늘' 집약된 경상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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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호조세…올 2월 경상수지 84억달러 흑자

美 환율조작국 우려도…당국, '흑자 축소' 골몰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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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한국은행이 5일 내놓은 2월 국제수지, 그러니까 경상수지가 ‘불황형 흑자’ 논란을 벗고 그 흑자 폭이 확대된 것은 ‘한국경제의 오늘’을 집약하고 있다.

먼저 기대감. 우리 경제는 최근 ‘바닥 탈출론(論)’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그 선봉장은 수출 호조세다. 2월 경상수지 흑자가 전월 대비 30억달러 이상 확대된 게 그 방증이다.

다만 불안감도 동시에 있다.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요건 중 경상흑자가 포함돼 있어서다. 정책당국이 경상흑자 축소에 골몰하고 있는 이유다. 중국발(發) ‘사드 보복’도 우려된다.

◇꿈틀대는 한국경제

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월 경상수지는 84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이는 전월(52억8000만달러) 대비 흑자 규모가 확대된 것이다.

경상수지는 상품과 서비스 등을 사고 팔아 벌어들인 외화(수출)와 지급한 외화(수입)의 차이를 말한다. 경상수지가 흑자라는 것은 버는 돈이 쓰는 돈보다 더 많아서 안정적인 가계 경제를 국가 경제로 확대해놓은 격이다. 60개월째 이어진 경상흑자 기조는 우리 경제의 방파제로 인식된다.

2월 경상수지에서 특히 주목되는 건 상품수출과 상품수입의 증감률이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3.0%, 20.2%다. 팔기도 많이 팔고 사기도 많이 사는, 쉽게 말해 대외거래가 활발했다는 의미다. 두 증감률이 동시에 20% 이상을 기록한 건 지난 2012년 2월 이후 5년 만이다.

이는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불황형 흑자 논란이 거셌던 것과 비교하면 달라진 기류다. 지난해 7월 당시 수출과 수입의 증감률은 각각 -10.3%, -14.1%. 수입이 수출보다 더 감소해 흑자가 됐다는 얘기다. 이런 기류는 수출 증가율이 마이너스(-)에 허덕였던 지난 몇년간 이어졌다. 소득이 줄은 탓에 그 이상 소비를 하지 않는 가계와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들어 우리 경제에 반등 조짐이 보이는 게 경상흑자에서도 나타난 것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이날 경제동향간담회에서 “우리 경제는 대내외 여건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도 수출 호조에 힘입어 완만하나마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면서 “그간 움츠러들었던 가계와 기업의 심리도 조금씩 호전되는 기미가 보인다”고 했다.

수출은 완연한 반등세다. 반도체가 이를 주도하고 있다. 2월 통관기준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56.7% 급증했다. 국제유가 상승 덕에 석유제품(72.6%)도 호조를 보였다. 2월 수입도 증가했다. 역시 눈에 띄는 건 반도체다. 반도체 제조장비 등을 포함한 기계류·정밀기기의 수입이 30.5% 증가했다.

◇대외 불확실성 걱정

하지만 경기 봄바람은 정책당국에 예상치 못한 고민도 안겨주고 있다.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우려가 그것이다. 미국 재무부는 환율조작국의 요건으로 △대미 무역흑자 200억달러 이상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흑자 비중 3% 이상 △한 방향의 반복적인 외환시장 개입 등을 거론하고 있다. 실제 우리나라는 앞선 두 가지에 걸려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된 상태다.

당국자들이 공개적으로 ‘경상흑자 줄이기’를 공언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으로 자부해왔던 경상흑자가 애물단지로 전락했다는 해석도 과하지 않다.

노충식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이날 공식석상에서 “경상흑자가 줄어드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했지만, 주요 당국자들은 사석에서 “딱히 뾰족한 수가 없는 것 같다”고 토로하고 있다.

한은은 올해 GDP 대비 경상흑자 비중을 5%대로 보고 있다. 내년 전망치도 비슷하다. 당장 3% 이하로 줄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당분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중국의 경제 보복도 우려된다. 2월 서비스수지 적자 폭은 22억3000만달러. 올해 1~2월 통틀어서는 55억9000만달러 적자가 났다. 이는 역대 최대 수준이다.

주목되는 게 여행수지 적자(11억7000만달러)다. 2월 당시에는 중국인 입국자 수가 증가세를 지속했지만, 3월부터는 줄었을 것으로 보인다. 서비스수지 적자 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노충식 부장은 “3월 이후 중국 측이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단체여행을 금지했기 때문에 3월 서비스수지 내 여행수지에서 나타날 것”이라면서 “다만 일본과 동남아 등 관광객이 증가하는 게 이를 상쇄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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