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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전두환 “최태민, 비위 일삼아 군부대 격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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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서전 ‘전두환 회고록’서 밝혀 / “박정희 정권서 갖은 물의 일으켜 / 박근혜, 대선 출마 때 도움 요청… 여건·능력 안돼 뜻 접으라 권유” / 노태우와의 ‘직선제 비화’도 담아

전두환 전 대통령이 1979년 10·26 이후 박정희 정권에서 각종 비행을 일삼았던 최순실씨 아버지 최태민씨(1912~1994)를 전방 군부대에 격리 조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02년 대선 출마 의지를 보이며 전 전 대통령에게 도움을 요청했으나, 전 전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대선 출마의 꿈을 접으라는 뜻을 전달했다. 전 전 대통령은 내주 초 발간될 ‘전두환 회고록’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고 연합뉴스가 30일 보도했다.

전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10·26 후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영애 근혜양과 함께 구국봉사단, 새마음봉사단 등을 주도해온 최태민씨를 상당 시간 전방 군부대에 격리시켜 놓았다”고 밝혔다. 그는 최씨에 대해 “그때까지 (박)근혜양을 등에 업고 많은 물의를 빚어낸 바 있고 그로 인해 생전의 박정희 전 대통령을 괴롭혀 온 사실은 이미 관계기관에서 소상히 파악하고 있었다”며 “최씨가 더 이상 박정희 전 대통령 유족 주변을 맴돌며 비행을 저지르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격리를 시켰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 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국봉사단 등의 활동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청해왔지만 시대 상황에 비춰볼 때 적절치 않다고 판단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세계일보

박근혜 전 대통령(오른쪽)이 2004년 옛 한나라당 대표 시절 전두환 전 대통령을 방문한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회고록에 따르면 2002년 2월 한나라당을 탈당해 3개월 뒤 ‘한국미래연합’을 창당한 박근혜 의원은 대선 출마를 시사하며 전 전 대통령에게 지원을 부탁했다. 그는 “박근혜 의원은 내게 사람들을 보내 자신의 대선 출마 의지를 내비치며 힘을 보태줄 것을 요청해 왔다”며 “나는 완곡하게 그런 뜻을 접으라는 말을 전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그는 “박 의원이 지닌 여건과 능력으로는 무리한 욕심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박 의원이 대통령이 되는 데는 성공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대통령직’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는 어렵다고 봤고, 실패했을 경우 ‘아버지를 욕보이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전하라고 했다”고 소개했다.

10·26 후 합동수사본부장이었던 전 전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사용하던 자금 9억5000만원을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전달했고, 얼마 후 박 전 대통령은 이 돈 가운데 3억5000만원을 수사비에 보태달라며 돌려줬다고 증언했다. 이는 2007년 새누리당 대선 후보 경선 TV토론회에서 “9억원을 받아 3억원을 수사격려금으로 돌려준 것이 아니라 6억원을 받았다”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주장과는 다른 것이다.

그는 1987년 6·29 선언을 준비할 당시 노태우 민정당 대통령후보가 자신에게 ‘직선제 개헌을 건의할 테니 크게 노해 호통치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요구했었다고 증언했다. 노 후보가 직선제를 비롯한 민주화 조치를 극적으로 수용하고 이에 반대하는 전 전 대통령에 강력히 반발하는 모습을 ‘연출’함으로써 정치적 효과를 최대한 높이려는 의도였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최규하 전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 “내가 12·12 때 겁박했다거나, 그 어른이 대통령직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도록 상황을 몰고 갔다거나 하는 음해를 받는 사실에 대해 속 시원한 해명 말씀 없이 시종일관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느꼈다”고 적었다.

황용호 선임기자 drag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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